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내란죄 수사권·영장 논란 총정리 - 누구 말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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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사건 수사권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모두 자신들에게 수사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수사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등은 검찰과 공수처에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야 정치인들은 물론 법률가들도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이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쟁점과 논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윤석열 대통령 수사를 둘러싼 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 글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혐의 수사라는 중대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됐습니다. 내란죄 수사권, 그리고 공수처가 발부받은 영장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거의 모든 쟁점에 대해서 검토하면서 최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긴 글이 될 테니 우선 주요 쟁점에 대한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 비상계엄 사건 수사와 관련해 혼란이 초래된 것은 지난 정부에서 진행된 이른바 '수사 구조 개혁'이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이다. 향후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수사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 내란죄 수사권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없는 기관은 경찰이다. 수사권 논란의 여지가 작은 순서대로 나열하면 경찰 > 검찰 > 공수처라고 볼 수 있다.

▶ 검찰은 경찰보다 내란죄 수사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약하다. 하지만 검찰 역시 내란죄 혐의가 적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과정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판사로부터 내란죄 수사권을 일단 인정받았다.

▶ 공수처는 경찰은 물론 검찰보다도 내란죄 수사권의 근거가 취약하다. 하지만 공수처 역시 내란죄 혐의가 적용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과정에서 서울서부지방법원 영장판사로부터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받았다.

▶ 검찰과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은 향후 윤석열 대통령 등의 내란죄 혐의 재판 과정에서 계속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공수처가 내란죄 혐의 수사권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논리에 대해 확립된 대법원 판례 등이 없기 때문이다.

▶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방법원 영장판사로부터 발부받은 수색영장과 체포영장은 합법적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뿐만 아니라 서부지법에도 사건에 대한 관할이 존재한다. 

▶ 하지만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이 아니라 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이 이례적인 것은 분명하다.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체포영장 등을 청구한 것은 ‘판사 쇼핑’이고 편법에 가깝다고 비판할 여지도 충분하다. 중앙지법보다 서부지법이 더 유리한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고 공수처가 기대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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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지법 영장판사가 피의자 측에 불리한 방향의 법령 해석론을 영장에 기재한 것도 이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서부지법 판사가 확인적 의미에서 해석론을 기재한 것을 위헌이나 위법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해당 영장이 무효라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지금부터 이와 같은 결론이 도출된 이유를 하나씩 설명하겠습니다.

■ 현행 수사 제도의 문제점 - 지난 정부의 “개혁”이 혼란을 초래한 이유

비상계엄 사건을 둘러싸고 혼란이 벌어진 이유를 파악하고, 어떤 주장이 타당한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난 정부에서 단행된 수사 구조 “개혁”의 내용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개혁”되기 전까지 수사 절차는 비교적 간명했습니다. 경찰(사법경찰관)이 수사해서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면 검사가 보완수사를 거쳐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이 기본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검사는 현직 군인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수사 대상의 신분과 범죄의 종류에 제한 없이 수사를 직접 개시(이른바 ‘직접수사’)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수사 대상 신분과 범죄 종류와 관계없이 수사만 할 수 있었고, 검찰은 수사 대상과 범죄 혐의 종류와 무관하게 수사와 기소 모두 할 수 있었던 제도였습니다.

지난 정부가 새롭게 도입한 제도의 핵심은 검찰의 힘을 빼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방안이 추진됐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검찰 수사권이 완전 박탈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검찰의 수사개시권(이른바 '직접수사권')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부 범죄 등으로 그 범위가 제한됐습니다.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할 때만 검찰로 사건을 송치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독자적으로 사건을 무혐의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됐습니다. 공수처가 신설되면서 수사 대상의 신분과 범죄의 종류에 따라 수사권(또는 수사개시권)을 여러 기관이 나눠가지는 방식이 도입됐습니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수사 대상 신분이나 범죄 종류에 제한없이 수사할 수 있도록 허용됐습니다.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찰은 제한된 종류의 범죄에 대해서만 경찰 수사 없이도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 등에 대해서만 수사할 수 있고, 이 가운데 판사·검사·고위 경찰관 범죄에 대해서만 기소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됐습니다. 공수처에는 이첩요청권도 부여해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에 대해서 검찰, 경찰보다 우선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했습니다. 이밖에도 여러 변경 사항이 있었습니다. 주요 내용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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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표만 비교해도 지난 정부에서 새로 도입한 수사 관련 제도가 과거보다 상당히 복잡해졌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비상계엄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등의 내란죄 혐의 수사권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전과 달리 수사 대상의 신분과 범죄 혐의 종류에 따라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을 나눠 놓았기 때문에 대통령이라는 신분을 가진 피의자의, 내란죄라는 범죄에 대해서 어느 기관이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두고 혼란이 초래된 것입니다. 경찰과 검찰 모두 수사 대상 신분이나 범죄 혐의 종류와 관계없이 수사할 수 있었던 과거 제도에서는 발생하지 않았을 일입니다. 수사 구조를 “개혁”하더라도 오랜 기간 검토 과정을 거쳐 치밀하고 신중하게 설계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비상계엄 사건 수사는 현행 제도 하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제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에 대한 수사권은 어느 기관이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와 관련된 여러 논란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를 정치적 해석을 배제하고 분석해 보겠습니다.

