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설에도 겨울이 짧아진다?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유난히도 길고도 무더웠던 올해 여름에 이어 짧은 가을을 거쳐 최근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면서 12월 겨울의 문턱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예전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던 9월 중순까지도 올해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여름이 길어졌고, 그만큼 겨울은 짧아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겨울옷은 비싼데 사봐야 얼마 입지도 못해 아깝다", "여름 모기가 11월까지도 기승이다" 등의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해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편입니다.

보통 계절은 봄(3∼5월), 여름(6∼8월), 가을(9∼11월), 겨울(12∼2월)로 3개월 단위로 구분합니다.

다만 기상학적 계절 구분은 이와는 다릅니다.

9일 이동평균을 사용해 봄은 일평균 기온이 5도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내려가지 않는 첫날을 시작으로 봅니다.

여름은 일평균 기온이 20도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내려가지 않는 첫날, 가을은 일평균 기온이 20도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입니다.

마찬가지로 겨울은 일평균 기온이 5도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이 시작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온화한 제주도는 이 기준에 따르면 지난 60여 년간 겨울이 없었습니다.

광고 영역

기상청이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12년부터 2020년까지 약 110년간 우리나라의 사계절 시작일과 지속 기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졌습니다.

1912년부터 1940년까지 약 30년간 겨울은 11월 29일 시작해 109일 동안 지속돼 '가장 긴 계절'이었습니다.

이 기간 여름은 98일, 봄은 85일, 가을은 73일이었습니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는 겨울이 12월 3일 시작해 94일 동안 지속됐습니다.

가장 긴 계절은 114일인 여름에 내줬고, 이 기간 봄은 87일, 가을은 70일이었습니다.

이후 가장 최근인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겨울은 12월 2일 시작해 87일 동안 지속됐고, 여름은 127일, 봄은 87일, 가을은 64일로 집계됐습니다.

1900년대 초중반과 최근 10년을 비교하면 겨울은 22일 줄고, 여름은 29일 늘어난 것입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SSP5-8.5 시나리오를 적용한 향후 한반도 계절 길이

이런 추세의 계절 변화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점점 심해질 전망입니다.

기상청 기후정보포털에 따르면 'SSP5-8.5'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2091∼2100년 겨울은 1월 4일 시작돼 같은 달 28일 끝나 24일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여름은 대폭 늘어 173일로 한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게 됩니다.

SSP5-8.5는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심을 두어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경우'를 가정하는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로, 통상 '고탄소 시나리오'로 불립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겨울 길이가 짧아졌을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한 전 세계적 흐름에 따라 기온도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최근 30년(1991년∼2020년)과 과거 30년(1912∼1940년)의 결과를 비교해 장기적 기후변화를 분석하면 평균 기온은 1.6도 높아졌고, 최고기온과 최저기온도 각각 1.1도와 1.9도 상승했습니다.

연 최저기온은 3.1도 상승했습니다.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1.0일과 8.4일 늘어났지만, 한파 일수는 4.9일 줄어들었습니다.

다만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전국의 한파 일수는 평균 7일이었으나 극심한 폭염이 있었던 2018년에는 오히려 한파 일수가 12일로 평균보다 길었습니다.

한국기후변화학회지에 실린 '우리나라의 겨울철 기온 변화 및 한파 발생빈도 분석' 연구보고서는 "전반적인 겨울철 기온 상승이 확인되지만, 극한기후 현상 빈도는 대체로 증가하고 있어 향후 극한 기온 현상 발생빈도의 증가로 인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습니다.

광고 영역

올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6도로 전국으로 기상관측망을 확대한 1973년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특히 역대 여름철 평균기온이 높았던 1∼5위 중 1위(2024·25.6도), 2위(2018년·25.3도), 3위(2013년·25.2도), 5위(2023년·24.7도)가 2010년 이후에 집중돼 있습니다.

국립기상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21세기 말(2081~2100년) 지구 평균기온은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20세기 말∼21세기 초에 비해 1.9∼5.2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온난화·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돼 전 지구에 비해 연평균 기온 증가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기상청 기후정보포털 캡처,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