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공수처가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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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퀴즈로 시작하겠습니다.

[문제] 다음 중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사건에 대해 관할을 가지고 있는 법원은 어디일까요? (가장 알맞은 답을 고르시오)

① 서울중앙지방법원

② 서울서부지방법원

③ 서울남부지방법원

④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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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위 4개 법원 모두

정답은 ⑤ “위 4개 법원 모두”입니다. 

윤 대통령 내란죄 혐의 사건 관할 가진 법원은 최소 4곳

비상계엄 관련 보도를 꾸준히 지켜본 분도 정답이 선뜻 납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주장대로 서울서부지법이 관할을 가지고 있거나, 윤석열 대통령 측 주장대로 서울중앙지법이 관할을 가진 것이지, 서울남부지법은 왜 나오고,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왜 거론되는 것이며, 4곳 모두 관할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또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기본적인 원칙에 따르자면 중앙지법이나 서부지법은 물론 남부지법과 수원지법 안양지원도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사건에 대해 “범죄지 관할”을 가집니다.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사건에 대해 서부지법이 관할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핵심 근거는 “토지관할”, 그중에서도 “범죄지 관할”입니다. 범죄지 관할이란 범죄지를 관할하는 법원이 해당 사건에 대한 관할을 가진다는 원칙입니다. 범죄지란 “범죄사실, 즉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가 발생한 장소”를 말합니다. (형사소송법 제6판, 이재상 著, 박영사, 2004, 72쪽) 따라서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일부만 발생한 장소를 관할하는 법원 역시 해당 사건에 대한 관할을 가집니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사건에 대해 서부지법이 관할을 가진다고 공수처가 주장한 이유도 핵심 범죄사실이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 등이나 대통령 관저 등에서 벌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내란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 중 일부가 서울 용산구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서울 용산구를 관할하는 서부지법이 범죄지 관할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이는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논리입니다. 서부지법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기각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관할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적용한 것과 똑같은 원칙, 즉 범죄지 관할 원칙에 따르면 남부지법과 수원지법 안양지원도 관할을 가집니다. 윤 대통령 내란죄 혐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범죄사실은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윤 대통령이 계엄군을 투입했다는 것입니다. 내란죄 구성요건 중 핵심은 국헌문란 목적이고, 국헌문란이란 강압에 의하여 헌법 기관의 권능 행사를 상당기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을 뜻하기 때문에 내란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 중 핵심은 국회와 선관위에 군을 투입한 행위입니다. 그런데 국회에 군이 투입된 것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벌어진 일이고, 선관위에 군이 투입된 것은 경기도 과천시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여의도를 관할하는 법원은 남부지법이고, 과천시를 관할하는 법원은 수원지법 안양지원입니다. 따라서 남부지법과 안양지원 역시 서부지법이 관할을 가지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사건에 대해 관할을 가지는 것입니다.

중앙지법이 관할을 가지는 이유를 살펴볼까요? 공수처법이나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 따라서 중앙지법이 공수처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사건 관할을 가진다는 해석을 배제하더라도, 중앙지법은 서부지법이나 남부지법, 그리고 안양지원이 관할을 가지는 이유와 똑같은 범죄지 관할 원칙에 따라서도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해 관할을 가집니다. 윤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에서 조지호 경찰청장 등에게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통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서울 종로구는 서울중앙지법 관할이기 때문입니다. 핵심적 범죄사실인 국회 통제와 관련된 사실이 중앙지법 관할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중앙지법에도 범죄지 관할이 있는 것입니다. (중앙지법은 윤 대통령과 공범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에 대해 관할을 가지고 재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형사소송법에 따라 관할을 인정받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논의는 생략하겠습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사건에 대해서는 중앙지법, 서부지법, 남부지법, 수원지법 안양지원 모두가 형사소송법에 따라 관할을 가집니다.

