트렌드를 알면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요즘 내가 놓치고 있는 흐름이 있는지,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트렌드 언박싱'.
집단적 창의성이 아니라 '집합적 창의성'기술과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창의성과 혁신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기존 연구들은 여전히 개인의 창의력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집단 수준에서의 창의성과 혁신 성과를 탐구하는 연구 또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집단 창의성에 대한 연구는 경영학, 경제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학문 간 교류가 활발하지 않아 개별 영역 내에서만 논의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학문적 경계를 넘어 집단 창의성과 혁신을 보다 통합적인 시각에서 검토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이들이 던지는 질문이 있다. "창의성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영역인데, 과연 집단이 이를 강제할 수 있는가?" 이는 '집단'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강제성과, '창의성'이 함축하는 자유로운 사고라는 개념 사이의 미묘한 어감 차이에서 비롯된 혼란이다. 이러한 오해는 Collective Creativity를 단순히 '집단적 창의성'으로 번역하면서 발생했다. 영어에서 collective는 단체 행동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생각과 아이디어를 모으고 결합하는 과정에 가깝다. 따라서 이를 '집합적 창의성'으로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집합적 창의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 실체와 효과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다. 핵심적인 질문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모이고 결합되는가?"
이다.
일반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생성되고 상호작용을 통해 융합된다고 가정하지만, 실제로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 예일대학교가 1958년 브레인스토밍의 효과를 실험한 이후, 개별 창의성의 총합이 집단 창의성보다 우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심지어 브레인스토밍 훈련을 받은 사람조차 혼자 일할 때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도 있다. 즉, 집합적 창의성의 과정과 결과 모두 단순한 집단 논리에 의존할 수 없으며, 효과적인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또한 일부에서는 다수의 아이디어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결합되어 창의적인 결과가 도출된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창발성(emergence) 개념과 혼동될 수 있다. 창발성이란 개별 구성 요소에서는 나타나지 않던 특성이나 행동이 상위 계층에서 자발적으로 출현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주로 자연계나 복잡계와 같이 높은 불확실성을 지닌 상호작용 시스템에서 관찰된다.
물론 3M의 포스트잇 개발 사례처럼, 예상하지 못한 발견이나 우연한 아이디어가 혁신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도 존재한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운용하는 기업 환경에서 이러한 우연성을 전략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조직이 창의성을 촉진하려면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단순한 아이디어의 우연한 결합을 넘어 명확한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창의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필자는 집합적 창의성이라는 개념을 단순히 정의하는 것보다, 그 실체를 분석하고 유형화하여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이에 따라, 창의성 연구의 권위자인 King's College London의 Oauz Acar 교수와 하버드 대학교 Karim Lakhani 교수가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수행한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집합적 창의성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주의 기반 (Attention-Based Collectives) 집합적 창의성이다. 이 유형은 개별 구성원들이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지만, 각자가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집단에서는 개별 참여자가 얼마나 독창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지가 혁신성을 결정짓는다. 특히 연구에 따르면, 전문성이 없는 '외부자'의 참여 여부와 피드백 시스템의 유무가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조직이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외부 참여자의 시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효과적인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 유형은 발산 기반 (Divergence-Based Collectives) 집합적 창의성이다. 이 유형에서는 문제 해결의 목표가 참여자마다 다르지만, 협력을 통해 각자의 혁신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기업 간 협력, 연구개발(R&D) 네트워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집단에서 창의성과 혁신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외부 지식의 유입과 네트워크 구조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넓은 네트워크를 유지할 경우
정보 과부하(information overload)
가 발생하여 오히려 혁신성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조직은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운영하고, 적절한 정보 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조율이 필요하다.
세 번째 유형은 수렴 기반 (Convergence-Based Collectives) 집합적 창의성이다. 이 유형에서는 구성원들이 명확한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긴밀한 협력을 통해 혁신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식을 따른다. 특히, 연구개발(R&D)팀이나 신제품 개발 조직과 같이 지속적인 협업과 문제 해결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자주 활용된다.
물론, 이러한 유형 분류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조직이 집합적 창의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먼저 자신들의 목표와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에 맞는 전략적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전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질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은 개별 참여자들의 지식수준과 경험이 창의적 역량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참여자 간의 네트워크와 상호작용 시스템을 최적화하며, 리더십, 보상 시스템, 조직 구조 등 운영 전략을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의 상대적 중요성과 효과성은 조직이 채택하는 집합적 창의성의 유형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것이므로, 조직은 자신의 목표와 환경에 맞는 최적의 전략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