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아 소사이어티 콘퍼런스
2기 트럼프 정부의 내년 1월 출범을 앞두고 한국이 방위비 문제 등 현안에 대응할 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이 갖는 전략적 가치를 부각해야 한다고 한미 양국 전문가들이 22일(현지시간) 조언했습니다.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이날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워싱턴 DC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관련한 조언을 묻는 말에 한미동맹 관계가 "(일 대 일의) 거래적 관계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미국 : 지정학적 경쟁 강화 속 필수불가결한 파트너십' 주제의 콘퍼런스에서 샤프 전 사령관은 "(만약) 한국이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에 대해 말하고 싶다면 단지 군사적인 것만이 아니고 평화와 안보를 위해 한국이 하는 일을 부각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한국의 선박 건조 능력, 단일 기지로는 세계 최대의 해외 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등을 거론하면서 "트럼프가 미국 및 세계에서 달성하기를 원하는 것을 이루도록 돕기 위해 한국이 하는 일을 부각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도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과 관련, "돈도 중요하지만, 국제 평화나 안보는 돈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때때로 소탐대실(penny wise result in pound foolish)할 수도 있는데 그런 실수를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슬로건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에 동맹(alliance)을 추가해 'MAAGA'로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윤병세 전 장관은 공화당의 정강·정책에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없는 것과 관련,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전략적 측면에서 우리는 우리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도 "트럼프 당선인의 관점은 미국 동맹국이 수십년간 시행해온 방위비 분담 협정과 다른 독특한 것"이라면서 "이 콘셉트를 동맹국과의 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할 것이며 한미 관계에 있어서 마찰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맹의 이익은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안보 및 전략적 이익도 고려돼야 한다"면서 "한반도의 군대 주둔으로 미국은 전략적 이득도 얻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오직 경제적 측면에만 집중하는 것은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 장관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시점에서 다른 옵션에 대해 말하기는 시기상조지만, 불신이 높아질 경우 다른 옵션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카트린 카츠 코리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지정학적 경쟁을 '팀 스포츠'에 비유하면서 "한쪽 팀은 팀을 강화하고 힘을 보여주고 있는데 우리는 우리 쪽을 약화시켜야 하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을 방위 부담 분담 및 무역 적자 감축 목표와 이른바 제3차 세계대전 예방으로 구분한 뒤 "두 문제는 서로 직접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면서 "첫 번째 목표(부담 분담 등)가 전략적인 목표(3차 세계대전 예방)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새 정부에서) 두 가지를 동시에 하려는 시도가 있을 텐데 관건은 동시에 이를 할 수 있느냐다"라고 부연했습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트럼프 2기 정부와 관련, "내 우려는 우리가 상당한 동맹의 전환(transformation)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내가 전환(transform)이란 단어를 쓴 것은 좋은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파괴적(disruptive)"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트럼프 1기 정부 때 미국 동맹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경험했으며 (2기에서도) 특히 한국과 같이 막대한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동맹국에는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빅터 차는 또 주한미군과 관련, "CSIS에서 군 철수 관련한 트럼프의 (과거) 발언을 정리했는데, 트럼프는 사업가일 때 1990년 플레이보이 잡지와 인터뷰에서 한국과 독일에서 미군을 철군하는 것에 대해서 처음 언급했다"면서 "이것은 그의 사고방식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중계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