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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올해 첫눈이 내렸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일부 지역엔 대설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눈이 많이 왔습니다. 오늘 오전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눈과 비가 내릴 전망이라고 하니, 다들 조심히 출근, 등교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폭설이 내린 영향으로 등굣길과 출근길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거기에 더해 철도와 지하철 노동자들이 준법 투쟁을 진행하는 중이라 배차 간격이 조정되면서, 차량 내 사람들이 다른 때보다 부쩍 많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의 발이 되어주는 편리한 대중교통인 지하철과 철도는 유독 파업이 자주 오는 느낌이 들어요. 도대체 왜 해마다 철도와 지하철 노동자들은 파업을 하는 걸까요? 오늘 마부뉴스에선 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철도, 지하철 노동자가 파업하는 이유는?우리가 타는 지하철과 철도는 모두 철도사업법에 따라 규정되어 운영되고 있어요. 철도 사업자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먼저 도시와 도시 사이를 오가는 전국 단위 철도 사업자가 있고, 도시 내에서 타고 다니는 철도를 운영하는 지역 단위 사업자가 있죠. KTX와 수도권 1호선, 3호선, 4호선 등을 운영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SRT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에스알이 전국 단위 사업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의 도시철도를 담당하는 서울교통공사, 공항철도, 부산교통공사 같은 사업체들은 지역 단위 철도 사업자입니다.
이번 파업은 전국 단위의 코레일 소속 노동자들의 파업에 더해 지역 단위 철도 노동자까지 함께 진행될 예정입니다. 서울 지하철을 담당하는 서울교통공사 소속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설 계획이고, 그 외에도 수도권 민자 사업체들의 노동자들도 함께하기로 했어요. 서울교통공사에 더해 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메트로9호선, 서해철도(서해선), 용인에버라인운영(용인경전철)까지... 거기에 더해 공공운수노조 산하에 있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도 공동 파업을 하겠다고 연대를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에 속해 있는 코레일 소속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은 크게 3가지입니다. 인력을 충원해 주고, 근무 여건을 개선해 주고, 급여를 인상해 달라는 거죠. 전국철도노조는 지난 11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준법 투쟁을 진행했어요. 매뉴얼대로 정차 시간을 지키고, 승객 확인을 철저히 하다 보니 배차 시간이 늘어났고 그 영향으로 승객들이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노조는 코레일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12월 5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서울교통공사에는 노조가 3개 있는데, 3개 노조 중 가장 규모가 큰 제1노조도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했어요. 제3노조도 파업에 합류했고, 제2노조도 찬반 투표 일정을 잡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죠. 서울교통공사 제1노조의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조조정을 철회하고, 안전인력을 충원하고, 2호선의 1인 승무제 도입을 중단해 달라는 것. 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과 함께 민자 3개 업체들도 연계 파업을 추진 중이라 상황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서울교통공사는 12월 6일부터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만약 최악의 경우엔 12월 5일부터 전국철도노조가 무기한 전면 파업을 시작하고, 6일부터는 서울교통공사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 교육공무직본부가 파업에 들어가게 되죠. 그럴 경우엔 12월 수도권 교통 대란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Q. 준법 투쟁과 태업, 무슨 차이야?
지난주 월요일 전국철도노조의 준법 투쟁이 시작되자, 코레일은 이를 태업으로 규정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재난문자를 일괄 발송했어요. 그리고 이를 계기로 철도노조가 벌인 단체행동이 준법 투쟁인지, 태업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어요. 철도노조는 준법 투쟁을, 코레일은 태업을 외쳤는데요. 그렇다면, 준법 투쟁과 태업은 도대체 무엇이 다른 걸까요?
태업은 노동조합이 형식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고의적으로 '불성실하게' 근무함으로써 업무 능력을 저하시키는 행위입니다. 반면, 준법 투쟁은 '유보된' 권리를 집단적으로 행사함으로써 단결력을 시위하는 행위죠. 철도노조가 이번 준법 투쟁에 돌입하면서 내세운 것들에는 작업 중 뛰어다니지 않기, 휴게시간 지키기, 승객 승하차 확인 철저히 하기, 운전 중에도 화장실 이용하기 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안전수칙들은 코레일 작업 매뉴얼에 적혀 있어요. 철도노조는 회사가 만든 규정을 그대로 지키는 행동이 태업이 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철도 사업철도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인력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급여 인상도 회사가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이런 노동자의 요구가 매년 반복되는 이유는 또 뭘까요? 바로 철도 사업 자체가 적자 덩어리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한국철도공사 상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철도공사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어요. 당기순손실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과 지출을 계산했을 때 지출이 더 많아서 손실을 기록했다는 의미인데요, 2020년과 2021년엔 코로나19 여파로 당기순손실이 1조 원을 넘기도 했죠. 2023년 한국철도공사의 당기순손실은 5,425억 원입니다.
뿐만 아니라 부채 상황도 심각합니다. 한국철도공사가 공개한 올해 1분기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니, 지난해 부채 비율이 237.94%더라고요. 부채 비율(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기업의 재무 상태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인데, 그 비율이 100%를 넘어가면 위험성이 크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철도공사는 200%를 넘는 상황인 거죠. 빚이 늘어난 만큼 이자 비용도 크게 늘었는데, 지난해 부담한 이자만 해도 4,745억 원에 달합니다.
지역 단위 철도 사업자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이용객 규모가 많은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상황도 한국철도공사처럼 마이너스가 이어지고 있어요. 2017년 5월에 서울교통공사가 설립된 이래로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죠. 2023년에만 마이너스 5,173억 원. 2022년 기준 서울교통공사의 누적 적자 규모는 17조 6,808억 원으로 재정 상태가 상당히 심각합니다.
철도 사업의 적자가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요? 일단 요금이 너무 저렴하다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서울 지하철과 시내버스, 그리고 택시 기본요금 변화를 나타낸 건데, 지하철과 시내버스의 인상률은 택시와 비교해서 상당히 완만하죠? 10년 전 요금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시내버스와 지하철은 1,050원에서 1,500원과 1,400원으로 각각 450원, 350원 올랐습니다. 그 사이 택시 기본요금은 3,000원에서 4,800원으로 1,800원이나 올랐고요. 시내버스와 지하철이 30~40% 오르는 사이 택시는 60% 증가한 거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