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남성 혀 깨물어 징역형'…60년 만에 재심 길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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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최말자 씨 사건의 재심 길이 열렸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18일 최 씨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당시 수사과정에서 불법 구금 등 최 씨가 주장한 재심 청구 사유가 신빙성이 있다며 법원이 이를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최 씨가 검찰에 처음 소환된 1964년 7월 초순경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된 것으로 보이는 1964년 9월 1일까지의 기간 동안 불법으로 체포·감금된 상태에서 조사받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당시 검사에 대해 "직권남용에 의한 체포·감금죄를 구성하지만, 공소시효 완성으로 유죄 판결을 얻을 수는 없는 상황"에 해당한다며 "원심은 최 씨 진술의 신빙성을 깨뜨릴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반대되는 증거나 사정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사실조사를 했어야 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 후 2심에서는 최 씨의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고 볼 만한 새로운 사정이 드러나지 않는 한 재심 청구가 인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 씨에게 60년 전 판결처럼 중상해죄가 인정될지, 정당방위로 무죄에 해당할지 등은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져 실제 재심이 진행되면 본안 재판에서 다시 다투게 될 전망입니다.

최 씨는 18살이던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21살 남성 노모 씨 혀를 깨물어 1.5㎝ 자른 중상해 혐의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최 씨는 성폭행에 저항한 정당방위임을 주장했으나 당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노 씨에게는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만 적용돼 최 씨보다 가벼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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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 사건은 이후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 형법학 교과서 등에서 다뤄졌습니다.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하며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도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최 씨는 사건이 있은 지 56년 만인 2020년 5월, 용기를 내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최 씨는 과거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불법 구금을 하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등을 재심 청구 사유로 주장했지만,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최 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3년 넘는 심리 끝에 최 씨의 주장이 맞는다고 볼 정황이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불법 구금에 관한 최 씨의 일관된 진술 내용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고 그 진술에 부합하는 직·간접의 증거들, 즉 재심 대상 판결문, 당시의 신문 기사, 재소자인명부, 형사사건부, 집행원부 등에 의해 알 수 있는 일련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사정들이 제시됐다"며 그의 재심 청구를 바로 기각할 것이 아니고 법원이 사실조사를 거쳐 다시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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