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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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 한 달 이상 정국이 요동치면서 연말 연초 극장가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텐데요, 극장가는 타격을 좀 입었죠?
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대하면서 경제도 어렵고 내수도 위축됐는데 극장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한 "하얼빈"이 개봉 9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서울의 봄"을 앞지르는 흥행 성적을 보이는가 싶었는데, 이후로는 주춤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연말연시에 관객들이 많은 찾은 영화 "소방관"과 "하얼빈"의 공통점은 극단적인 난관 속에서도 자기를 희생해 시민을 구하거나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인물이 나오는 영화라는 겁니다. 지금 이 시국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인물을 스크린에서라도 보고 싶은 관객들의 마음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그렇군요. 자, 오늘 다룰 첫 번째 영화로 가볼까요? 제목이 "시빌 워", '내전'이라는 뜻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내전이 벌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미국도 트럼프 등장 이후 굉장히 극단주의와 내부 분열이 심화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미국에서도 1860년대 일어났던 남북전쟁같은 내전이 또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는 예측과 의견들이 유력한 언론과 명사들의 입을 통해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이 영화에서는 미국에서 누가 누구와 내전을 벌입니까?
미국 대통령측과 캘리포니아-텍사스주의 서부연합군이 서로 군대까지 동원해 전쟁을 벌입니다. 이 내전의 원인은 영화에서 정확히 나오지 않는데요, 다만 14개월 동안이나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는 3선 대통령이 FBI를 해체하고 민간인 공습을 명령한 걸로 영화 속 인물들의 대화로 전해집니다.
Q. 그렇다면 이 영화는 전쟁 영화라고 보면 될까요?
전쟁 영화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시빌 워"는 미국 독립·예술 영화의 명가로 우리에게는 "미나리"의 제작사로 잘 알려진 A24가 제작한 첫 번째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블록버스터라는 점, 그리고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 장면을 A.I로 제작했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한 포스터를 보면 이 영화를 전쟁 영화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미국의 내전을 취재하는 저널리스트들을 따라가는 로드 무비 형식을 취한 액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의 베테랑 사진기자인 리와 그의 동료들은 백악관에 틀어박혀서 영상 담화만 내고 있는 대통령을 인터뷰하는 특종을 잡기 위해 내전으로 엉망이 된 국토를 가로 질러 목숨 걸고 워싱턴으로 향합니다. 생사의 갈림길을 넘어 백악관 코 앞까지 접근한 이들은 서부연합군의 백악관 공격을 따라서 드디어 백악관까지 들어가게 됩니다. 카메라 들고 찍기로 촬영된 이 엔딩 시퀀스의 백악관 전투 장면은 상당히 실감나게 그려져서 이 부분만 떼어낸다면 전쟁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씰 출신의 전쟁 영화 기술 고문이 자문하고 실제 전직 군인들이 출연했다고 합니다.
Q. 이 영화에서 이 위원이 특히 인상깊게 본 장면이 있다구요?
네, 주인공인 기자들이 워싱턴으로 가다가 군인처럼 보이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붙잡히는 장면인데요, 군복을 입고 소총으로 무장한 이들은 정부군인지 서부연합군인지, 민
병대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민간인으로 보이는 수십 명을 구덩이에 파묻고 있던 이들에게 기자가 두려움에 떨면서 얘기하는 대목입니다. 잠깐 들어보시죠.
우리 모두 미국인입니다.
네 그런데요. 어느 쪽 미국인이죠?
극단으로 갈라진 미국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영화는 양극화된 미국의 현실과 사회가 양분되면서 고민에 빠진 언론의 모습을 비춥니다. 지금 같은 시국에 보고 경각심을 가질만한 영화입니다.
Q. 다음은 한국 영화 두 편이네요. 송중기 주연의 "보고타" 그리고 코미디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군요. 먼저 "보고타"는 어떤 영화입니까?
보고타는 남미 안데스 산맥의 고원에 위치한 콜럼비아의 수도 이름이죠. 한국에서 가기는 까다로운 곳인데, IMF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어 쫓기듯이 보고타로 이민을 오게 된 19살 국희의 성장담입니다.
송중기가 맡은 국희라는 캐릭터는 타고 난 성실성을 높이 평가받아 현지의 한국인 실력자 밑에서 일을 배우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한인 사회의 실력자로 부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일이라는 게 한국산 의류 밀수입니다. 믿음과 배신, 그리고 사업과 우정이 보고타를 배경으로 범죄 드라마로 펼쳐집니다.
<송중기 인터뷰>
다크하거나 마이너한 성향의 캐릭터를 표현해보고 싶은 저만의 욕망이 조금 있어서 그런 작품들을 요즘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는 송중기 배우 이외에도 이희준, 박지환, 조현철 등 이 영화가 제작될 팬데믹 당시에는 지금만큼은 유명하지 않았던 실력있는 배우들이 나오는데요, 그들의 모습을 지켜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Q. 다음 영화인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최근 화제작이었던 영화 "히든 페이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박지현 주연의 영화네요.
