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쓴 어르신, 원피스 입은 소녀…현대사진 선구자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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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진작가 임응식은 자연스러운 구도와 극적인 대비로 사진을 예술로 승화시킨 한국 현대사진의 선구자로 불립니다. 한국전쟁 직후 팍팍한 현실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재구성했습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임응식:아르스 포토그라피카 / 24일까지 / 예화랑 창덕궁점]

갓을 쓰고 흰 도포를 차려입은 어르신들이 용산의 한강변 기찻길 옆으로 줄지어 걸어가고,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는 흰 원피스 차림의 소녀는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세상과 세대의 변화를 암시하는 듯한 구도입니다.

벙거지를 쓴 채 고개를 숙인 구직자가 반들거리는 미도파 백화점의 대리석 벽에 기대 서 있고, 그 뒤로는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악수하는 두 남자가 대비를 이룹니다.

폭격으로 건물 벽은 무너져 내렸고 화약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지만, 저 멀리 인천 답동 성당은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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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임응식은 1950~60년대의 현실을 회화적 구도로 재구성했습니다.

[유애리/예화랑 큐레이터 : 날 것 그대로의 아름다움, 그리고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리고 사진 속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어떤 그런 따뜻한 시선, 이런 게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메라를 잃고 일본에서 맞이한 해방, 그 기쁨과 혼란의 감정을 인화지 위에 현상액으로 표현하며 자신의 이름을 따 '림스그램'이라고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유애리/예화랑 큐레이터 : 그 시절에 사실 사진을 찍는 분들은 그냥 사진사라고만 불렀었는데 누구보다 어떤 작가 의식을 가지고 사진을 예술의 자리에, 미술이나 그 당시에 인정받던 다른 예술 분야처럼 함께 동등하게 그렇게 갈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하셨다고 생각해요.]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였던 임응식은 사진은 사회 현실과 호흡해야 한다며 '생활주의 리얼리즘'을 주창했습니다.

사진작가협회도 처음 만들었습니다.

우리 현대사진의 선구자였던 겁니다.

(영상편집 : 안여진, VJ : 오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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