관할이 합법이라도 ‘판사 쇼핑’은 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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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서부지법이 윤 대통령 내란죄 혐의 사건에 대해 합법적인 관할을 가지기 때문에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등을 서부지법에 청구한 것이 ‘판사 쇼핑’이 아니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판사 쇼핑’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서 서부지법이 사건 관할을 가지는지 여부는 기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판사 쇼핑’은 합법의 범위에 있는 방법을 활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판사를 고르는 ‘편법’을 뜻하는 것이지, 관할도 없는 법원에 불법적으로 재판을 구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수처를 상대로 물어야 할 것은 중앙지법, 서부지법, 남부지법, 수원지법 안양지원이 모두 관할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하필 서부지법을 골라서 체포영장을 청구한 이유입니다. 특히 공수처가 출범 후 지금까지 군사법원이 독점적인 재판 관할을 가지는 현직 군인 사건을 제외하면 구속영장은 모두 서울중앙지법에만 청구해 왔고, 체포영장 등도 대부분 중앙지법에 청구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적어도 4개 법원이 동시에 관할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하필 서부지법을 고른 것에 대해서는 ‘판사 쇼핑’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공수처가 서부지법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원하시는 분은 제가 1월 12일에 출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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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내란죄 수사권·영장 논란 총정리- 누구 말이 맞을까?”

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내용을 아주 간략히 요약하면, 비상계엄 사건에서 중앙지법 영장판사가 내렸던 판단이 공수처에 불리한 쪽으로 해석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중앙지법이 아니라 서부지법에 청구한 행위의 명분을 더욱 떨어뜨리는 것은 – 다시 강조하지만 이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만 –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공범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서부지법이 아니라 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사실입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뒤인 지난해 12월 10일 김용현 전 장관에게 내란죄와 직권남용죄 혐의를 적용해 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사실 검찰이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하루 전에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미 청구해 놓은 상황이었고, 공수처가 청구한 날에는 법원에서 검찰이 청구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진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공수처의 영장 청구 자체가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는 초유의 일이었습니다. 어쨌든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의 가장 핵심적인 공범이라는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에 대해서는 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10일까지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로부터 20일 뒤인 지난해 12월 30일에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중앙지법이 아니라 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했습니다. 12월 10일까지는 내란죄 사건 핵심 피의자(김용현 전 장관)에 대해 중앙지법 영장 청구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가, 12월 30일에는 같은 사건의 공범 혐의 피의자(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판사 쇼핑' 목적이었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어렵습니다.