■ 내란죄 수사권 논란 없는 기관은 경찰…경찰 > 검찰 > 공수처 순서

위에서 살펴본 내용에 비춰보면 알 수 있듯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수사권과 관련해 논란의 여지가 없는 기관은 경찰입니다. 경찰은 수사 대상의 신분이나 범죄 혐의의 종류와 무관하게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경찰이 아니라 검찰과 공수처의 현직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에 대한 수사권입니다. 그 중에서도 윤 대통령 사건을 검찰 등으로부터 이첩받아서 현재 수사하고 있는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검찰과 공수처 모두 수사 단계에서는 합법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권한에 대해서는 영장판사로부터 일단 인정을 받았습니다. 다만 검찰의 경우에는 공수처보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수사권에 대해서 더욱 강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공수처는 검찰보다는 근거가 약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 검찰과 공수처의 ‘현직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에 대한 수사권’에 대해서는 명시적 규정이나 대법원 판례가 없어서 수사 진행의 합법성을 인정받은 것과 별개로 향후 재판 진행 과정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 검찰 내란죄 수사권 2가지 논리…중앙지법 ”2번 논리 인정”

형사소송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에는 ‘검찰이 현직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를 수사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습니다. [표 1]에 나오듯이 검찰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 범죄”(검찰청법 4조 1항 1호 ‘가’목), “경찰 공무원과 공수처 공무원의 범죄” (검찰청법 4조 1항 1호 ‘나’목), 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 범죄 및 경찰·공수처 공무원의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검찰청법 4조 1항 1호 ‘다’목)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습니다. 

일단 “내란죄”는 법령에 명시적으로 그리고 열거적으로 범위가 규정돼 있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범죄”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이나 공수처에 소속된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를 검찰의 수사개시권이 명시적으로 인정되는 “경찰 또는 공수처 공무원의 범죄”로 볼 수도 없습니다. 

결국 검찰은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가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이거나, 경찰 공무원 또는 공수처 공무원의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해당하는 경우에만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에 대한 수사권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사건이 이 두 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검찰의 내란죄 수사권이 두 가지 논리에 의해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주장하는 첫 번째 논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 해당돼 검찰의 수사개시권이 명시적으로 인정되는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죄 혐의와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가 “직접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개시권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즉, 직권남용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 내란죄에 대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를 '1번 논리'라고 부르겠습니다.

1번 논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직접 관련성”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있습니다. 경찰 소속 공무원과 공수처 소속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추가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및 경찰·공수처 공무원의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법령에 그 의미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해석이 필요합니다. 이런 경우 대법원 판례가 해석의 기준이 되는데 “직접 관련성”에 대해서는 하급심 판례만 있을 뿐 대법원 판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검찰은 비상계엄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관계와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해당하는 사실관계가 대부분 겹칠 뿐 아니라 행위자 역시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이 경우에 직권남용죄와 내란죄는 “직접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관계와 행위자가 상당 부분 겹치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범죄를 “직접 관련성”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확립된 기준이 없는 상황입니다.

1번 논리의 또 다른 문제점은 설사 “직접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과연 검찰이 직권남용죄 혐의에 대해 현직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죄와 외환의 죄를 제외하면 다른 범죄에 대해서는 재직 중에는 불소추특권을 가지기 때문에 어떤 수사기관도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는 현직 대통령을 “소추”할 수 없습니다. 이 점을 근거로 “직접 관련성”의 전제가 되는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는 현직 대통령에 대해 수사개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직권남용죄와 직접 관련성을 통해서 인정되는 검찰의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권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 주장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나중에 불소추특권에 대해서 검토하는 단락에서 판단하겠습니다. 여기에서는 이와 같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만 언급해 두겠습니다.

검찰이 내란죄 혐의 수사권과 관련해 주장하는 두 번째 논리, 이른바 '2번 논리'는 경찰 공무원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서 윤 대통령 등의 내란죄 혐의에 대해 검찰의 수사개시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지호 경찰청장이나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내란죄 혐의로 기소까지 됐는데, 윤 대통령 내란죄 혐의는 경찰 공무원인 조지호 경찰청장 등의 내란죄 혐의와 공범 관계에 있습니다. 따라서 경찰 공무원의 범죄(내란죄) 혐의와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의 “직접 관련성”이 명백하게 인정되기에 검찰이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2번 논리는 1번 논리보다 간명하고 설득력이 강합니다. 첫째, “직접 관련성”이 훨씬 명확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직접 관련성”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해당 법령(검찰청법 4조 1항 1호 ‘다’ 목)이나 대법원 판례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공모 관계에 있는 범죄 사이에 “직접 관련성”이 성립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가 조지호 경찰청장 등의 내란죄 혐의와 “직접 관련성”이 있다고 보는 것에 대해서 향후 법원이 부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는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 공무원의 범죄 혐의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혐의로서 검찰의 수사(개시)권 행사 대상이 된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는 셈입니다.

