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1999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매출이 꺾인 적이 없습니다. 2000년 86억 원가량 했던 연간 매출은 2016년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후 4년 만인 2020년 2조 원을 돌파했고, 또 4년 만인 올해 3조 원 돌파가 확실한 상황입니다. 4년마다 매출이 1조 원씩 늘어나는 것도 대단하지만, 음료가 주 상품인 커피숍이 이 정도 매출을 낸다는 것 자체가 F&B 시장에서 보기 힘든 실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가나 전문가들은 스타벅스 위기를 계속해서 얘기해 왔습니다. 매출이 이렇게 많은데 ‘스타벅스 위기론’은 대체 왜 나오는 걸까요?
반토막 난 영업이익률한국 스타벅스는 2022년을 기점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스타벅스 그룹이 2022년 7월 신세계에 지분을 넘기면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의 스타벅스만 자체적인 운영이 가능해졌습니다. 물론 원두를 여전히 글로벌 스타벅스에서 공급받고, 메뉴도 대부분 똑같이 맞추고, 로열티도 매년 수천억 원씩 지불하지만, 여러 가지 이벤트나 프로모션 등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신세계의 독립적 운영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탬프 모으면 사은품 주는 e-프리퀀시 행사도 한국 스타벅스에만 있습니다.
문제는 신세계가 스타벅스의 지분을 인수하고 독자 운영을 시작하고서부터 소비자들의 민심이 나빠지기 시작했단 겁니다. 공교롭게도 지분 인수가 이뤄진 2022년 7월 딱 그 시점에 e-프리퀀시 행사로 나눠줬던 캐리백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되는 사태가 터졌습니다. 일면 스타벅스 캐리백 사태는 일파만파 퍼졌고 ‘신세계가 인수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인식이 급격히 퍼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정용진 회장의 SNS가 한참 논란이 되던 때였습니다. ‘미안하다 고맙다’, ‘꼬우면 나가시키’ 등의 게시글로 연일 뉴스에 도배되며 신세계에 오너리스크가 드리우고 있단 평가까지 나오던 때였습니다. 이미지가 절반은 먹고 들어갔던 스타벅스가 이미지에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이는 단순히 소비자들의 인식이 아닌,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통상 8~9%대를 기록하던 스타벅스의 영업이익률은 지분 거래가 이뤄지기 직전인 2021년에는 10%를 찍으며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런데 신세계의 지분 인수 이후 정 회장의 SNS 사태와 캐리백 사태 등을 겪으며 이 영업이익률이 4.7%로 급전직하한 겁니다. 1년 만에 반토막이 난 것이죠. 절반이 된 영업이익률은 올 상반기까지도 2년여간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매출이 늘어나도 벌어가는 돈이 줄어드는 사태를 맞이한 것이죠. 이게 더 문제로 여겨졌던 게, 신세계 그룹 실적이 점점 악화하며 스타벅스 코리아가 그나마 수익을 내는 거의 유일한 계열사였다는 겁니다. 마지막 남은 캐시카우마저 돈줄이 말라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던 것이죠. 이게 바로 매출이 느는데도 위기론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다만, 최근 발표된 3분기 실적이 다행히 많이 호전됐습니다. 매출도 올랐고, 무엇보다 우려했던 영업이익률이 8.4%로 2020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신세계 그룹에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러한 영업이익률 날씨에서 찾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이 유난히 길고 무더웠다 보니 아이스 음료가 평소보다 훨씬 많이 팔렸고, 이게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렸단 분석입니다. 2년여 만에 예년 수준으로 회복된 영업이익률을 앞으로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영업이익률은 왜 줄었나오랜 기간 스타벅스의 영업이익률이 4~5%대에 머물다 보니까 이에 대한 분석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가장 첫 번째로 꼽혔던 이유는 원자잿값의 상승입니다. 환율도 굉장히 많이 올랐고, 기후 온난화로 커피 원두 가격도 무척 비싸졌습니다.