혹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범죄지 관할뿐만 아니라 주거지 관할까지 고려해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토지관할 방식에는 범죄지 관할 외에도 주거지 관할(범죄자의 주거지를 관할하는 법원이 재판관할을 가지는 것)이 있는데, 윤 대통령의 주거지인 대통령 관저가 서울시 용산구에 있으므로 용산구를 관할하는 서부지법이 주거지 관할도 가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주거지 관할까지 가진다고 해서 다른 법원보다 우선적인 관할을 가진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떠나서 김용현 전 장관 사례를 살펴봐도 주거지 관할 때문에 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공수처가 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김용현 전 장관 역시 국방부 장관 공관(용산구)을 기준으로 하든, 자택(서대문구)을 기준으로 하든, 주거지가 서부지법 관할 구역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주거지 관할을 기준으로 하면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서부지법에 청구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공수처는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해 영장을 청구할 때는 중앙지법을 선택했습니다. 결국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서부지법에 청구한 것은 서부지법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편법 선택한 공수처, 꼬여버린 내란죄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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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공수처가 중앙지법이 아니라 서부지법을 선택함으로써 기소 단계에서 - 불법까지는 아니지만 - 어색한 상황이 또다시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 지적될 필요가 있습니다. 공수처는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 내란죄 혐의 사건에 대해 기소권이 없습니다. 따라서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한 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 “공소제기 요구” 결정을 하고 공소제기 요구 결정서를 비롯한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해야 합니다. (공수처법 26조,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28조) 그런데 공수처법 26조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28조는 공수처 검사가 공소제기 요구 결정서 등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하는 대상으로 “서울중앙지검 검사”만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즉, 공수처가 체포영장 등을 서부지법 판사로부터 발부받았어도, 공소제기 요구 결정서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에게 보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어느 법원에 공소를 제기할까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서울중앙지방법원입니다. 즉, 공수처가 체포영장 등은 서부지법에서 발부받았을지라도 – 만약 윤 대통령이 기소된다면 – 1심 재판은 어차피 중앙지법에서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공수처법이나 사건사무규칙에는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서울중앙지검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이 증거물을 다른 검찰청 검사에게 넘길 수 없다는 규정 등은 없습니다. 따라서 기술적으로는 공수처로부터 일단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기록을 넘겨받은 후 이를 다시 다른 검찰청 검사에게 넘겨서, 다른 검찰청 검사가 서울중앙지법원이 아닌 법원에 공소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이론적이고 기술적인 절차일 뿐입니다. 게다가 서울중앙지법에도 합법적 관할이 존재하고, 비상계엄 사건 관련자 대부분이 이미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다른 법원에 공소를 제기하도록 절차를 밟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와 같은 기술적 절차가 실제로 필요한 경우는 공수처가 현직 군인 사건에 대해서 공소제기 요구를 할 때입니다. 현직 군인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에게 기소권이 없고 군 검사만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수처법에 규정된 절차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으로라도 공수처 검사로부터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관계 기록을 넘겨받은 후 다시 군 검사에게 넘겨 군 검사가 군사법원에 기소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공수처법 등에 따르면 공수처가 관계서류를 넘길 수 있는 대상은 서울중앙지검 검사뿐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와 같은 어색한 절차 진행 자체가 공수처법이 얼마나 허술하게 설계됐는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론 1심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공수처가 중앙지법이 아니라 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등을 발부받은 것을 위법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런 주장을 합니다) 영장 발부의 관할 여부는 사건 대한 영장”재판”에 대한 관할을 가지는 법원에서 하는 것이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중앙지법뿐만 아니라 서부지법 역시 범죄지 관할 원칙 등에 따라 영장재판에 대한 합법적 관할을 가집니다. 1심 (본안) 재판이 공수처법과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등에 따라 현실적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는 점이 형사소송법 관할 원칙에 따른 영장재판의 관할을 부정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 실무에서도 수사 단계에서 A라는 법원에서 체포영장 등을 발부받고, 기소는 B법원에 하는 경우를 종종 찾아 볼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단계나 보험 사기처럼 다수가 조직적으로 가담한 범죄의 경우 가담자 중 일부에 대해서는 A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후, 기소는 먼저 재판에 회부된 다른 조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B법원에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만약 기소될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이 결과적으로 중앙지법에서 열릴 것이라는 점만으로 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을 위법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현직 군인을 제외한 모든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과 그 밖의 영장 대부분을 중앙지법에 청구해 온 공수처가, 현실적으로 1심 재판이 중앙지법에서 열릴 수밖에 없는 사건에 대한 체포영장만 서부지법에 청구한 것은 이례적이고 어색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합법의 범위에 있는 일이지만, 유리한 결정을 해 줄 판사를 고르기 위한 ‘판사 쇼핑’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입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정석 대신 편법을 선택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면서도 전 국민에게 집행 과정이 생중계되는 와중에 체포에 한 차례 실패했습니다. 그 결과 윤석열 대통령 측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여론조사의 편향성 등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는 있지만,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실패 후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또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하고, 대통령 관저 앞 탄핵 반대 집회 등의 기세가 수그러들고 있지 않은 점이 그 증거입니다.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의 서부지법 영장 청구나 서부지법의 영장 발부를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한 주장이 아니고, 합법적인 영장 집행에 저항하는 것은 분명한 불법행위지만, 공수처가 정석 대신 편법을 선택해 윤 대통령 측이 반발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그나마 집행에 실패하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결집시킨 것 또한 사실입니다.

