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경제자유살롱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과 해석을 통해 시대를 이기는 인사이트를 발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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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기 때도 그린란드 구입하려고 했다?
정석문 아나운서 :
트럼프 1기 때도 사겠다고 그랬다면서요?
최준영 박사 :
맞습니다. 그 당시 덴마크가 안 된다고 했더니 (미국이) 화가 나서, 원래 덴마크 국왕 초청으로 국빈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가 '나 안 가'라고 해서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기도 했었는데.
정석문 아나운서 :
그랬던 거 보면 진짜 사고 싶었던 건가 봐요.
최준영 박사 :
그렇죠. 어떻게 보면 그 당시의 트럼프와 2025년의 트럼프를 바라보는 눈이 전 세계적으로 많이 달라졌다고 보는 거죠. 2019년 당시 트럼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괴짜'의 이미지였다면, 2025년의 트럼프는 산전수전 다 겪고 지옥에서 돌아온 무서운 사람으로 보이는 거예요.
정석문 아나운서 :
진짜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최준영 박사 :
그렇죠, 뭔가 할 것 같고. 다들 지금 얼어 있는 상황이에요. 그러니까 이제 덴마크도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는 하지만 '때려치워라' 이런 식까지 표현을 못하고, 덴마크 왕실의 국장에 원래 그린란드(를 상징하는) 곰이 요만한 사이즈였는데 그걸 좀 키워서 '우리 땅이야'라고 조용히 항의하거나. 독일이라든지 주변 국가들도 미국에 '이건 아니지'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되게 조심스러워요. 미국 입장에서 '너희들이 그런 식으로 나가? 그럼 우리 나토 안 해'라고 지금 얼마든지 말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석문 아나운서 :
트럼프는 뭐든지 레버리지로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좀 있죠.
최준영 박사 :
미국은 제가 생각했을 때 정말 나토를 그만둘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봐요. 꽤 높다고 봐요. '그럼 당신들끼리 알아서 해보든지'라고 했을 때 유럽이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안 잡고 '그냥 우리끼리 할 테니까 가세요'라고 할 수 있을 거냐? 못 그러거든요.
미국, 그린란드 덕분에 비행기 만들었다?
최준영 박사 :
그린란드가 단순히 입지만 좋은 게 아니고 2차 세계대전 당시 빙정석이라고 하는 특수한 광물질. 이걸 어디다 쓰느냐? 비행기를 만들 때, 비행기 동체는 요즘에야 복합체를 쓰지만 옛날에는 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었지 않습니까? 근데 알루미늄은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해요. 한 2천 도쯤 돼야 녹아요. 열을 2천 도 내려면 철보다 훨씬 높은 온도를 내야 되니까 쉽지 않죠. 근데 빙정석을 섞어서 녹이면 1천 도면 돼요. 쉽죠.
그런데 2차 세계대전 당시 이 빙정석이 나는 지역은 그린란드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미국은 빙정석을 독점해서 독일이나 일본에 비해서 훨씬 빠르고 쉽게 알루미늄을 대량으로 제조해서 비행기를 만들었고,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힘들게 만들 수밖에 없었죠.
미국은 사실 '그린란드' 필요 없다?
최준영 박사 :
그러니까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는 사실은 굳이 안 사도 돼요. 1941년에 덴마크 대사랑 미국이 체결했던 그린란드 방위에 관한 협정 10조를 보면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외부의 위협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미국과 덴마크 양국이 합의할 때 이 조약을 갱신하거나 폐기할 수 있다'고 써놨어요. 무슨 말이에요?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 위험해'라고 한마디만 하면 절대로 미국은 그린란드에서 나갈 수가 없어요.
그린란드, 독립 못하는 속사정
최준영 박사 :
엄밀히 말하면 그린란드를 판다고 하면 덴마크는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권리가 있나? 이런 생각이 좀 드는 거죠. 왜냐하면 여기는 자치령이에요. 여기 이누이트 족 5만 명 정도가 거주하는데 자치 정부도 있고, 여당도 야당도 다 있어요. 총리도 있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자치법에 따라서 독립할 권리도 가지고 있어요.
정석문 아나운서 :
아, 독립할 권리가 있어요?
최준영 박사 :
있어요. 그런데 그린란드가 독립을 하자는 목소리가 있지만 독립을 못하는 이유가 뭐냐? 나라를 운영하려면 돈이 있어야 될 거 아닙니까?
정석문 아나운서 :
그렇죠 거기 뭐 특별한 산업이...