2번 논리의 또 다른 강점은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관련 논란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1번 논리가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것은 검찰의 내란죄 수사권의 전제가 되는 직권남용 혐의 수사개시가 불소추특권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주장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2번 논리에서는 대통령에 대해 내란죄 혐의 수사개시를 위해 직권남용죄를 전제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경찰청장의 “내란죄” 혐의와 공범 관계에 있는 범죄로서 내란죄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2번 논리이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죄 혐의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내란죄 혐의는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의 예외이기 때문에 수사개시 여부가 논란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2번 논리는 불소추특권에 따른 수사권 논란과 무관하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9일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죄와 내란죄 혐의를 적용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위의 두 가지 논리를 모두 제시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아니라 전직 장관에 대한 사건이어서 윤 대통령 사건의 경우와 판단을 위한 요소가 약간 달라질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검찰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에게 판단을 요청한 셈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24년 12월 10일에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의 2번 논리, 즉 경찰 공무원 범죄와 공범 관계에 있는 내란죄 혐의이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논리만 명시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남천규 판사가 인정한 2번 논리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과도 무관하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남천규 판사는 검찰이 주장한 1번 논리, 직권남용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서 내란죄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권이 인정된다는 논리에 대해서는 판단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검찰은 내란죄 수사권과 관련해 두 가지 논리를 주장했다가 두 논리 중 보다 간명하고 논란이 적은 2번 논리를 통해서만 영장판사로부터 수사권을 인정받은 셈입니다. 영장 판사의 판단, 즉 영장 발부 여부는 법원이 수사 과정의 적법성을 통제하는 장치입니다. 수사 기관은 원칙적으로 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만 체포, 구속,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데,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판사는 수사의 적법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영장을 발부합니다. 따라서 영장 판사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은 일단 내란죄 혐의 수사 진행의 적법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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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장판사의 판단이 내란죄 수사권에 대한 최종적인 법률적 판단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영장판사가 발부한 영장의 유효성이 인정된다고 해도,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 내란죄 수사권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향후 본안 재판 과정에서 계속해서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앞으로 대법원에서 직권남용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수사권이 인정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경찰 공무원의 범죄 혐의와 공범 관계에 있는 범죄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판단해 검찰 수사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최종적 기준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검찰의 내란죄 혐의 수사권의 적법성은 수사 단계에서는 영장판사를 통해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지만, 최종적 판단을 위해서는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대법원의 최종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합법적으로 발부된 영장 집행을 거부하거나, 영장 발부를 통해 적법성을 인정받은 수사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영장판사에게 적법성을 인정받은 강제수사에 대해서는 절차에 응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기본입니다. 만약 수사의 적법성에 대한 영장판사 판단에 이의가 있다면 영장 집행에 대한 준항고나 체포적부심, 또는 본안 재판 등을 통해 다투는 것이 법에 정해진 방식입니다.

■ 공수처가 감행한 사상 초유의 영장 청구

그런데 검찰이 내란죄 수사권을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로부터 인정받는 과정에서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습니다. 검찰이 2024년 12월 9일에 서울중앙지법에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후 아직 영장판사가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시점인 2024년 12월 10일에 공수처 역시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입니다. 적용한 혐의도 검찰과 마찬가지로 직권남용죄와 내란죄였습니다. 게다가 공수처는 김용현 전 장관을 한 번도 조사하지 못 한 상황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이 공수처가 합법적으로 발부받은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고 있는 것은 비판을 받아 마땅한 불법행위입니다. 그러나 공수처가 윤 대통령과 공모해 내란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해서는 한 차례 조사도 없이, 심지어 검찰이 이미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황에서도 구속영장 청구를 감행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대면 조사 없이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체포영장을 반드시 집행해야 한다는 현재의 공수처 방침과 모순돼 보입니다. 윤 대통령 측 행동의 부당성과는 별개로 공수처의 비상계엄 사건 수사가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검찰이 특정 인물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후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동일한 인물의 같은 혐의에 대해서 다른 기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은 공수처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한 당일인 2024년 12월 10일에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하루 뒤인 2024년 12월 11일에 서울중앙지법 김미경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김미경 판사는 “피의자가 동일한 범죄사실로 구속됐으므로 이 사건 청구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동일한 피의자의 동일한 내란죄 혐의 등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만 발부되고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것은 단순히 검찰이 먼저 청구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검찰의 수사권은 내란죄 수사권은 인정하면서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판사가 인정한 검찰의 2번 논리는 – 검찰과 공수처가 사실상 공통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1번 논리와 달리 – 검찰만 주장할 수 있고 공수처는 주장할 수 없는 논리라는 점에 비춰보면 이런 해석에 근거가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공수처가 전례와 달리 서울중앙지법이 아니라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이유도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한 조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 1번 논리만 가능한 공수처…서부지법 "1번 논리 인정”

공수처 검사는 기본적으로 검사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공수처법이 정하고 있는 것과 배치되지 않는 범위에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사의 권한 대부분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공수처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공수처법 47조)

하지만 공수처 검사는 대검찰청 소속 검사와 달리 내란죄 수사권과 관련해 검찰이 주장했던 2가지 논리 중 1가지 논리만 주장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큰 1번 논리, 즉 현직 대통령의 직권남용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서 현직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를 공수처 검사가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만 주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논란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작고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가 이미 인정한 2번 논리, 즉 경찰 공무원 범죄(내란죄)와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로서 대통령의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는 공수처가 주장할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공수처는 검찰이 내세우는 2가지 논리 중 상대적으로 취약한 논리이자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가 판단을 보류한 논리인 1번 논리만을 근거로 윤 대통령 내란죄 혐의에 대한 수사권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공수처 검사는 왜 대검찰청 소속 검사와 달리 내란죄 수사권과 관련해 간명하고 논란의 여지가 작은 2번 논리(경찰 공무원 범죄와 직접 관련성 있는 내란죄 수사권)는 주장할 수 없고, 논란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큰 1번 논리(직권남용죄와 직접 관련성 있는 내란죄 수사권)만 주장할 수 있는 것일까요? 공수처법의 구조가 그렇게 설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두 가지 종류의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수처법 3조 1항 1호). “고위공직자 범죄”와 “고위공직자 범죄의 관련 범죄”입니다. “고위공직자 범죄”란 공수처법 2조 1호에 규정된 고위공직자(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판사, 검사, 고위 경찰관 등) 또는 그 가족이 저지른 범죄 중 공수처법 2조 3호에 규정된 범위에 속하는 범죄를 말합니다. 이 범위에 직권남용죄는 들어가지만 내란죄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고위공직자 범죄의 관련 범죄”는 공수처법 2조 4호에서 몇 가지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 사건과 관련하여 의미가 있는 규정은 2조 4호의 ‘가’ 목과 ‘라’목입니다. 고위공직자와 공범 관계에 있는 자가 범한 범죄 중 2조 3호의 범위에 있는 범죄이거나(‘가’목),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그 고위공직자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라’목)입니다.

