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1천 명 만들겠다더니"…발길 끊긴 용리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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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후 한산한 용리단길 거리

"계엄의 '계' 자도 꺼내지 마세요. 이미 온 손님마저 나갈까 봐 무섭습니다."

어제(9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용리단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장사가 잘되는지를 묻자 손사래를 쳤습니다.

A 씨는 "저녁 술손님이 지난주부터 확 줄었다. 요즘 시국에 누가 회식하겠나"라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대통령실 이전 이후 신흥 상권으로 떠올랐던 용산 일대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속히 냉랭해진 모양새입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과 신용산역 사이 용리단길에 자리 잡은 상인들은 지난 3일 이후 방문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식당 주인 이 모(67) 씨는 "계엄 전보다 매출이 3분의 1이 줄었다"며 "계엄 선포 이틀 후로 예약돼 있던 단체예약 손님도 예약을 취소했다"고 울상을 지었습니다.

고깃집 주인 안 모 씨는 "국방부 직원들이 종종 회식하러 왔는데, 그나마 잡혀 있던 예약도 취소된 상황"이라며 "8월 이후 안 그래도 장사가 잘 안됐는데 앞길이 막막하다"고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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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주 이 모(54) 씨도 "하루에 500명씩 오던 손님이 지금은 200∼300명으로 줄었다"며 "연말에 마음 편하게 술 마시러 와야 할 사람들이 나라 걱정에 여의도와 광화문으로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상인들은 최근 몇 년간 상권이 활성화하며 임대료가 급등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의 재정적 타격이 특히 크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음식점주 김 모(66) 씨는 "대통령실이 이쪽으로 오고 임대료가 월 200만∼300만 원씩 오르니 못 견디고 나간 가게도 많은데, 이번 사태까지 터지니 도대체 왜 왔나 싶다"며 "나라가 이 모양인데 장사가 잘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일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외식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발표한 직후 계엄을 선포했다며 배신감을 토로했습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식당 '노쇼'를 막고 백종원 1천 명을 육성하겠다는 등 지원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계엄령이 내려져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며 "안 그래도 연말 외식 경기가 안 좋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주민들은 계엄 사태가 동네 분위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용산에서 사는 직장인 이 모(31) 씨는 "계엄 선포 당일 혹시나 통행금지령이라도 내려질까 봐 집에 꼼짝없이 있었다"라며 "용산 하면 '힙'하고 재미있는 곳이란 이미지가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계엄부터 떠오르는 동네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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