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잡으려면 잠복 일상인데…검찰 특경비 삭감 예고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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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법무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전액 삭감에 대한 검찰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의결한 특경비 전액 삭감안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그대로 확정되면 마약 사건 등을 수사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검찰의 입장입니다.

오늘(21일)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특경비는 수사와 조사 등 특정한 업무 수행에 드는 실비를 충당하도록 지급하는 경비입니다.

주로 압수수색 등을 위한 현장 근무 시 수사관계자 식비 등에 쓰인다고 합니다.

특히 현장 포착이 중요한 마약 사건의 경우 외근이 많아 업무 수행에 많은 경비가 들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최근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돈만 내면 무제한으로 불법 투약해준 A의원을 적발했는데, '일대에 그런 병원이 있다더라'는 첩보를 토대로 의심 가는 의원을 찾아다니고 일주일 가까이 잠복 수사를 벌여 얻어낸 성과였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 수사는 현장 수사"라며 "특경비를 없애는 건 검사들 사비 써서 일하라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특경비가 검사와 수사관들이 책상을 떠나 현장을 뛰는 데 드는 경비를 보전하는 용도라면, 특활비는 이 중에서도 수사 기밀 유지를 위해 영수증 등 증빙 자료를 남기기 어려운 곳에 주로 활용된다는 설명입니다.

마약 관련 첩보 수집을 위해 내부 제보자를 만나거나 외국 등에서 정보활동을 벌일 때 등이 대표적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신원이 들통나 피해를 본다면 다음에 누가 다시 검찰에 제보하겠느냐"며 "이럴 땐 동선이 드러나지 않게 특활비로 지급된 현금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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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검찰 특경비와 특활비를 각각 506억 9천100만 원, 80억 900만 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올해 편성된 예산보다 각각 일부 증액된 수준입니다.

6급 이하 검찰 수사관 개별 활동비를 인상하고 딥페이크 등 신종 범죄, 가상자산 범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이버 기술 유출 범죄 관련 수사활동비를 올해보다 늘린다는 게 법무부 계획이었습니다.

송강 법무부 검찰국장은 지난 7일 국회 법사위 예산소위에서 "제일 많이 인상한 부분이 형사부 수사 지원과 마약 수사 부분"이라며 "물가 상승률 등에 비춰보면 무리한 증액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예산소위에서는 오히려 특경비·특활비 예산이 전액 삭감됐습니다.

내역이 입증되지 않으면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법무부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법무부는 이후 서울중앙지검 등 6개 검찰청이 지난해 8월 사용한 특경비 내역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이를 토대로 향후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예산 증액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야권에선 증빙 자료 제출 여부와 무관하게 특경비 예산을 삭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과 2022년 9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 시행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경제·부패 2대 범죄로 줄어든 만큼 이를 특경비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검찰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지난 7일 법사위 예산소위에서 "마약, 무고, 위증은 검찰청법이 인정한 부패·경제사범이 아니다"라며 "수사 착수권이 대부분 경찰로 넘어간 상황에서 검찰에 동일한 수준의 특경비를 지급하는 것은 민주당으로선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마약, 무고, 위증 범죄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경찰뿐 아니라 검찰이 직접 인지 수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법무부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 개정을 통해 마약 밀수·유통을 포함한 대부분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을 회복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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