일단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가 “고위공직자 범죄”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대통령의 범죄 혐의 중 공수처법 2조 3호에 규정된 범위에 있는 범죄만이 공수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위공직자 범죄”가 되는데, 직권남용죄와 달리 내란죄는 2조 3호의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가 “고위공직자 범죄의 관련 범죄”가 되는 경우에만 이에 대한 수사권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 범죄”가 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조건(공수처법 2조 4호 '가'목, '라'목) 중 하나를 만족해야 합니다.

우선 “고위공직자 범죄의 관련 범죄”가 되기 위해서 '고위공직자와 공범 관계에 있는 자가 범한 2조 3호의 범위에 있는 범죄'라는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공수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검찰이 수사권을 주장하면 내세웠던 2번 논리와 비슷하게, 고위공직자(경찰청장)와 공범 관계에 있는 자인 대통령의 범죄 혐의에 대해 공수처 검사의 수사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란죄는 공수처법 2조 3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위에서 빠져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경찰청장이 공범 관계에 있더라도 윤 대통령의 내란죄를 2조 4호 ‘가’목에 근거해 “고위공직자 범죄의 관련 범죄”로 해석해 수사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공수처는 검찰이 주장했고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가 인정했던 내란죄 수사권 2번 논리는 주장할 수 없습니다.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권과 관련해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논리는 공수처법 2조 4호 ‘라’목에 근거한 것입니다.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그 고위공직자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가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죄라는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그 직권남용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고위공직자인 윤 대통령이 범한 죄이기 때문에 공수처의 수사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쉽게 눈치챌 수 있듯이 이는 검찰이 내란죄 수사권을 주장하면서 내세웠던 1번 논리, 즉 “직권남용죄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서의 내란죄 수사권이 있다는 논리와 사실상 동일한 것입니다.  공수처는 검찰이 내란죄 수사권과 관련해 제기했던 두 가지 논리 중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가 인정한 2번 논리는 주장하지 못 하고,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판단을 보류했던 1번 논리만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검찰의 1번 논리와 관련해 불거지는 논란 - “직접 관련성” 범위에 대한 해석 논란 그리고 대통령 불소추특권 적용 논란 – 역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과 관련해 똑같이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공수처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혐의 수사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불법인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수사 과정의 적법성 여부를 통제하는 장치는 영장판사가 발부하는 영장입니다. 영장 판사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다는 것은 해당 수사기관의 수사가 일단 적법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입니다. 공수처는 비록 검찰처럼 2가지 논리, 특히 논란의 여지가 더 작고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가 인정한 바 있는 2번 논리는 주장하지 못 하지만, 1번 논리만 가지고서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수색영장을 발부받았습니다. 공수처 수사권의 적법성 역시 영장판사로부터 인정받은 것입니다.

물론 검찰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해 설명할 때 언급한 것처럼 영장판사의 판단을 최종적인 법률적 해석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특히 직권남용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서 내란죄 혐의 수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때 “직접 관련성”의 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령이나 대법원 판례가 없기 때문에 향후 본안 재판에서도 수사권의 적법성 여부가 계속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수사 단계에서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권의 적법성을 인정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영장판사가 적법성을 인정한 이상, 정당하게 발부된 영장 집행에 수사 단계에서 물리적으로 저항하는 것은 불법행위입니다.

정리하면, 공수처는 검찰이 주장했던 2가지 논리 중 상대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더 많고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는 판단을 보류했던 1번 논리만 가지고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권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 영장판사는 1번 논리만 가지고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역시 수사단계에서 법관으로부터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근거는 경찰은 물론 검찰보다도 취약하고, 검찰의 수사권과 마찬가지로 향후 본안 재판 등에서 계속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수사권과 관련해 경찰(논란 없음) > 검찰 > 공수처의 순서로 강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수처의 상대적으로 취약한 논리를 인정한 서울서부지법 영장판사의 판단 자체는 정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윤 대통령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감안하면 공수처가 직권남용죄와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로서 내란죄를 수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서부지법 영장판사의 판단은 위헌이고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대통령 관저에 대한 수색영장 집행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의 적용의 예외로 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수색영장에 포함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서울서부지법 영장판사의 판단이 위헌적이며 위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서울서부지법 판사는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해 관할이 없고, 공수처가 '판사 쇼핑'을 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와 같은 주장들은 타당한 것일까요? 일단 불소추특권 논란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불소추특권 때문에 수사개시 불가?…다수설·전례 따르면 ‘가능’

윤석열 대통령 측이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가 불법이고, 이를 인정한 서울서부지법 영장판사의 영장 발부 역시 위헌적이고 위법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입니다 (헌법 84조). 현직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한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 특권을 가진다는 조항입니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는 형사상의 소추(공소제기)를 전제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불소추특권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 내란죄 또는 외환죄를 제외한 범죄에 대한 수사 개시를 불허하는 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해서 직권남용죄 혐의 수사개시 자체가 불가능하고, 직권남용죄로 수사를 개시한 것을 전제로 해 직권남용죄와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로서 내란죄 혐의에 대해 수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윤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 주장입니다.

