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재직 중이거나 일정 근무 일수를 충족해야만 지급하는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11년 만에 나왔습니다. 퇴직금이나 각종 수당의 산정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의 범위가 넓어진 겁니다.
엄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화생명과 현대차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재직이나 근무일 수 조건이 붙었다는 이유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성격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11년 전 대법원은 통상임금 판단 기준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지급돼야 한다는 정기성,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돼야 한다는 일률성, 추가적인 조건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되며 지급액이 확정돼 있어야 한다는 고정성 등 3가지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이 가운데 '고정성'을 제외시킨 것으로 11년 만에 판례가 바뀐 겁니다.
대법원은 3가지 기준 가운데 '고정성'은 법령 어디에도 근거가 없으며,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상임금은 정해진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한 금액으로, 야간, 연장, 휴일 근로수당과 퇴직금 등의 산정 기준이 되는데, 통상임금의 범위가 부당하게 축소되면 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김기덕/변호사 (근로자 측 대리) :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근로기준법의 어떤 취지에 따라서 이제 그 임금 권리를 찾게 됐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이번 판례 변경으로 경영계는 기업의 연간 인건비가 6조 7천억 원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동희/경총 근로기준정책팀장 :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예기치 못한 재무적 부담까지 떠안게 되어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례가 수많은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점을 고려해 소급적용은 하지 않고, 이번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안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