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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포트] 가뭄에 폭우 덮친 스페인…가격 치솟은 '황금액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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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밭이 나무 윗부분을 제외하곤 모두 물에 잠겼습니다.

폭우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진흙으로 뒤덮였습니다.

지난달 말 스페인 남동부 발렌시아. 8시간 만에 1년 치 폭우가 쏟아지며 22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도로 등 기반시설은 물론 수확을 앞뒀던 올리브, 오렌지 나무 등이 물에 잠기며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망가졌습니다.

[호세 안토니오/오렌지 농부 : 도로가 다 망가졌어요. 관개시설도 망가져서 언제 밭에 물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이 언제 다시 작동할 수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폭우에 아수라장이 된 이곳. 불과 한 달 전, 취재진이 찾았을 땐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오렌지 주산지인 이 지역에서 생산량이 15% 줄자, 주스 원액 가격이 58%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호세 안토니오/오렌지 농부 : 이번 겨울 서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으로 나무들이 잎을 많이 잃고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여름 폭염으로) 비가 부족해서 상황이 더 악화됐습니다. 평년에 비해 오렌지 수확량이 4분의 1밖에 안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근 올리브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흙은 갈라졌고, 겨우 맺힌 열매는 표면이 마르거나 썩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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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도 기름을 짜기엔 턱없이 작습니다.

수확을 한 달 가량 앞둔 올리브 밭입니다.

평소 같았음 나무 한 가득 열매가 맺혀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가지당 열매가 한두 개 맺힌 수준에 불과합니다.

[루이스 홀리안/올리브 농부 : 지금 현재 물이 부족해서 올리브 나무가 열매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나무에 맺힌 올리브 열매도 있지만 땅에 떨어져 있는 올리브 열매가 더 많습니다.]

전 세계 올리브 생산량 70%를 담당하는 스페인이지만, 40도를 웃도는 폭염과 가뭄으로 올리브 생산량이 몇 년째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엔 나무 한 그루당 50킬로그램 나오는 열매가 7킬로그램 밖에 안됩니다.

[루이스 홀리안/올리브 농부 : 비가 오지 않는다면 이 올리브 나무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가뭄이 심한 해에는 나무가 올리브 열매를 스스로 떨어뜨립니다. 올해 이 지역에서는 수확량이 절반 정도만 가능할 것 같아요.]

올리브 열매에서 기름을 짜내는 이 공장은 지난해 거의 기계를 돌리지 못했습니다.

[호아킨 산타나/올리브유 공장 관계자 :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2년 전에는 (올리브유를) 30만~40만 킬로그램까지 짰었는데, 현재는 15만 킬로그램까지 감소했습니다. 매년 200명의 농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벌써 1만 달러를 넘어섰고, 소매가도 치솟았습니다.

[미세르꼬르디아 게레로/스페인 소비자 : 어느 정도 좋은 품질의 올리브유를 사려면 이제는 50유로(약 7만 5천 원)는 듭니다. 가격이 많이 비싸졌어요.]

비슷한 기후대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국가들도 극심한 기후 흉작을 겪으면서 '올리브유' 품귀 현상까지 생긴 상황. 유럽 국가들이 앞다퉈 튀르키예산 올리브유 수입에 나서자 튀르키예 정부는 수출을 아예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몇 주 전 스페인을 덮쳤던 폭우가 농작물들의 수확을 앞둔 시기에 닥쳤다는 겁니다.

이미 천정부지 치솟은 농작물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장기화 되거나 더 오를 수 있는 이유입니다.

[호세 안토니오/오렌지 농부 : (밭에 물을 주는) 관개시설이 손상돼 복구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 것입니다. (농작물) 가격은 오를 수도 있습니다.]

비옥한 토양과 높은 일조량, 채소 과일이 자라기 안성맞춤이라 '축복의 땅'이라 불렸던 곳도 종잡을 수 없는 기후의 위협에 속수무책 무너지고 있습니다.

(취재 : 박예린,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오영택, 디자인 : 조수인)

※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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