그러나 불소추특권과 관련된 다수설과 전례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개시가 불가능하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과 배치됩니다. 법제처가 2010년 3월에 발간한 《헌법 주석서 III》에는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에 대해서 “법원의 재판을 전제로 하는 공소의 제기와 이와 연관된 체포나 구속이 금지되는 것이므로 수사기관의 수사는 가능하다.”라고 설명돼 있습니다 (605쪽). 내란 또는 외환의 죄가 아닌 다른 범죄의 경우에도 소추(공소 제기)는 불가능하고 체포와 구속도 금지되지만, 그 외의 수사, 특히 강제성이 없는 임의수사와 수사의 개시는 가능하다는 견해를 가장 권위 있는 학설을 반영하는 헌법 주석서가 채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사례도 불소추특권 때문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죄 혐의 수사 개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구성된 검찰의 특별수사본부는 2016년 11월 20일에 최서원 씨와, 안종범 전 수석 등을 기소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뇌물죄 등의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에게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하기 이전이기 때문에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현직 대통령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박 전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의 죄가 아닌 범죄 혐의로 수사를 개시하고, 출석 조사와 같은 임의 수사를 진행하려고 시도했던 것입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형사재판에 회부했는데, 형사재판에서도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일 때 수사를 개시한 점이 위법하다는 판단은 없었습니다. 즉, 박 전 대통령 사건의 전례에 비춰봐도 현직 대통령에 대해 내란 또는 외환의 죄가 아닌 혐의로 수사를 개시하는 것 자체는 적법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때문에 공수처는 직권남용죄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없고, 직권남용죄와 “직접 관련성” 있는 혐의로서 내란죄를 수사하는 것도 위법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측 논리는 다수설과 전례에 비춰볼 때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불소추특권을 근거로 서울서부지법 영장판사의 판단이 위헌적이고 위법적이라고 주장하는 윤 대통령 측 주장도 인정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불소추특권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 등을 청구해 수사권의 적법성을 인정받은 것과 관련된 논란은 남습니다. 서울서부지법이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을 판단할 법적 “관할”이 있느냐, 법률적으로 “관할”이 있더라도 이와 같은 행위를 전례와 어긋나는 ‘판사 쇼핑’이라는 편법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 서부지법 이순형 판사가 수색영장에 기재한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적용 예외’라는 문구를 기재했다는 이유로 영장이 위헌적이고 무효라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 서부지법의 윤 대통령 사건 영장 “관할”은 합법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단과 일부 지지자들은 서울서부지법이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을 발부한 것 자체가 “관할” 위반이라서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주장입니다.

윤 대통령 지지자 중 일부는 “수사처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고위공직자범죄등 사건의 제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관할로 한다.”는 공수처법 31조를 근거로 서울중앙지법이 공수처가 청구하는 영장에 대해서도 관할을 가진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조문을 잘못 해석한 것입니다. 31조는 “수사처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사건에 대해서 서울중앙지법의 관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사건은 공수처 검사가 수사권만 가지고 있고 기소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건이라서, “수사처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사건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31조는 윤 대통령 내란죄 혐의 사건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설사 31조 조문에 따라 관할을 정하더라도, 31조 조문 후단에 범죄지 등을 고려해 서울중앙지법원이 아니더라도 형사소송법에 따른 관할 법원에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도 규정돼 있기 때문에 범죄 혐의가 발생한 장소를 관할하는 법원 등도 관할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수처 검사가 수사권만 가지고 있는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관할 법원을 어디로 해석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서는 공수처법 조문 자체는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럴 경우 일반법인 형사소송법에 따른 관할 원칙이 적용됩니다. 형사소송법은 범죄가 발생한 장소를 관할하는 법원의 사건에 대한 관할(범죄지 관할)과 피의자가 거주하는 장소를 관할하는 법원의 사건에 대한 관할(주거지 관할) 등을 인정합니다. 윤 대통령 사건의 경우 범죄 혐의 발생 장소 중 한 곳인 대통령실과 피의자인 대통령이 거주하는 장소 모두 서울시 용산구이기 때문에 서울시 용산구를 관할하는 서부지방법원 역시 관할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서울중앙지법도 관할을 가집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다만, 공수처가 제정한 행정규칙인 공수처 사건사무 규칙 28조에 공수처가 수사권만 가지고 있는 사건의 처리와 관련해 수사 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 검사에게 “공소제기 요구”를 해야 하고, 이 경우 공소제기요구결정서와 관련 기록을 송부하는 대상으로 “서울중앙지검 검사”만을 지정하고 있는 점이 논란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규칙 조문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검사에 대응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만의 관할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이 서울중앙지법 관할을 1차적으로 상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일반법인 형사소송법의 원칙이 배제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사건사무규칙의 모법이 되는 공수처법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모두 사건에 대해서도 범죄지 등을 고려해 형사소송법 일반 원칙에 따라 관할이 정해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공수처가 수사권만 가지는 사건에 대해 형사소송법 일반 원칙에 따른 관할 적용이 부정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리하자면, 공수처 검사가 기소권은 없고 수사권만 가지는 범죄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당연히 관할을 가지지만, 일반법인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다른 관할 지정 방식(범죄지 관할, 주거지 관할 등)에 따른 관할권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가 범죄를 저지를 장소(범죄지) 또는 피의자가 거주하는 장소(주거지)를 관할하는 법원도 영장에 대한 관할권을 가진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비상계엄 사건의 경우 범죄 혐의가 발생한 장소(대통령실)도 서울시 용산구이고,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거주하는 장소(대통령 관저)도 서울시 용산구입니다. 서울시 용산구를 관할하는 법원은 서울서부지법입니다. 따라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해 관할을 가지는 점은 명백하지만, 서울서부지법 판사 역시 윤 대통령 영장에 대해 합법적인 관할을 가지는 것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만 관할을 가지고, 서부지법은 관할이 없으므로 서부지법 판사가 발부한 영장은 위헌이고 위법이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 측과 정반대 정치적 입장을 취하는 법률가 중 일부는 공수처법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면 오히려 서울중앙지법은 영장 관할이 없고, 서울서부지법만이 관할을 가진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이 역시 잘못된 주장입니다. 

