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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에 복잡한 북한 속내…'수령 지지율도 평가하나' [스프]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민심의 역동성' 북한 주민들에게 전파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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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습니다. 북한에 강경한 입장이었던 윤 대통령 탄핵이 북한에게는 호재일 수도 있지만, 북한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남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북한이 남한 내 비상계엄 사태와 윤 대통령 탄핵 움직임을 처음 보도한 것은 지난 11일이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발발 1주일여 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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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내 비상계엄 사태를 처음 보도한 노동신문(지난 11일)

이날 보도에서 북한은 상당히 절제된 형태로 남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심각한 통치 위기, 탄핵 위기에 처한 윤석열 괴뢰가 불의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중략) 온 괴뢰 한국 땅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어놓았다"고 운을 떼긴 했지만, 비상계엄 발령 뒤 계엄군의 국회 출동, 국회의 계엄 해제, 탄핵소추안 발의와 전국적인 시위 등을 사실 보도 위주로 전했습니다.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기뻐하는 투로 전할 수도 있었을 텐데, 북한은 자의적인 평가는 극도로 자제하면서 "윤석열의 갑작스러운 계엄령 선포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윤석열의 정치적 생명이 조기에 끝날 수 있다"는 평가도 국제 사회를 인용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소식도 보도했는데, 이날 보도 역시 사실관계 위주였습니다. "집권 기간 저지른 죄악을 전면 부정해 나선 윤석열 괴뢰와 공범 세력들에 대한 규탄과 탄핵 열기가 더 한층 고조"됐다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내보이긴 했지만, 탄핵안 표결과 윤 대통령 권한 정지, 군 장성들에 대한 수사 소식 등을 담담한 어조로 전했습니다. 험한 말을 쓰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북한이 계속해서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북, '윤 대통령 탄핵' 조심스럽게 보도하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정지를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을 법한 북한이 이렇게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북한이 올해 들어 강조하고 있는 '2국가론'의 연장선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뒤 남한과 북한을 분리하는 조치들을 계속하고 있는데, 남북을 별개의 국가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 상황에 대해 열을 내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저 다른 나라의 소식인 만큼, 담담하게 사실관계만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복잡한 속내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 11일 남한 내 비상계엄 사태와 윤 대통령 탄핵 움직임을 처음 보도하면서 남한 내 시위 사진을 21장이나 실었습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가 21장의 시위 사진을 보도했다는 것은 사진 보도의 비중을 상당히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주목해 볼만한 지점이 있었습니다.

북한이 보도한 21장의 사진들을 관찰해 보니, 주변의 고층 건물들이 제대로 보이는 사진은 한 장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사진들은 시위대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촬영해 주변 건물 모습이 아예 보이지 않거나, 주변 건물이 사진에 담기더라도 건물의 하단 부분만이 촬영돼 건물의 전체 모습을 알 수 없는 형태였습니다. 북한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남한 내 시위를 전하면서 고층 건물들을 모자이크 처리해 남한의 발전상을 감추려 했는데, 이번에는 모자이크 처리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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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보도한 사진 가운데 주변 건물이 제대로 보이는 유일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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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진들은 주변 건물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이 집권자도 몰아낼 수 있다'... 김정은 정권에게는 부담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북한 당국이 고심하는 부분은 따로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아무리 집권자라 해도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를 할 경우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경고입니다. 집권자라 하더라도 국민이 몰아낼 수 있다는 것을 실증하는 것인데, 이런 움직임은 김정은 정권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절대권력을 대대손손 유지해야 하는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 민심의 위대함과 역동성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파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지난 11일 남한의 정치 정세에 대한 강연을 들은 대학생들이 '대통령 지지율'에 대한 언급을 주고받았다가 문제가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황해도 해주교원대학에서 지난 4일 윤석열 정권에 대한 반대 시위가 남한에서 연일 열리고 있다는 내용의 강연회가 진행됐는데, 강연을 들은 학생들이 '윤석열 정권의 지지율 하락'이라는 강연 내용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문제가 됐다는 것입니다. 강연회가 끝난 뒤 학생들은 "지지율이라는 게 무엇인가", "대통령 지지율은 어떻게 알게 되는가", "감히 수령의 지지율을 평가하는가"라는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반당적인 발언으로 문제시돼 비판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라는 지표가 있다는 사실조차 언급하기 부담스러워하는 북한에서 집권자가 중간에 쫓겨 나갈 수도 있다는 탄핵 움직임은 결코 편하게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북한이 지금 남한 상황에 대해 절제된 사실 위주의 보도를 하고 있는 데는 이런 복잡한 속사정이 숨어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겨울 백두산 답사' 독려하는 북한

남한은 비상계엄과 윤 대통령 탄핵으로 어수선한 연말을 보내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요즘 한겨울 백두산 답사가 한창입니다.

북한 매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각 단위별로 백두산을 오르는 행렬을 보도하고 있는데, 각급 당학교와 중앙기관 당조직들, 행정조직들, 청년 학생들과 직업동맹, 여성동맹 등 북한의 거의 전 부문이 백두산 답사에 동원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겨울 백두산 답사는 2019년 겨울 김정은이 백두산에 오른 뒤 '귀뿌리를 도려내는 듯한 추위도 느껴보아야 선열들의 혁명성을 알 수 있다'며 겨울철 백두산 답사를 독려하면서 시작됐는데, 코로나 사태로 잠시 주춤해졌다가 2022년부터 다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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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요즘 한창 진행되고 있는 한겨울 백두산 답사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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