두 번째는 저가 커피 공세입니다. 한때 잘 나가던 이디야가 저가도, 고급도 아닌 애매한 이미지 탓에 최근 실적이 예전만 못하단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스타벅스도 비슷한 처지가 됐단 말이 나옵니다. 맛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격이 비싸지도 싸지도 않고, 애매하다는 것이죠. 실제로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 중에는 스타벅스 안 간다는 사람도 많은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스타벅스의 강점은 특유의 ‘공간을 판다’는 개념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는 여전히 장시간 앉아서 커피를 즐기고 공부를 하고, 회의를 하기에 최적화된 커피숍입니다. 문제는 이게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회전율이 낮아지고, 이는 객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를 가져오는데, 앞서 설명한 대로 여러 가지 비용이 올라가는 상황이다 보니 스타벅스의 최장점이 이익 면에서는 안 좋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신세계의 3가지 조치... 소비자 반응은?스타벅스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먼저 2년 만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올 8월에 그란데와 벤티 사이즈의 가격을 올린 겁니다. 스타벅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사이즈가 톨 사이즈이다 보니, 소비자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톨과 스몰 가격은 유지하고 이보다 큰 사이즈 음료만 올린 겁니다. 그런데 11월, 스타벅스는 한차례 가격 인상을 더 진행합니다. 아이스 음료에 대해 이번에는 반대로 톨 사이즈 가격만 올린 겁니다. 날이 싸늘해지고 아이스 음료를 올리니 당장은 체감이 많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올여름 영업이익률이 호전될 정도로 아이스 음료가 많이 팔렸다는 점으로 비춰 볼 때, 내년 여름이 되면 이번 가격 인상이 체감될 듯합니다. 그런데 스타벅스의 음료 가격은 2022년 신세계가 지분을 인수하기 이전까지는 8년 동안 동결돼 있었습니다. 외부 상황이 바뀌어도 8년간 음료 가격을 묶어두다 보니, 초반에는 밥값보다 비싸단 비판까지 듣던 스타벅스가 나중에는 오히려 개인 카페에 비해 저렴하단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 된 겁니다.
하지만 신세계는 지분 인수 직후 바로 가격을 한 차례 올립니다. 물론 이 당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물가가 급등하고 있어서 불가피한 조치였을 겁니다. 게다가 이 당시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등 세계 다른 나라의 스타벅스도 가격이 올랐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인 올해 이렇게 두 차례에 걸쳐서 가격을 올리다 보니 소비자들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해서 매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미국에서는 스타벅스가 음료 가격을 사실상 낮추는 조치를 취했고, 중국에서도 곧 상응하는 혜택을 풀겠다고 공언해 놓은 상황이다 보니, 같은 원두를 쓰고 같은 메뉴를 파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만 이렇게 계속 음료 가격을 올리냐는 소리도 나오는 것이죠. 스타벅스 코리아는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겨울에 여름 음료 올리고, 사이즈 나눠서 올리고 한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보기에 따라 꼼수 인상이란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취재진이 스타벅스 코리아에 이런 식이라면 혹시 내년 여름에는 뜨거운 음료 가격 올리는 게 아니냐고 묻자 일단 그건 아니라고 답하더군요. 지켜볼 일입니다.
두 번째는 스타벅스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유료 구독제 모델을 내놨다는 겁니다. ‘버디패스’라는 건데, 월 9,900원 구독료를 내면 하루 한 번, 음료 한 잔에 쓸 수 있는 30% 할인 쿠폰팩을 주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후 2시 이후에만 쓸 수 있다는 제약이 걸려 있다는 겁니다. 왜 이런 제약을 뒀을까요? 구독제는 소비자에게 먼저 한 달 치 구독료를 받고 그에 상응하는 물건을 내주는 구조입니다. 예컨대 미국의 ‘파네라’라는 음식점의 경우는 오래전부터 커피 구독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달 월정액 구독료를 내면 무제한으로 가서 커피와 음료를 따라 마실 수 있는 상품입니다. 이처럼 구독료를 받고 음료를 내주는 형태가 커피숍이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구독 모델일 겁니다.