이들은 서울중앙지법에 원칙적인 1심 재판관할을 부여한 공수처법 31조는 공수처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사건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공수처법 31조는 공수처 검사가 수사권만 행사하는 윤 대통령 사건의 경우 공수처법 31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고, 그렇게 되면 형사소송법의 일반적 원칙에 따라 토지관할(범죄지 관할과 주거지 관할 등)을 가지는 서울서부지법만이 관할을 가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도 관할을 가진다는 해석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앞서 검토한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의 취지와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고 형사소송법의 일반적 관할 원칙과도 맞지 않는 주장입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28조에서 공수처 검사가 수사권 있고 기소권은 없는 범죄에 대해서 공수처 검사가 공소제기 요구 결정을 하면서 결정서와 관련 기록을 “서울중앙지검 검사”에게만 송부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에 대응하는 서울중앙지법 이외의 법원도 형사소송법 일반원칙에 따라 관할을 가질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거꾸로 서울중앙지법이 관할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조문의 취지와 배치되는 것입니다. 

또 형사소송법에 따른 일반적 원칙인 토지관할은 범죄지 관할 등을 의미하는데, 범죄지는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가 발생한 장소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를 구성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사실 중 일부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관할하는 장소에서 발생했다면 중앙지법이 형사소송법 일반 원칙에 따라서도 토지관할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비상계엄 사건의 경우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 관할인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안가에서 조지호 경찰청장 등에게 국회 통제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중앙지법에도 토지관할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형사소송법 5조는 “토지관할을 달리하는 수 개의 사건이 관련된 때에는 1개의 사건에 관하여 관할권 있는 법원은 다른 사건까지 관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관련 사건”의 의미에 대해서 형사소송법 11조 2호에서는 “수인이 공동으로 범한 죄”가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공동으로 내란죄를 범한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장관 등에 대해 정당한 토지관할을 가지고 현재 재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중앙지법은 형사소송법 5조와 11조에 따라서도 윤석열 대통령 사건에 대해서 정당한 관할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서부지법에는 관할이 없고 중앙지법에만 관할이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주장이나, 서부지법에는 확실히 관할이 있지만 오히려 중앙지법이 관할이 없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반대 논리 모두 정치적인 이유로 법률의 의미를 오도하는 주장에 가깝습니다. 양 쪽 모두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법률 해석을 왜곡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의 영장 관할이 ‘합법’이라는 점이 인정된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이 아니라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것이 관할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서 합법이라고 해도, 편법적인 ‘판사 쇼핑’에는 해당한다는 문제가 제기되는 것입니다.

■ 공수처의 ‘판사 쇼핑’,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

‘판사 쇼핑’이 무엇인지부터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이 아니라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것이 ‘판사 쇼핑’이라는 주장에 대해 서부지법에도 관할이 있으므로 공수처가 ‘판사 쇼핑’을 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그러나 이는 논점 일탈입니다. ‘판사 쇼핑’은 기본적으로 불법이 아니라 편법을 비판할 때 동원되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판사 쇼핑’의 대표적 사례는 재판 당사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은 법관에게 사건이 배당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해당 법관과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을 자신의 변호사로 선임하는 행위입니다. 이 경우 해당 법관은 사건을 배당받더라도 기피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재판을 맡지 못 합니다. 이런 소송 전략은 분명히 합법입니다. 하지만 ‘판사 쇼핑’이라는 비판을 받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법적으로 허용되는 행위라고 해서  ‘판사 쇼핑’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공수처가 중앙지법이 아니라 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행위의 적정성에 대해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공수처가 어느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왔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그런데 전례에 비춰보면 공수처의 목적이 유리한 판사를 선택하려는 ‘판사 쇼핑’이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특히 공수처가 지난해 12월 10일에 윤석열 대통령과 공범 관계에 있는 김용현 전 장관의 내란죄 혐의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서부지법이 아니라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는 사실이 눈에 띕니다. 김용현 전 장관의 혐의는 윤석열 대통령 혐의와 사실상 동일합니다. 때문에 윤 대통령 사건에 대해 서울서부지법의 범죄지 관할이 인정된다면, 당연히 김용현 전 장관 사건에 대해서도 서부지법 관할이 인정되는 것입니다. 주거지 관할의 관점에서도 김용현 전 장관의 주거지 역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장관 공관 또는 서울 서대문구 개인 자택으로 볼 수 있으니 용산구와 서대문구를 담당하는 서부지법 관할이 인정됩니다. 그럼에도 공수처는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는 윤 대통령 영장 때와 달리 서부지법이 아니라 중앙지법을 선택했습니다. 

