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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말 대단히 희귀한 일"…KIA의 V12가 놀라운 또 다른 이유 [스프]

[야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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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포츠취재부 야구조 기자들이 매주 색다른 관점으로 야구를 들여다 봅니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KIA는 가장 자주 2024년의 우승 후보로 거론된 팀이었다. 필자도 그렇게 말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지난 2월, <야구수다>에 '지난해 6위 KIA가 올해 우승 후보인 또 하나의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요약하자면, "2023년에 KIA는 엄청난 불운에 시달렸기에, 특별한 전력 보강 없이 '운의 정상화'만으로도 우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KIA는 정규시즌부터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고, 결국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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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KIA의 우승은 예상됐던, 그리 놀랍지 않은 사건으로 느껴진다. 이 글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KIA가 이례적인 악조건, 혹은 불운을 이겨냈다는 이야기다.

시즌 개막 직전, 모두가 예상한 KIA의 선발 로테이션은 이랬다.

1. 윌 크로우
2. 양현종
3. 제임스 네일
4. 이의리
5. 윤영철

이범호 감독이 구상한 선발 로테이션은 시즌 초반부터 붕괴됐다. 4월에 이의리, 5월에 크로우, 7월에 윤영철이 차례로 부상으로 전력으로 이탈했다. 이 중 이의리와 크로우는 수술대에 올라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8월 말에는 네일마저 타구에 맞아 턱이 골절됐다. 결국 시즌 전 구상했던 선발 로테이션에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는 최고참 양현종 한 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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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이닝 채운 유일한 선발투수 양현종

프로야구의 페넌트레이스에서 선발진은 '경쟁력 있는 투구로 많은 이닝을 버티는' 역할을 맡는다. 그래야 타선의 힘으로 경기를 이길 기회를 만들 수 있고, 불펜진의 혹사를 방지해 6개월 동안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를 버틸 수 있다. 지난 글에서 쓴 것처럼, 한국시리즈를 우승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규시즌 우승이다. 프로야구 역사 내내, 정규시즌 1위 팀은 푹 쉬고 치른 한국시리즈에서 7할에 가까운 승률로 상대 팀을 압도했다.

거꾸로 말하면, 선발진이 붕괴된 팀은 정규시즌을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한국시리즈를 제패하기도 덩달아 어렵다.

그러니까, 망가진 선발진으로 정규시즌을 제패하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올 시즌의 KIA가, 대단히 희귀한 경우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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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KIA 선발진의 퀄리티스타트는 단 40번. SSG와 함께 꼴찌였다. 선발진이 책임진 이닝은 709와 1/3이닝. 10개 구단 중 7위에 불과하다. 팀 투수진이 던진 전체 이닝 1,288이닝의 55.1%밖에 책임지지 못한 것이다. 2015년 시작된 '10구단 시대' 이후, 선발진의 기여가 올해의 KIA보다 낮았던 우승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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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의 KIA보다 선발진의 기여가 미미했던 우승팀을 찾으려면 22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2002년, 구단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삼성 선발진은 625이닝을 던져 팀 전체 1197.2이닝의 52.2%를 책임지는 데 그쳤다. (여기에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있다. 마무리투수 노장진이 무려 123이닝을 던진 것. 당시 프로야구에는 구대성과 임창용, 노장진 등 '초특급 전천후 투수'들이 100이닝을 넘기는 경우들이 있었다. 이런 투수를 보유한 팀들은 선발진의 노동량이 자연스레 줄어든다. '마무리투수의 100이닝 돌파'는 이때의 노장진 이후로 사라졌다가, 2015년 권혁(한화)이 17세이브-112이닝을 기록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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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우승이 '불운을 극복한 결과'라는 근거는 또 있다. 올 시즌 KIA의 '외국인 농사'는 '풍년'과는 거리가 멀었다. 크로우의 부상 때문에 두 번이나 교체 카드를 썼고, 소크라테스의 위력은 준수했지만 압도적이지 않았다. 네일마저 시즌 막판 이탈하면서, KIA 외국인 선수들이 기록한 WAR은 12.2에 그쳤다. 10개 팀 중 6위로 '중하위권'이었다. '10구단 시대'의 챔피언 10개 팀 중에는 7위에 불과하다. 즉, 올 시즌의 KIA는 '외국인 농사가 한 해를 좌우한다'는 야구계 통설의 '반대 사례'에 가깝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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