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나와 맞닥뜨린 현실…'자립' 힘겨운 열여덟


동영상 표시하기

<앵커>

더 나은 우리 사회를 위해 더 많은 곳을 보겠다는 의미로, SBS가 새로운 코너 '시선 삼육공'을 마련했습니다. 그 첫 순서는 보육원 같은 시설에서 자라다, 그곳을 나와 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입니다. 기댈 곳 없는 이들의 홀로서기를 위해, 어떤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이게 과연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장훈경, 이혜미 기자가 차례로 짚어봤습니다.

<장훈경 기자>

22살 지희망 씨는 3년 전 보육원에서 나왔습니다.

2022년 아동복지법이 바뀌며 18살이 아닌, 24살까지 머물 수 있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퇴소를 선택했습니다.

[지희망/자립준비청년 : 제가 배우고 싶었던 부분을 시설에서 배우기에는 환경이 잘 조성이 안 돼 있었어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아동양육시설들이 외진 지역에 있어서….]

퇴소 전 요리, 용돈 관리, 집 구하기 등 자립에 필요한 여덟 가지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선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맞닥뜨립니다.

자립 초기 받는 1천만 원 넘는 정착금을 사기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지희망/자립준비청년 : 믿었던 친척분이나 내가 너 부모인데 이렇게 (어렵게) 살고 있는데 '좀 도와줘야 하지 않겠니?' 하면서 감정을 그렇게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광고 영역

가장 도움이 되는 건 먼저 자립한 선배들의 조언입니다.

[박강빈/자립지원전문가 및 멘토 (자립 8년 차) : 대다수가 자립에 대해 되게 막연하게 생각할 때가 있어요. 어떻게 하면 기존 사회적 지원을 잘 이용해서 살 수 있는가에 대한 그런 의지 독려 차원의 (지원이) 먼저 필요한 것 같아요.]

정부가 제공하는 월 50만 원 자립수당 등 경제적 지원은 '자립준비청년' 자격이 주어지는 퇴소 뒤 5년간만 이뤄집니다.

지원이 끊긴 뒤에도 이들을 지탱해 주는 건 자립 청년들끼리의 연대감입니다.

정부가 자립준비청년들의 사회적 관계망 구축에도 힘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허진이/'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자립 9년 차) : 자립준비청년 커뮤니티는 '돌아갈 곳'인 것 같아요. 의지를 받으면서 하나씩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까 정보를 얻는 것 이상으로 나의 삶을 일으켜주는 의미로 바뀌게 된 것 같아요.]

---

<이혜미 기자>

그럼 정부의 자립 준비 청년 관리는 잘 이뤄지고 있을까.

3년 전 정부는 전국 17개 시도에 자립 지원 전담 기관을 설치했습니다.

사회복지 전공자들이 일대일 상담하고, 애로사항을 지원해 줍니다.

[자립준비청년 : (어떤 내용으로 상담받으러 오신 거예요?) (지원이 끝나는) 5년 되기 한 달 전이거든요. 선생님들이 한두 달만이라도 노력해주겠다고 하셔서 (왔어요.)]

자립지원기관 전담인력은 2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서울의 경우 시에서 인력을 일부 지원해 사정이 낫지만, 대부분 지역에서는 전담직원 1명이 적게는 50명, 많게는 70명의 자립지원 청년을 맡습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또래들보다 낮고, 고립 은둔하는 비율은 4배가량 높습니다.

그만큼 세심한 밀착 관리가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인 겁니다.

영국의 경우 개인 상담사 1명이 청년 20명 정도를 맡고 있습니다.

[한성은/자립지원전담기관 자립기획실장 : 각각의 고유한 사례 관리 업무 외에 지금 다양한 행정 업무들을 나눠서 하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사례 관리만 전담하기에는 좀 어려운 (상황입니다.)]

과중한 업무 탓에 전담인력의 근속 기간은 평균 5개월이 안 됩니다.

[조진영/자립지원전담요원 : 내가 사례 관리하는 대상자들을 올곧게 챙길 수 없는 시스템인데, 선생님들이 거의 소진이 너무 심하고요.]

광고 영역

자립 지원을 받는 대상 자체가 제한적인 것도 문제입니다.

현재는 아동복지법상 보건복지부 관할 시설이나 보육원에 머문 기록이 있어야 자립준비청년으로 인정됩니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청소년 쉼터, 또는 법무부 보호시설에서 퇴소한 청년은 같은 처지라 해도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이상정/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가족정책연구센터장 : 아동보호체계인지 아닌지 (지원) 조건들이 충족되면 다 주고 아니면 다 안 주는 거예요. 그래서 사각지대의 문제도 발생하고요.]

전문가들은 어렵게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전담 인력을 더 늘리고, 자립 지원 서비스를 통합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황인석·조창현, 영상편집 : 김종태, 디자인 : 장예은·방민주·김규연, 영상제공 : 아름다운재단)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