공수처 입장에서는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부지법이 아니라 중앙지법에 청구한 것은 공수처보다 하루 앞서 검찰이 이미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중앙지법에 청구한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법원에서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서부지법이 아니라 중앙지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검찰이 이미 구속영장을 청구해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동일한 인물에 대한 동일한 혐의를 적용한 구속영장을 동일한 법원에 청구하는 황당한 일을 애초에 왜 감행했는지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김용현 전 장관 구속영장 이외에도 그동안 대부분의 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해 왔습니다. 특히 공수처는 지금까지 청구한 모든 구속영장을 - 군사법원이 독점적 관할을 가지는 현직 군인에 대한 영장을 제외하면 -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서울중앙지법에만 청구했습니다. 손준성 (당시) 대구고검 검사 등 피의자의 주거지 등이 서울중앙지법 관할이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도 모두 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공수처 측은 일부 사건에서 압수수색 영장 등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아닌 법원에 청구한 사실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압도적 다수의 사건에서 범죄지나 피의자의 주거지를 관할하는 법원 대신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을 청구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수색영장을 서울중앙지법이 아니라 서울서부지법에 평가한 것은 그동안의 전례와 어긋납니다. 유리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큰 판사를 고르기 위한 ‘판사 쇼핑’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것은 합법이지만, 편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왜 공수처는 중앙지법 대신 서부지법을 선택했을까?

그렇다면 공수처는 왜 중앙지법보다 서부지법에서 영장 심사를 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일까요? 이는 객관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영역입니다. 하지만 검찰과 공수처가 그동안 주장했던 논리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중앙지법의 판단을 검토하면 공수처가 중앙지법을 더 껄끄럽게 생각했을 만한 이유를 추정할 수는 있습니다.

공수처 입장에서 가장 껄끄럽게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은 공수처가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해 내란죄와 직권남용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가 기각했다는 사실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영장 청구는 검찰이 하루 전에 동일 인물인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해서 동일 혐의인 내란죄와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일이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 역시 공수처의 영장 청구를 기각하기는 했지만 명시적인 기각 사유는 이미 동일한 인물에 대해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수처 입장에서는 검찰과 공수처가 하루 차이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황에서 서울중앙지법이 - 검찰이 먼저 청구한 것이기는 하지만 - 검찰에만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공수처의 청구는 기각한 것을 부담스럽게 느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검찰과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권을 주장하면서 내세운 논리와 이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의 판단을 검토하면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의 영장 심사를 더욱 부담스럽게 느낄 만한 이유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지만 검찰은 서울중앙지법에 김용현 전 장관의 내란죄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두 가지 논리를 제시했습니다. 1번 논리는 직권남용죄와 직접 관련성이 잇는 범죄로서 김용현 전 장관의 내란죄 역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였고, 2번 논리는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 공무원의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서 김용현 전 장관의 내란죄에 대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앞서 분석했듯이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을 주장하면서 검찰이 주장한 1번 논리와 동일한 논리만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수처법 구조상 2번 논리는 주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는 검찰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하는 취지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이 주장한 논리 중 2번 논리만 인정하고 1번 논리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습니다. 공수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주장할 수 없는 2번 논리만 인정하고, 자신들 논리와 동일한 1번 논리에 대한 판단은 보류한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에게 심사를 받는 것이 불리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인 셈입니다.

정확한 이유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수처는 이와 같은 이유로 대부분 경우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을 청구해 온 그간의 전례를 깨고, 자신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서부지법 판사를 이례적으로 '쇼핑'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이 이 모든 과정은 합법의 범위에 있습니다. 하지만 공수처의 서부지법 선택이 '판사 쇼핑'이 아니라고 애써 두둔하는 것은 합리적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영장 청구를 한 것은 특정한 목적 달성을 위해 편법에 가까운 이례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110조 예외’ 기재는 이례적…하지만 합법성은 명확

그런데 서부지법의 영장 발부와 관련해 불거지는 또 하나의 논란이 있습니다.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발부한 수색영장 등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입니다. 이순형 판사가 발부한 수색영장 등은 위헌적이고 위법적이라 무효라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단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은 정당할까요?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공수처가 청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과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대통령 관저 수색영장을 지난해 12월 31일에 발부했습니다. 이 중 특히 논란이 된 것은 수색영장이었습니다. 공수처 측이 발부된 수색영장에 집행 시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의 예외로 한다’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110조 1항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입니다. 111조 1항은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관하여는 본인 또는 그 당해 공무소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입니다. 두 조항 모두 대통령 경호처가 비상계엄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사무 공간이나 대통령 관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근거로 활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서부지법 이순형 영장판사는 수색영장에 형소법 110조와 111조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기재함으로써 윤 대통령 측의 핵심적 방어 수단을 법률적으로 무력화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인단은 특정 조항의 효력을 판사가 정지한 것은 위헌적 행위이고 입법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서울서부지법에 수색영장 등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습니다. 동시에 헌법재판소에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법률가들은 아직 집행되지 않은 영장에 대해서 사전에 이의를 신청하는 절차는 우리 법 체계에 존재하지 않고, 권한쟁의심판 역시 영장 발부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절차로 이용되기 어렵다며 윤 대통령 측 대응이 절차적으로도 무리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형소법 110조, 111조의 예외로 한다는 영장 기재가 위헌이고 위법이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 내용의 옳고 그름과 별개로 윤 대통령 측이 문제를 제기한 절차가 유효하지 않다는 평가였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이의신청 사건을 재판한 서울서부지법 마성영 판사는 지난 1월 5일에 이의신청을 기각하면서 절차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윤 대통령 측 주장 자체도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마 판사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피의자인 윤 대통령의 소재를 수색할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110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윤 대통령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수색영장에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기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법원이 위와 같은 해석론을 확인하는 의미에서 기재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법령의 해석이라는 사법권의 범위 내에서 법관이 할 수 있는 행위이지 이를 입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결정문에 적시했습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지난 1월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형소법 110조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물적인 압수수색과 인적인 체포수색은 달리 추구하는 것이 맞다는 게 다수 학설”이라면서 서부지법 영장판사는 주류적 학설을 “확인적 의미”에서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판사가 법의 효력을 정지하거나 입법한 것이 아니라 영장 집행과 관련한 법령에 대한 해석론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영장에 기재한 것이라 영장의 유효성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영장판사가 집행과 관련되는 법령의 해석론을 확인적인 의미로 영장 기재하는 것 자체는 아주 이례적인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 등 디지털 증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의 경우 법령 또는 영장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집행하는 범위에서 디지털 정보에 대한 압수가 정당화할 수 있다고 영장판사가 영장에 기재해 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지난 2016년 9월에는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가 고 백남기 농민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영장 집행 과정에서 “부검의 시기·방법·절차, 부검 진행 경과 등에 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건을 기재한 적도 있습니다. 영장판사가 영장을 발부하면서 집행과 관련된 법령의 해석론을 제시하거나 집행 조건을 부과하는 것을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따라서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판사가 ‘형소법 110조, 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기재해 발부한 대통령 관저에 대한 수색영장을 위법이나 무효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서부지법 이순형 판사의 이와 같은 “확인적 의미"의 기재의 (합벙성이 아닌)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영장판사가 집행과 관련된 법령을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확인하는 의미로 자신의 견해를 영장에 기재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이는 피의자 측의 방어권을 보호하고 수사기관의 권한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 기본입니다. 영장주의의 핵심은 피의자의 권리 보장과 수사기관 권한 통제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보호해야 하는 피의자는 결백한 피의자나 많은 사람과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피의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대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권리도 보장해야 하고, 수사기관의 권한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 영장주의의 기본 원칙입니다. 

