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기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너도나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국내 한 경제단체가 실시한 경영 전망 조사에서 내년 국내 기업의 절반, 대기업 60% 이상이 긴축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답해 올해부터 시작된 기업들의 조직 개편,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움직임은 더욱 확산할 전망입니다.
◇ 기업 49.7% "내년 긴축경영"…4대그룹 중심 구조조정 개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30인 이상 기업 239개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49.7%는 경영 기조를 '긴축 경영'으로 정했다고 답했습니다.
이 응답 비율은 2019년 조사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특히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내년 긴축 경영을 하겠다고 밝힌 비율은 61.0%로, 2016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기업들이 현재 위기를 엄중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 경기 사이클에 따른 침체에 더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이런 위기감은 증폭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기업들이 긴축 경영의 방안으로 원가절감, 인력 운영 합리화, 투자 축소 등을 꼽은 만큼 올해부터 본격화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구조조정 움직임은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조직 개편을 통한 슬림화, 사업부 매각, 임원 감축, 희망퇴직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초 단행했던 사장단 인사를 올해는 11월 말로 앞당겨 DS 부문의 인력 재배치를 중심으로 사업 조직 효율화를 단행했습니다.
SK그룹은 비주력 사업 매각, 임원 교체·승진 최소화 등을 통한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도 지난달 15일 장재훈 현대차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현대차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 인건비 절감 위해 희망퇴직 시행도 잇따라
긴축 경영의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건비 감축인 만큼 희망퇴직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호주와 남미, 싱가포르 등에 있는 자회사의 영업·마케팅 직원 15%와 행정 직원 30%가량을 감축할 방침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인도와 남미 일부 법인에서 10% 수준의 감원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온은 2021년 10월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이전 입사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입니다.
SK텔레콤도 직원 1인당 최대 3억 원의 위로금을 주는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경총 하상우 경제조사본부장은 "내수 부진, 높은 인건비 부담에 보호주의 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업, 특히 대기업의 긴축 경영 기조가 강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