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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말 폭언'에 피해자는 이상 행동…'타인의 고통을 쉽게 여기지 말라' [스프]

[갑갑한 오피스] (글 : 이진아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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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얼마 전 A 회사의 고충처리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여부에 대한 심의가 이뤄졌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상 직장 내 괴롭힘은 세 가지 요건인 (1) 지위 및 관계의 우위성을 이용하였는지 여부, (2) 업무상 적정범위 내의 행위인지 여부, (3)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회의에 참여한 대부분의 위원들은 (1) 지위의 우위성이 성립되고 이를 이용하였다고 보았고, (2) 업무상 적정범위 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관건은 (3)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되었고, 표결 결과 (3)의 요건이 인정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심의안건은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결정이 내려졌다.

행위의 경중을 따지자면 중한 행위에 대한 심의는 아니었으나, 다른 요건이 성립하는데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단은 당시에도, 지금에 와서도 섣부른 것이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타인의 고통을 넘겨짚어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나온 판결들 중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관련하여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의 결과라 할 수 있는 정신적 고통은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것으로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그 행위로 인해 고통을 느낄 수 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광주지방법원 2021. 2. 5. 선고 2020가합52585 판결)'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해당 판결의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면 (1) 지위의 우위성을 '이용'하지 않았고 (2) 업무상 적정범위 내라고 보면서 (3)에 대하여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었다. 즉, (1)과 (2)를 성립하지 못하는데 (3)을 성립하기는 어렵다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판결은 반대로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지, 정신과 상담은 청했는지, 회사 다니는 어려움을 호소했는지, 휴가를 신청하지는 않았는지 등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도 하다.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관계에서 피해자답지 않게 행동했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이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 행위가 상사나 사용자의 지위 우위를 '이용'한 행위로, 업무상의 '적정성'도 넘어서고 있다면 해당 행위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준 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커지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통상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서 벌어진다. 행위자의 가해행위 이후에도 피해자가 적극적인 신고 조치 등을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행위자와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한 팀이나 한 업무공간 내에서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 따라서 행위자가 지위의 우위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적극적 저항을 애초에 하기가 어렵거나,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도 향후 입게 될 불이익 등에 대한 우려 등으로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받을 수 있다. 단순히 피해자가 힘들어하고 있는 것 '같은'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은'가 살펴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직장 내 성희롱을 판단할 때에도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성적 언동'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보고 있다. 즉 성적 언동의 수준이 일정 수준에 이를 때 성희롱이 성립한다는 내용인 것이지 피해자가 피해자로서의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는가, 실제로 느끼고 있는 것이 맞는가를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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