최준영 박사 :
돈 나올 게 없어요. 지금 팔고 있는 게 요즘 온난화에 따라서 꽃이 좀 피니까 '그린란드산 청정 꿀' 이런 거 비싸게 팔고 하긴 하지만, 뭐 할 게 없으니까. 사실 덴마크가 1년에 지원해 주는 돈이 한 5억 달러 정도 됩니다. 요즘 환율로 따지면 한 7천억 원 정도 되는 건데 이거를 어디서 구할 데가 없는 거죠. 그런데 덴마크 자치 정부 입장에서 봤을 때는 미국이 확실하게 뭔가를 해주겠다고 구체적인 카드를 들이밀면 사실은 검토해 볼 수도 있는 거고.
결국 주민투표에 의해서 결정이 되거든요. 그린란드 주민들이 '우리 독립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합니다'라고 해서 전체 주민들 5만 명밖에 안 되니까, 이를테면 과반수 투표해서 3만~4만 명 찬성해서 독립. 그다음에 '우리 미국으로 들어갈 거야'라고 하면
덴마크는 거래 당사자가 아니에요.
정석문 아나운서 :
덴마크 곤란하겠는데요, 입장이.
최준영 박사 :
어떻게 보면 덴마크에 대해서 그린란드 주민들은 예전에 식민지로서 여러 가지로 안 좋은 일도 많이 했었고, 그린란드 원주민에 대해서 강제 불임이라든지 뭐 이런 일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사실 감정이 그렇게 썩 좋지는 않아요. 그리고 여전히 이등 시민처럼 취급한다는 불만도 많고, 덴마크 국민인 것처럼 이야기하면서도 덴마크 사람들이 누리는 복지 혜택에 대해서 소외돼 있다는 것도 있으니까.
정석문 아나운서 :
그린란드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는군요.
최준영 박사 :
그린란드 입장에서 봤을 때는 사실 그렇게 생각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덴마크만 바라보고 있어? 우리 미국도 있어. 그럼 양쪽이 우리한테 좋은 조건을 제시해 봐.'
그린란드 자원 수익화, 100년 걸린다?
최준영 박사 :
북극권에 있는 자원 중에, 석유 기준으로 보면 그린란드 주변 지역이 한 30%. 그다음에 천연가스는 한 90% 가까이.
정석문 아나운서 :
오, 엄청 많네요.
최준영 박사 :
엄청 많죠. 엄청 많은데 문제는 그거를 캐내려면 아마 한 100년쯤 걸릴 겁니다.
정석문 아나운서 :
얼음 많이 녹았다 해도 그렇게 오래 걸려요?
최준영 박사 :
그렇죠. 왜냐하면 얼음이 차라리 단단하면 녹여서 어떻게 한번 해 볼 수 있는데, 지금은 얼음이 녹다 보니까 떠다니는 유빙이 많아서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거죠. 구조물에 충돌하고 그러다 보니까 더 힘들어요. 그러니까 다 싹 녹아서 하려고 그러면 한 100년은 걸리겠죠.
정석문 아나운서 :
그래서 그린란드 자치정부도 2021년부터는 석유나 가스 탐사를 금지시켰어요.
최준영 박사 :
기존에 허가해 줬던 것은 면허가 만료될 때까지, 아마 2027년~2028년 정도면 만료될 텐데 '그때까지는 해라. 근데 이제 새로 발급은 안 해주겠다' 하는 거고, 대신 육상에서 캐낼 수 있는 광물 자원, 이를테면 우라늄이라든지 희토류 같은 경우는 해보라고 해서 지금 150개 이상의 업체들이 가서 탐사, 생산 준비 활동들은 하고 있죠.
그린란드 입장에서 봤을 때는 우라늄이라든지 희토류 같은 자원들이 제대로 채굴이 돼서 돈이 좀 들어오면 독립을 해 볼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트럼프가 난데없이 '새로운 우리 땅이야! 우리가 살 거야!'라고 하니까 그린란드 주민들 입장에서 봤을 때도 여러 가지로 고민이 되는 거죠.
트럼프의 영토 '매수'의 의미
최준영 박사 :
트럼프가 현재까지 이야기하고 있는 그린란드, 파나마 이런 지역은 어떻게 보면 미국이 나름대로 연고를 주장할 수 있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챙겨야 되는 곳이에요. 그거를 '사겠다'라는 표현이 우리한테는 낯설 뿐이지, 어떻게 보면 그걸 기회로 해서 트럼프가 생각하는 게 뭔지를 우리는 좀 더 알 수 있는 거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