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울린 '한강의 시간'…노벨주간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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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12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연극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에 참석했다. 자신의 소설 '희랍어 시간'을 들고 있는 모습

'읽기를 멈추고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곤 했다. 베인 곳을 바로 눌러 지혈하거나, 반대로 힘껏 피를 짜내 혈관 속으로 균이 들어가는 걸 막아야 할 때처럼.'(소설 '희랍어 시간' 중)

소설가 한강(54)이 고요한 무대에 서서 잔잔한 어조로 문장을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내려가자, 700여 명의 청중이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목소리에 숨을 죽인 채 귀를 기울였습니다.

12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연극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 현장입니다.

한강은 이날 자신의 소설 '희랍어 시간'을 깜짝 낭독하며 지난 6일부터 약 일주일간 진행된 '노벨 주간'의 마무리를 장식했습니다.

이날 한강의 낭독은 사전 예고엔 없던 것입니다.

당초 극장 측은 낭독은 현지 배우들이 할 예정이며, 한강은 스웨덴어 번역가이자 언론인인 유키코 듀크와 대담을 할 예정이라고 안내했습니다.

그가 '희랍어 시간' 일부를 우리말 원문으로 낭독한 뒤에는 배우 카린 프란스 셸로프의 스웨덴어 번역본 낭독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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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희랍어 시간'이 스웨덴어 번역본으로는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러 와준 현지 독자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한 셈입니다.

이 작품은 실어증을 앓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만남을 그린 내용으로, 한강은 "유일하게 사랑(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고 소개했습니다.

"두 사람이 어떻게 소통을 할까 생각하다가 손톱을 바싹 깎은 여자의 손가락이, 남자의 손바닥에 몇 개의 단어를 쓰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촉각적인 순간들이 가득한 책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이 부드러운 감촉, 손가락의 감촉, 따스한 체온, 그런 것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왕립극장은 지난해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원작으로 한 연극을 무대에 올린 곳이기도 합니다.

극장은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초청해 '낭독의 밤'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일부 초청권을 제외하고 입장권은 온라인을 통해 유료로 판매됐으나 전체 700여 석이 가득 찼습니다.

이에 현장을 취재하려는 언론사들도 선착순으로 사전 신청을 받아 매체당 1석씩 배부됐습니다.

스톡홀름에서의 모든 공식 일정을 마친 한강은 곧 귀국해 다시 집필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그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이 자신의 '좌표'를 파악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열심히 신작을 쓸 테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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