실제로 앞서 기재 사례로 제시됐던 디지털 증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나 고 백남기 농민 부검 영장의 경우에도 피의자 측의 권리를 보호하고 수사기관의 권한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에 대한 해석론 등이 기재된 것이었지 그 반대는 아니었습니다. 윤 대통령 관저에 대한 수색영장의 경우 경호처가 형사소송법 110조를 근거로 수색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 명확한 상황에서, 110조를 배제한다는 견해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영장 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영장 발부의 전제조건을 밝히기 위해 피의자 측에 불리한 방향의 해석론 역시 확인적 의미로 기재할 수밖에 없었다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해석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는 조항에 대해 피의자 측에 불리한 방향의 해석을 확인적 의미로 영장에 기재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불거질 여지가 있습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국회에서 ‘형소법 110조 제외’라는 기재에 대해서 “확인적인 의미로 보이지만, 확인적이라고 하면 굳이 쓸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그런 지적들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판사가 발부한 수색영장에서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의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기재 내용은 피의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방향의 해석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제기될 여지는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합법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는 영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믿고 싶은 주장 대신 합리적인 주장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수사권 그리고 영장 발부와 관련해 제기된 거의 모든 쟁점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다시 한번 결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비상계엄 사건 수사와 관련해 지금과 같은 혼란이 초래된 것은 지난 정부에서 진행된 이른바 '수사 구조 개혁'이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이다.

▶ 내란죄 수사권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없는 기관은 경찰이다. 내란죄 수사권과 관련해 논란이 없는 순서대로 나열하면 경찰 > 검찰 > 공수처라고 볼 수 있다.

▶ 검찰은 경찰보다 내란죄 수사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약하다. 하지만 검찰 역시 내란죄 혐의가 적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과정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판사로부터 내란죄 수사권을 일단 인정받았다.

▶ 공수처는 경찰은 물론 검찰보다도 내란죄 수사권의 근거가 취약하다. 하지만 공수처 역시 내란죄 혐의가 적용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등을 발부받는 과정에서 서울서부지방법원 영장판사로부터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받았다.

▶ 검찰과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은 향후 김용현 전 장관이나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재판 과정에서 계속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공수처가 내란죄 혐의 수사권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논리에 대해 확립된 대법원 판례 등이 없기 때문이다.

▶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방법원 영장판사로부터 발부받은 수색영장과 체포영장은 합법적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뿐만 아니라 서부지법에도 사건에 대한 관할이 존재한다.. 

▶ 하지만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이 아니라 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이 이례적인 것은 분명하다.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체포영장 등을 청구한 것을 두고 ‘판사 쇼핑’이고 편법에 가깝다고 비판할 여지도 충분하다. 공수처가 중앙지법보다 서부지법이 더 유리한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추정할 만한 상황이 존재했다.

▶ 서부지법 영장판사가 피의자 측에 불리한 방향의 법령 해석론을 영장에 기재한 것도 이례적으로 평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서부지법 판사가 확인적 의미에서 해석론을 기재한 것은 위법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해당 영장이 무효라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긴 글을 통해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쟁점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려고 노력한 것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파적으로 오염된 주장이 너무나 많이 유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정치적 사건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혐의 수사라는 초유의 과정이 허술하게 설계된 제도 하에서 진행되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각자가 믿고 싶은 주장을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면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상대의 부적절한 주장을 빌미 삼아 불법 옹호하고 법치에 대한 저항을 정당화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지금의 헌법적 위기 상황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정치적, 사회적 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글이 객관적 사실 그리고 통상적인 기준에 대해 시민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벌어지는 혼란을 교훈 삼아 이후에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수사가 혼란 없이 실질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가 다시 설계되기를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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