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찍어보내' 군대까지 간 추심 협박…"절벽 선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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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대부업 관련 광고물

A 씨는 대학생이 되자마자 아버지가 대신 관리해 오던 예금 2천만 원을 넘겨받고는 코인 투자에 뛰어들었으나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에 등록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그 뒤로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대출금을 연체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급기야 A 씨는 인터넷 도박에 손을 댔고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20곳이 넘는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의 아버지는 이자를 붙여 아들이 빌린 돈 2천400만 원의 2배인 4천800만 원을 갚았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도 불법 대부업체 10곳에서 수백만 원의 빚이 더 있다며 상환하라는 독촉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A 씨가 입대한 뒤에도 사채업자들의 괴롭힘은 계속됐습니다.

처음에 담보처럼 연락처를 넘겨받았던 가족, 지인, 군부대 병사에게까지 연락해 A 씨의 대출 사실을 알리며 협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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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부업자는 A 씨에게 군부대 내에서 모욕적인 동영상을 찍어 보내라는 요구까지 했습니다.

급전이 필요했던 B 씨는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다가 5개월 동안 매주 원금의 30∼40%를 이자로 내야 했습니다.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또다시 사채업자에게서 돈을 빌려야 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습니다.

사채업자들은 B 씨의 지인 연락처를 다 받아 간 뒤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가족과 지인에게 대신 받겠다는 협박을 받고 극도의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B 씨는 '불법 급전 이용에 따른 삶의 마지막'이란 제목의 상담 글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제 저에겐 빚밖에 없습니다. 절벽에 다다른 느낌입니다."

위 사례는 서울시 공정거래종합상담센터에 접수된 불법 대부업 피해 상담 내용을 각색한 것입니다.

두 사람이 겪은 공갈·협박·폭언과 야간에 전화 또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등은 모두 관련 법규를 위반한 불법 채권추심에 해당합니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2016년부터 공정거래종합상담센터를 통해 대부업(등록·미등록) 관련 상담 서비스를 전화, 방문, 온라인 등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신청인이 채무 관련 입증 자료와 함께 피해 사실을 알리면 전문상담위원이 구제 절차를 안내해줍니다.

센터 개소 후 현재까지 8년간 총 3천53건의 상담이 이뤄졌으며 약 54억 7천만 원의 피해액을 구제했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서울시에 손을 뻗어 구제 방법을 찾을 의지가 있는 피해자들은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최근 홀로 어린 딸을 키우다 불법 추심에 시달려 생을 마감한 30대 여성의 사례처럼 직종, 경제적 형편 등 여러 여건상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여력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 관계자는 "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기까지도 많은 힘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불법 대부업자들의 끝없는 협박에 시달리다 보면 피해자들이 고립되고 강박에 시달려 스스로 피해 사실을 신고조차 못 하는 상황에 부닥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서울시는 그동안 상인회 등과 협력해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불법 대부업 피해 예방 캠페인을 벌여왔습니다.

사채업자들이 일수를 하기 쉬운 상인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지인을 통한 사채업자 소개 등이 활발히 이뤄지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불법 사금융과 불법 추심이 시민의 삶에 더 깊숙이 침투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앞으로는 캠페인 대상과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시 관계자는 "불법 대부업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커진 만큼 최대한 많은 시민이 피해 예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홍보 방안을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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