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경호처가 공수처 '역체포'?…검찰이 지휘하면 무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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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처 공무원이 대통령 관저에 진입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는 공수처 공무원이나 경찰 공무원을 거꾸로 체포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경호처 공무원들을 상대로 이런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대통령 측이 체포영장 집행이 불법이라면서 체포를 시도하는 공수처 공무원 등을 경호처 공무원이 체포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하지만 윤갑근 변호사는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경호처 공무원의 '역체포'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경호처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관리의 자격이 있기 때문에 보안 구역으로 진입한 공수처 공무원 등을 대통령 경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입니다.

일부 경호처 공무원 특사경 권한 행사 가능

특별사법경찰관리(特別司法警察官吏)는 '특별사법경찰관'과 '특별사법경찰관리'를 합쳐서 부르는 말입니다. 7급 이상을 특별사법경찰관, 8급과 9급을 특별사법경찰관리라고 합니다. 사법경찰관리는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경찰관을 뜻하는데, 특별사법경찰관리는 "삼림, 해사, 전매, 세무, 군수사기관, 그 밖에 특별한 사항에 관하여"만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공무원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 10 1항) 특별한 영역에 한정하여 수사 권한을 부여받은 공무원이 특별사법경찰관리인 것입니다. 식품위생 관련 분야에 대해서만 수사할 수 있는 식약처 공무원이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서만 수사할 수 있는 금융감독원 직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의 '역체포 가능' 발언은 경호처 공무원 중 일부가 특별사법경찰관리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경호법 17조 1항에 따르면, 경호처장의 제청을 받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지명한 경호공무원은 "경호 업무 수행 중 인지한 그 소관에 속하는 범죄에 대하여 직무상 또는 수사상 긴급을 요하는 한도 내에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 경호공무원에게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 사볍경찰관으로서 범죄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윤갑근 변호사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경호 업무 수행 중 인지한 그 소관에 속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직무상 또는 수사상 긴급을 요하는 한도" 내에서 경호처 공무원이 영장 집행에 나선 공수처 공무원 등을 체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 셈입니다.

경호처 공무원이 윤갑근 변호사 주장대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공수처 공무원 등을 막아서고 역체포 등을 시도한다면 공무집행방해 혐의와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먼저 지적해 두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으로부터 발부받은 체포영장은 관할 위반 등의 이유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장판사가 영장을 발부한 이상 공수처는 현재 상황에서 수사를 진행하기 위한 권한은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영장 발부 자체에 대한 이의신청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장의 효력 역시 유효합니다. (집행 이후 체포적부심 등을 통해 체포 처분의 부당성 여부를 다툴 수는 있습니다) 유효한 영장의 집행을 막는다면 공무집행방해이고, 만약 특별사법경찰관리로서의 수사권을 행사해 공수처 공무원 등을 역으로 체포하거나 입건한다면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경호처 수사권 통제 수단은 '검사의 수사지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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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호처 공무원이 특별사법경찰관리로서 권한을 행사한다면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는 공수처 수사관 등의 수사권과 영장 집행을 막으려는 경호처 공무원의 특사경으로서의 수사권이 당장 정면 충돌할 수 있습니다. 양 쪽 모두 사법경찰관이고, 양 쪽 모두 상대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하니, 현장에서 권한과 권한이 부딪치며 서로를 입건하고 체포하려는 대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에는 경호처 공무원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중요한 것은 먼 훗날의 처벌이 아니라 당장 불법적 권한 행사를 막는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 형사사법체계에는 이를 위한 수단이 마련돼 있습니다. 바로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입니다.

검사의 일반적인 사법경찰관(경찰 국가수사본부 소속 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문재인 정부에서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그럼에도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여전히 형사소송법에 남아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 10 2항 – "특별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검찰청법 역시 "범죄수사에 관한 특별사법경찰관리 지휘ㆍ감독"을 검사의 직무이자 권한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검찰청법 제4조 1항 2호) 검사는 특별사법경찰관의 수사 업무 전반에 대해 지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통령 경호법에 의해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명된 경호처 공무원의 수사 업무 역시 검사의 수사 지휘 대상입니다.

따라서, 만약 특별사법경찰관리로 지명된 경호처 공무원이 수사권을 남용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공수처 공무원 등을 대통령 경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거나 체포했다면 검사는 이를 취소하도록 "지휘"할 수 있습니다. 만약 특사경인 경호처 공무원이 공수처 공무원 등을 긴급체포한다면 – 이는 수사지휘권과는 별개의 개념이지만 – 검사가 긴급체포를 불승인하고 석방할 수 있습니다. 윤갑근 변호사가 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주장했던 경호처 직원의 특사경 수사권을 통제할 수 있는 기관은 결국 검찰인 셈입니다.

수사권 충돌 벌어지면…검찰의 결정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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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검찰에는 경호처 공무원의 특사경 수사권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하나 더 있습니다.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 개시권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검찰의 수사개시권(이른바 '직접수사권')이 제한된 이후 검찰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일정한 범위의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검찰은 특별사법경찰관리와 경찰 공무원이 저지른 모든 종류의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개시권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검찰청법 4조 1항 1호 '나' 목) 경호처 공무원이 특사경으로서 저지른 모든 종류의 범죄 혐의에 대해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공수처는 일정 직급 이상의 공무원만 수사할 수 있기 때문에 경호처 공무원 대부분에 대해 수사권이 없습니다. 경찰은 모두 수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사경인 경호처 공무원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은 만약 경호처 공무원이 수사권을 위법하게 행사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했다고 판단한다면, 해당 경호처 공무원의 관련 처분을 취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무집행방해나 직권남용 혐의로 해당 경호처 공무원을 직접 수사해 기소할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만약 일부 경호처 공무원들이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공수처 공무원 등을 '역체포'하거나 입건하다면 검찰의 결정이 중요해집니다.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 지휘권을 형사소송법에 남겨둔 것은 바로 이런 경우에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로서 불법적인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라는 뜻입니다.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의 수사권과 경호처의 수사권이 정면 충돌하는 불행한 상황이 정말로 벌어진다면, 검찰은 상황을 해결하고 법을 엄정히 집행할 책임을 완수해야 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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