그런데 스타벅스의 버디패스는 특이합니다. 커피 대신 쿠폰팩을 준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왜냐하면 구독료는 재무제표상 매출로 잡히지만, 쿠폰은 부채로 잡힙니다. 그런데 소비자가 이 쿠폰팩을 알뜰하게 사용한다면 구독료 9,900원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절약하게 됩니다. 즉, 구독료라는 매출보다 쿠폰 할인액이라는 부채가 더 커지는 상황이 되는 거죠. 이는 실적이 악화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를 적절히 조절해야 했을 것이고, 그게 오후 2시 이후에만 쓸 수 있다는 제약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거죠. 문제는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건 아침과 점심 식사 이후라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굳이 이 버디패스를 구독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스타벅스는 쿠폰 사용 시간과 관련해 아침과 점심시간에 몰리는 손님을 오후 2시 이후로 분산해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보려 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2시 이후에도 찾는 손님이 많아 실효성 면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도 하더군요. 하지만 버디패스 구독자가 몇 명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시적인 서비스가 아닌, 한시적 테스트 중이라고는 하지만, 원했던 만큼의 실익은 보지 못한 채 괜히 꼼수를 쓴다는 이미지만 덧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타벅스의 쉴 새 없는 프로모션과 이벤트 공세를 들 수 있습니다. 연말과 여름에 늘 해왔던 e-프리퀀시 이외에도 온갖 굿즈를 파는 이벤트가 많습니다. 일각에서는 왜 스타벅스에서 자꾸 물건을 팔려고 하느냐는 불만도 나옵니다. 메이드인 차이나 굿즈의 퀄리티가 생각보다 별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타벅스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단순히 이런 문제를 넘어 이 이벤트를 준비하는 직원들의 업무강도가 올라간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휴지기는커녕 겹쳐서 진행되는 갖가지 이벤트 탓에 직원들이 손님 응대에 써야 할 에너지를 이벤트 대응하는 데 쓰고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스타벅스 측이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충원도 하지 않고 있다 보니 이게 결국 고객 경험으로 이어지며 ‘스타벅스 서비스가 변했다’는 느낌까지 주고 있는 겁니다. 결국 스타벅스 직원들이 얼마 전 두 번째 트럭 시위를 벌였습니다. 휴식 시간을 보장해 주고 충원을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신세계가 스타벅스를 인수한 뒤 두 번째 트럭 시위입니다.
문제는 신세계 측이 신세계 유니버스와 스타벅스 결합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자체가 문제 될 건 전혀 없지만, 스타벅스에서 팔던 인기 샌드위치를 단종시키고 이를 신세계 온라인 몰에서 냉동식품으로 파는 등의 일이 생기면서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고객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올리지 않던 가격을 올리고, 구설에 휩쓸릴만한 구독 모델을 고안해 내고, 신세계와 연관해 물건을 파는 일들이 결국 유쾌하지 못한 소비자 경험으로 이어지고 있는 건데, 일각에선 스타벅스만이 가지고 있던 ‘여유’라는 이미지를 해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푼이라도 더 남기려고 쥐어짜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그동안 독보적인 시장 1위를 지키게 했던 스타벅스만의 여유 있는 이미지가 많이 훼손되고 있다는 거죠. 사실 그동안 수많은 국내 커피 전문점이 스타벅스 아성에 도전했지만, 이를 뛰어넘은 기업은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커피 업계의 ‘초격차’를 지키고 있던 게 스타벅스인데, 이런 식의 소비자 인식 변화가 그런 초격차를 점점 무너뜨리고 있다고 우려하는 겁니다.
막대한 현금 보유액으로 증명되는 고객 충성도실제로 시장에서 스타벅스의 독보적인 지위는 스타벅스가 보유하고 있는 선불 충전금 현금 액수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선불 충전금 형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많은 업체 중 스타벅스는 카카오페이에 이에 2위입니다. 대부분 간편 결제 업체들이 충전금 보유액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데, F&B 업체로서는 유일하게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금액도 막대해서 내년이면 4천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게 얼마나 엄청난 규모인가 하면, 커피 업계 충전금 보유액 2위인 투썸플레이스와 51배 차이가 납니다. 웬만한 중소 저축은행보다 더 많은 돈을 굴리고 있는 게 바로 스타벅스입니다. 심지어 이건 선불 충전금만 따졌을 때입니다. 만약 스타벅스가 4천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대출받았다면 엄청난 이자 비용이 나갈 겁니다. 하지만 선불 충전금은 이자 한 푼 내지 않고 고객으로부터 현금을 받는 사례이기 때문에 스타벅스가 얼마나 알짜배기 장사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