지금 공수처가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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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관저

현재 상황에서 공수처 앞에는 두 가지 정도의 옵션이 남아 있습니다. (경호처 등이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한 옵션입니다.)

첫 번째 옵션은 일단 체포영장 집행을 다시 시도해 성공하는 것입니다. 재집행에 나설 경우 충분한 인력을 동원할 계획이고 경호처 내부도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성공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습니다. 체포영장 집행에 성공할 경우 합법적 영장집행에 저항하는 현직 대통령에게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는 보여준다는 상징적 효과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체포영장 집행 성공 자체보다 공수처 입장에서는 이와 연동된 그 이후의 일이 더 중요합니다. 체포영장 집행 성공의 실질적인 의미는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서부지법 구속영장 청구가 가능해지는 상황을 만드는 것, 이것이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실질적 효과입니다.

원래 윤 대통령에 대해 발부된 체포영장의 목적은 출석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한 윤 대통령을 강제로 공수처 조사실로 데려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은 체포돼 공수처 조사실로 인치되어도 진술을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체포영장 집행에 성공해도 원래의 목적, 즉 윤 대통령 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공수처 입장에서는 체포영장 집행할 경우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만약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하거나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다면 공수처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윤 대통령에 대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구속영장 청구 없이 공소제기 요구 형식으로 검찰로 사건을 넘기거나, 경찰로 사건을 재이첩하거나, 특검을 기다리는 방안 등도 가능하지만 공수처가 구속영장 청구도 해보지 않고 이런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이와 같은 시나리오는 구속영장 청구 옵션을 소진한 후에 선택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이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이미 밝힌 상황이라, 만약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더라도 체포영장 집행 때와 마찬가지로 영장 집행을 다시 시도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공수처 입장에서는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하거나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다면 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반면 체포영장 집행에 성공한다면 이런 어려움 없이 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공수처가 지금 시점에 선택할 수 있는 첫 번째 옵션, 체포영장 집행 성공의 실질적 의미는 – 엄정한 법 집행이라는 상징적 효과를 제외하면 –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더 간단히 요약하면, ‘체포영장 집행 성공 = 서부지법 구속영장 청구’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옵션은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하거나 다시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우 선택할 수 있는 길입니다. 중앙지법에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측도 공수처가 서부지법이 아닌 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절차에 응하겠다”고 밝혔으니, 만약 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영장 집행 때문에 공수처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물론 윤 대통령 측이 당장의 체포영장 집행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고, 정말로 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말을 뒤집고 절차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강제로 영장을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지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윤 대통령 측이 저항할 명분은 지금보다도 더욱 약화될 것입니다.

중앙지법에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선택할 경우 공수처는 구속영장 청구 전 윤 대통령 조사를 포기하는 셈이 됩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윤 대통령 체포에 성공한다고 해도 윤 대통령 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 측이 진술 거부권 행사를 공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실 구속영장 역시 체포영장과 마찬가지로 조사를 위한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체포영장은 구속영장 청구 전 48시간 동안 구금 상태로 피의자를 조사하기 위한 수단이고, 구속영장은 기소 전 최장 20일 동안 구금 상태로 피의자를 조사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따라서 구속영장 청구 전에 윤 대통령 조사하는 것이 어차피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체포영장 집행 성공 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과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 사이에는 딱 한 가지를 제외하면 실질적 차이가 없는 셈입니다. 차이는 딱 하나, 체포영장 집행은 서부지법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지고,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하면 중앙지법 구속영장 청구로 가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뿐입니다.

정리하면, 현재 공수처 앞에 놓인 선택은 사실상 두 가지입니다. (검찰이나 경찰로 사건을 넘기는 방안, 특검 도입 때까지 기다리는 방안 등 공수처가 아래 두 옵션을 소진하기 전까지는 현실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작은 옵션은 제외하겠습니다.)