네, 김대우 감독의 "히든 페이스"도 청불이었는데, 이 영화도 청불입니다. 하지만 "히든 페이스"가 에로틱 스릴러였던데 반해 이 영화는 코미디입니다. 박지현 배우는 "히든 페이스"보다 앞서서 이 영화를 찍었는데 개봉은 이 영화가 더 늦게 하게 됐습니다.
동화작가였던 아버지의 뒤를 따라 동화 작가로 성공하고 싶은 단비는 생계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청소년보호팀에서 음란물을 단속하는 일을 합니다. 하지만 교통 사고를 내는 바람에 거액의 배상금을 갚기 위해 퇴근 후에는 성인 웹소설을 쓸 수 밖에 없게 되죠. 동화 작가 지망생이자 음란물 단속 공무원이 몰래 성인용 웹소설을 쓰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이 영화를 뼈대를 이룹니다.
소소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팝콘 무비입니다.
Q. 다음 영화는 어떤 영화입니까?
흔히 '슈퍼카'라고 불리는 고가의 스포츠카들이 있지요. 이 말을 처음 쓴 자동차 회사는 이탈리아의 람보르기니라고 하는데요, 람보르기니는 오늘 소개해드릴 바로 이 차를 넘어서기 위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편 앵커도 아실텐데 바로 '페라리'라는 차입니다. 빨간색과 말 로고로 유명한 차죠.
바로 이 페라리를 만든 엔지니어이자 그 스스로도 레이서였던 페라리의 창업자 엔초 페라리를 다룬 전기 영화입니다. 지난 2019년에도 맷 데이먼, 크리스천 베일 주연의 "포드V페라리"라는 영화도 나왔었죠. 그만큼 호기심을 끄는 자동차이자 인물이 바로 페라리와 엔초 페라리입니다.
Q. 일단 누가 엔초 페라리 역할을 맡았는지 궁금한데요?
이 영화는 "히트", "콜래트럴" 등을 만든 할리우드의 베테랑 감독 마이클 만의 작품인데요, 미국 영화인만큼 주연인 엔초 레파리역은 스타워즈 등으로 잘 알려진 연기파 배우 아담 드라이버가 맡았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상당히 실제 페라리와 비슷해서 분장을 하고 처음에 선글라스를 쓰고 나올 때는 아담 드라이버가 맞는지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페라리와 180cm 후반으로 키도 거의 같고, 또 3년 전에 아담 드라이브는 "하우스 오브 구찌"라는 영화에서도 구찌사의 회장인 마우리치오 구찌 역을 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비교적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Q. 영화가 페라리라는 회사가 창립할 때부터를 다룹니까? 페라리의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영화는 1950년대 후반 페라리사가 파산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시작합니다. 워낙 유명한 스포츠카였지만 일년에 100대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회사의 재정 상태는 엉망이었습니다. 따라서 주변에서는 피아트나 포드같은 대형 자동차 제조사들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하지만 페라리는 누구의 통제도 받기 싫어하는 성격입니다. 엔초 페라리는 협상을 할 때 우위에 서기 위해 승부수를 던집니다.
레이싱 트랙이 아닌 이탈리아 전역의 공도 1000마일을 달리는 '밀레 밀리아'라는 대회에 출전해 페라리의 우승을 노리는 겁니다. 영화는 이 레이싱 과정과 아내와 숨겨둔 애인 사이를 오가는 이중 생활을 하는 엔초 페라리의 개인사를 씨줄과 날줄로 해서 이야기를 펼쳐 나갑니다.
"포드V페라리" 같은 본격 레이싱 영화는 아니지만 드라마와 레이싱 액션을 적절히 배합했습니다. 1957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를 먼저 보고, 1960년대 중반이 배경인 "포드V페라리"를 보고 2023년 개봉했던 영화 "그란 투리스모"를 보면 슈퍼카와 레이싱 카의 역사와 세계를 흥미롭게 따라가실 수 있을 겁니다.
Q. 자, 이제 마지막으로 놓치기 아까운 영화 두 편, 짧게 정리해주시죠.
제목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쇼잉 업"과 "더 폴:디렉터스 컷"입니다.
"쇼잉 업"은 미국을 대표하는 독립영화 감독 켈리 라이카트의 2022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데 좀 늦게 국내 개봉을 했습니다. 중요한 전시회를 준비하는 한 무명 예술가의 일상을 침범하는 크고 작은 일 때문에 흔들리는 마음 속에서도 꿋꿋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한 섬세한 예술가를 들여다 봅니다. 영화를 본 뒤 하루 이틀 지나고부터 여운이 올라오는 그런 영화입니다.
"더 폴: 디렉터스 컷"은 한마디로 놓치면 후회할, 흥행에서는 저주받은 걸작입니다. 한국에서는 2008년 개봉했던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의 감독판 재개봉작인데요, CGI나 세트를 거의 쓰지 않고 세계 각국의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장소에서 촬영한 모험 환타지 드라마로, 지금 놓치면 언제 극장에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아직 60개 넘는 스크린에 걸려있습니다.
※ 원고 내용은 뉴스 라이브 방송과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SBS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