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軍심戰심

12·3 비상계엄의 비극…"아무도 항명하지 않았다"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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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 정병주 특전사령관, 김진기 육군 헌병감, 하소곤 육군 작전참모부장, 김오랑 중령, 정선엽 병장… 1979년 전두환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에 항명한 군인들입니다. 12·12로 민주주의 짓밟히고, 군사독재 독해졌을지언정 이들 덕에 "적에겐 사자처럼, 백성에겐 양처럼"의 군인 정신은 살아남았습니다.

그로부터 45년이 흘렀습니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그리고 그 외 여러 장군들 중 단 한 명도 12·3 비상계엄 명령에 항명하지 않았습니다. 장성이 아니라 영관급, 위관급 장교 중 누구라도 항명했더라면 계엄의 쑥대밭에서도 군은 희망을 봤을 텐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국군이 암담합니다.

항명 대신 눈물…

이상현 1공수여단장, 김현태 707단장은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부당한 명령을 좇아 부하들에게 못할 짓 시킨 지휘관으로서 흘린 눈물입니다. 그들의 눈물, 일견 이해가 됩니다. 김현태 707단장의 눈물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습니다.

12·3 비상계엄이 만약 성공했다면 어땠을까.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계획대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 파탄내고, 여야 주요 정치인들 깜쪽같이 체포했다면 12·3 비상계엄은 지금쯤 12·3 혁명이 됐을 것입니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이상현 공수여단장, 김현태 단장 등은 혁명의 주역, 그들만의 영웅이 됐을 것입니다.

계엄에 성공해 혁명이 됐어도 그들은 울었을까. 계엄법으로 한국을 통치하며 의로운 국민들 처단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울음은 국민들 몫이었습니다. 계엄이 실패했으니 군인들이 우는 것입니다. 계엄 실패 후 흘리는 군인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과 같습니다. 항명 못한 비겁의 눈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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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다 눈물 흘리는 김현태 707단장
정치 탈피 못하면 희망 없다

장교들은 참 정치적입니다. 과거엔 아주 정치적이었고, 지금도 상당히 정치적입니다. 정치적이어야 진급합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별 달려면 '김용현 바라기'를 했어야 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별 따려면 '청와대 바라기'를 했어야 했습니다. 실력과 자질보다 정치적으로 줄을 굳게 대야 진급을 기대합니다. 김용현 전 장관조차 문재인 정부에서 여당에 붙어 합참의장, 국방장관을 노렸습니다.

김용현 전 장관에게 잘 보여 진급한 육군의 장군들은 12·3 비상계엄 실패 이후 마음이 불편할 것입니다. 육사 출신들은 특히 좌불안석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잠시 홀대받았다고 윤석열 정부에서 김용현 '국방상왕' 뒷배 믿고 활개 치다 계엄 직격탄 맞아 육사의 몰락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해군, 공군, 해병대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김용현 전 장관만 바라봤습니다. 투서로 음해해 경쟁자 떨어뜨리는 정치 놀음에선 오히려 육군을 능가합니다. 좀 둔탁하지만 해군, 공군, 해병대도 정치적입니다. 계엄 명령이 하달되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해군과 공군, 해병대도 까딱하다 경을 칠 뻔했습니다.

정치 중립의 재건을…

2024년의 군이 탈정치, 정치 중립적이었다면 12·3 비상계엄 때 누군가는 항명했을 것입니다. 아니, 당찬 항명으로 계엄 시도를 막았을지도 모릅니다. 군인의 눈물도 볼 일 없었습니다. 누구도 항명하지 않은 계엄으로 기록될 12·3. 군은 막막합니다.

12·3을 딛고 군을 재건해야 합니다. 군뿐 아니라, 정부와 국회의 진정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첫 단추는 구원투수의 기용입니다. 차기 국방장관은 만신창이가 된 군에서 정치의 탁수를 빼고, 그 자리에 위국헌신의 청수를 들이부을 수 있는 정치 중립의 인물이어야 합니다. 여야는 국방장관 자리에 걸린 서푼짜리 정치적 이익일랑 버리고 오로지 군의 정치 중립만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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