1. 체포영장 집행에 성공해 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

2.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하거나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후 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

1번의 장점으로는 합법적으로 발부받은 체포영장 집행에 저항하는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상징적 효과를 꼽을 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장점으로는 서부지법 영장 발부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공수처가 이례적으로 서부지법을 선택한 이유와 대통령 관저에 대한 이례적인 방식의 수색영장 발부 등에 비춰볼 때 서부지법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은 작지 않아 보입니다. 윤 대통령 측이 서부지법 영장 심사를 반드시 피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중앙지법의 경우에는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는 과정에서 공수처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를 확신할 수 없게 만드는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공수처가 왜 중앙지법 영장판사 판단을 껄끄럽게 여기는지에 대해서는 앞서도 언급한

“[취재파일] 내란죄 수사권·영장 논란 총정리- 누구 말이 맞을까?”

에서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체포영장 집행 시도와 성공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장 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체포영장 청구 당시 논란에 대해서 논의할 때 언급했듯이, 애초에 서부지법 영장 청구 자체가 – 불법은 아니지만 - 편법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 측이 격렬하게 반발할 것이고,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강하게 결집하는 계기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윤 대통령 측은 - 자신들의 주장에 따르면 위법적인 - 서부지법 구속영장 발부 때문에 탄핵심판 방어권이 침해된다며 탄핵심판 절차와 결정에도 불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윤 대통령 측은 지금도 탄핵심판 절차에 여러 문제를 제기하며 협조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자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앙지법에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2번 옵션의 장점은 – 윤 대통령 측이 약속을 지킨다는 전제 하에 – 발부될 경우 큰 문제 없이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작습니다. 윤 대통령 측이 기자회견에서 “중앙지법에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절차에 응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입니다. 또,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윤 대통령 측이 반발할 명분이 서부지법에서 영장이 발부될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윤 대통령 지지층의 정치적 결집 효과도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수처 입장에서 2번 옵션의 단점으로는 피의자 측이 합법적인 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허용했다는 부정적인 상징적 효과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서부지법의 경우만큼 확실하게 낙관하기는 어려운 중앙지법 구속영장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을 단점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중앙지법의 영장 발부 가능성이 서부지법보다 상대적으로 확실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취재파일] 내란죄 수사권·영장 논란 총정리- 누구 말이 맞을까?”

참조)

두 옵션 장 ·단점 비교…공수처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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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1번 옵션과 2번 옵션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1번 옵션 = 체포영장 집행 성공 후 서부지법 구속영장 청구

[장점 (공수처 입장)]

(1) 합법적 영장 집행에 저항하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이라는 상징적 효과 

(2) 중앙지법보다 상대적으로 구속영장 발부 확률이 커 보이는 서부지법의 영장 심사

[단점 (공수처 입장)]

(1)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 가능성

(2) 편법적 영장 청구에 따른 윤 대통령 측 반발과 윤 대통령 지지층의 정치적 결집

▶ 2번 옵션 = 체포영장 집행 없이(또는 집행 실패 후) 중앙지법 구속영장 청구

[장점 (공수처 입장)]

(1) 구속영장 발부 시 물리적 충돌이나 집행 실패 가능성 작음 (윤 대통령 측이 약속을 지킨다는 전제)

(2) 윤 대통령 측 반발 명분 감소. 윤 대통령 지지층 정치적 결집 약화 기대

[단점 (공수처 입장)]

(1) 합법적 영장 집행에 저항하는 피의자 측 요구 수용이라는 부정적 상징적 효과

(2) 서부지법에 비해 발부를 확실하게 낙관하기는 어려운 중앙지법의 영장 심사

공수처가 두 가지 옵션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에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 내란죄 혐의 사건의 진행 방향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공수처의 선택이 탄핵심판은 물론 향후 전개될 정치 지형과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지금의 헌법적 위기가 더 큰 정치적·사회적 위기로 이어질 것인지가 내란죄 혐의 수사 진행 방식과 그 결과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공수처가 효과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면서도 정치적·사회적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현명한 방안을 선택하기를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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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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