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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과 얼음 궁전의 도시…8년 만의 '아시아 겨울 축제' 팡파르 [스프]

[종횡만리,성시인문(縱橫萬里-城市人文)] 중국에서 가장 추운 도시 :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 (글 : 한재혁 전 주광저우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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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가라(讀萬卷書, 行萬里路)'고 하였던가? 장자(莊子)의 큰 새(鵬)는 아홉 개의 만 리(萬里)를 날아올랐다. 시성(詩聖) 두보(杜甫)가 가장 많이 쓴 두 자(字) 시어(詩語)는 '만 리(萬里)'였다. 만 리 길은 무한한 상상(想像)의 영역인 동시에 현실이자 생활이었다. 20여 년간 중국 땅 위에서 일하고 살면서 시간과 공간의 들어가고 나옴 중에서 마주했던 같음과 다름을 지역과 사람, 문화로 쪼개고 다듬어 '종횡만리, 성시인문(縱橫萬里 城市人文)'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나누고자 한다.

설이 지나도 엄동설한 동장군의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넓은 중국 대지에서 가장 추운 도시는 어디일까? CEI 데이터(中經數據)는 중국 북동부에 위치한 헤이룽장(黑龍江)성의 성도(省都) 하얼빈(哈爾濱)시를 가장 추운 도시 1위로 꼽았다. 바이두에 의하면 올해 1월 중 대부분의 하루 최저 기온이 영하 20~29도를 기록했으며, 1970년에는 영하 38.1도까지 떨어진 적이 있었다고 한다. 중국 내 추운 날씨를 보이는 대도시로는 하얼빈 외에 후허하오터(呼和浩特), 푸순(撫順) 등이 뒤를 이었고, 소도시 중에는 네이멍구의 건허(根河)나 헤이룽장의 모허(漠河) 등을 꼽기도 한다.

'얼음의 도시(氷城)'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하얼빈은 중국 창강(長江)과 황하(黃河)에 이은 3대 강이자 북부 지역 최대 하천인 쑹화강(松花江)을 끼고 평원지대에 자리하고 있으며, 짧은 여름과 몇 달씩 이어지는 길고 추운 겨울 기후를 보인다. 영하 20도가 넘는 한겨울에 차가운 강바람까지 맞으면 노출된 피부에 금세 동창이 걱정될 정도의 차원이 다른 추위를 느끼게 된다. 바람이 유난한 11월 최대 풍속은 초속 9.8m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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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빙설 대세계'와 눈 조각 작품

하얼빈에서는 얼음의 도시라는 별칭에 걸맞게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빙등 축제(氷燈節)'가 매년 개최된다. 1963년 얼음 조각 안에 불을 밝힌 빙등에 착안하여 첫 행사가 개최된 이후, 1985년에는 기존 빙등 작품 외에 스케이트 타기, 겨울 수영, 눈 조각 전시 등 다양화한 내용의 '빙설 축제(氷雪節)'로 확대되었고, 1999년부터는 쑹화강 변에 아예 '빙설 대세계(氷雪大世界)'라는 명칭의 테마파크를 조성하여 매년 1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눈과 얼음 관련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26회째를 맞은 '빙설 축제'는 일본 삿포로, 캐나다 퀘벡과 함께 세계 3대 겨울 축제로 발돋움하면서 1월 말 현재 관람객 200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수립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도 '빙설 축제(氷雪節)'라는 정식 명칭보다는 오래 불린 대로 '빙등 축제-빙덩제(氷燈節)'라는 용어에 더 익숙하다. 특히 이번 빙등 축제는 모레(7일)부터 하얼빈에서 개최되는 제9회 동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아시아를 주제로 하여 눈과 얼음으로 만든 조각품과 건축물, VR 콘텐츠 등으로 설계하였다고 한다. 중국 하얼빈은 1996년의 제3회 동계 아시안게임에 이어 두 번째로 이 행사를 개최하는 도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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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포스터

금번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은 '겨울의 꿈, 아시아의 사랑(Dream of Winter, Love among Asia; 氷雪同夢, 亞洲同心)'이라는 슬로건 아래 2월 7일 개막되며, 코로나 등의 문제로 인해 미루어지다가 2017년 일본 삿포로 대회 이후 8년 만에 개최되는 것으로 우리 선수들에게도 그 의미가 깊다. 역대 최다인 34개국 1천300여 명이 참가하게 될 이번 대회에서 6개 종목에 참가하는 우리 선수와 임원진 200여 명은 지난달 24일 선수단 결단식을 개최하고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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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중앙대로와 성 소피아 성당

다시 하얼빈 이야기로 돌아와서 하얼빈(Harbin)이라는 명칭은 그 유래와 관련해 여러 설이 있는데, 만주(滿洲)어로는 '평평한 섬' 또는 '어망(漁網) 말리는 곳', 여진(女眞)어로는 '영예'나 '명망', 몽골(蒙古)어로는 '평지'를 뜻한다고 한다. 하얼빈은 오래전부터 여러 북방 민족 문화가 교차했었고, 근세 들어 청(淸)나라의 북방 대외 교역 중심지로 이국 문화의 영향을 받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1932년 일본군에 의해 점령되었다가 1945년 해방되었으며, 이보다 앞서 러시아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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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체결된 '중러 밀약'은 시베리아 철도의 동부노선으로 쑹화강을 가로지르는 철로를 러시아가 건설하는 데에 합의했고 그 중추 도시인 하얼빈에 러시아 기술자들과 상인 및 그 가족들이 거주하면서 커다란 러시아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된다. 1917년 10월 혁명 이후에는 러시아 귀족들과 상인들이 하얼빈 사회에 추가 유입되면서 현지의 러시아 문화와 풍습을 확장하게 된다. 이는 하얼빈의 도시 건축, 음식, 음악 등 문화와 생활 각 분야에 걸쳐 현재까지도 독특한 요소들로 내재되어 있다.

하얼빈 시내에 위치한 '성 알렉세예프 성당(聖阿列克謝耶夫敎堂)', '성 소피아 성당(聖索菲亞大敎堂)' 등 러시아 양식의 건축물, '샤슬릭(俄式烤大串)'이나 러시아식 야채스프인 '홍차이탕(紅菜湯)' 등 러시아 풍미의 음식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중국 3대 맥주 중 하나로 중국인들에게 '하피'로 불리는 '하얼빈 맥주(哈爾濱啤酒)'도 1900년 러시아 상인에 의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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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바오러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중국요리 '궈바오러우(鍋包肉)' 역시 하얼빈이 고향이다. 이 요리의 창시자인 정싱원(鄭興文)은 하얼빈 태생 만주족으로 6살 때 부친과 함께 베이징에 가서 요리 실력을 쌓았고 1907년에는 고향의 관아에서 요리사로 일하기도 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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