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적대적 관계에 있는 타인의 얼굴에 두꺼비를 합성해 영상을 제작했다면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영상 편집과 합성 기술이 급격히 발전한 요즘은 시각적 수단만을 사용한 모욕도 피해자가 당하는 피해나 범죄의 가벌성 측면에서는 언어로 표현하는 모욕과 다를 바 없다고 대법원은 강조했습니다.
오늘(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모(52) 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31일 확정했습니다.
보험을 주제로 유튜브 방송을 하는 이 씨는 2020년 9월 유튜브를 통해 서로 비방을 하며 분쟁 관계에 있던 피해자 A 씨에 관한 영상을 게시하면서 그의 얼굴에 두꺼비를 합성해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씨는 앞서 수개월간 A 씨를 두꺼비에 빗대 표현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씨는 이 밖에도 A 씨를 비롯한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모욕, 업무방해 등 범행을 반복한 혐의도 받았습니다.
1심 법원은 이 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다른 모욕적 표현이 없이 단지 두꺼비 사진으로 A 씨의 얼굴을 가린 것만으로는 모욕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해당 부분에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두꺼비 사진을 합성한 것은 비언어적·시각적 수단을 사용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전달한 것으로서 모욕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 부분 역시 유죄로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등 일반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라며 "모욕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1심이 선고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파기하고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이 씨가 불복했으나 대법원도 이 씨의 행위가 형법상 모욕에 해당한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비언어적·시각적 수단만을 사용해 표현하더라도,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모욕죄가 성립한다"며 "최근 영상 편집·합성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합성 사진 등을 이용한 모욕 범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시각적 수단만을 사용한 모욕도 피해자가 입는 피해나 범행의 가벌성 정도는 언어적 수단을 사용한 경우와 비교해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