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한 달 새 태풍 5개 덮쳐…'기후변화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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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현지시간) 태풍 도라지로 침수된 필리핀 북부 루손섬 이사벨라주의 한 길거리 모습.

기후변화로 태풍 발생이 더 잦아지고 강도도 세지면서 필리핀에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태풍이 다섯 차례나 덮쳐 피해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복구 작업마저 장벽에 부딪혔습니다.

지난달 하순부터 태풍 '짜미'를 시작으로 '콩레이', '인싱', '도라지' 등 4개의 태풍이 잇따라 필리핀을 타격한 데 이어 태풍 '우사기'가 곧 필리핀 상륙을 앞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괌 근처에 있는 태풍 만이도 다음 주 초 필리핀 북동부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고 필리핀 기상 당국은 전망했습니다.

현재 필리핀을 포함한 서태평양에서 활동 중인 태풍은 인싱, 도라지, 우사기, 만이 등 4개에 달합니다.

이 지역에서 태풍 4개가 동시에 활동한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며, 11월 기준으로는 1951년 통계 작성 이후 최초입니다.

지난달 하순 태풍 짜미와 콩레이가 며칠 간격으로 필리핀을 잇따라 강타하면서, 홍수와 산사태 등으로 158명이 숨지고 이재민 63만 명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지난 7일 인싱이 필리핀 북부 루손섬 북단에 상륙, 강풍과 폭우로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4만 명 이상 주민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또 하루 뒤인 지난 8일에는 도라지가 루손섬 동해안을 강타해 주민 3만 2천여 명이 대피했습니다.

도라지로 인해 필리핀 최대 강인 루손섬 카가얀강의 수위가 평소보다 약 4m 상승하면서, 대피 주민 5천여 명의 발이 묶였고 29개 지역은 현재까지 정전 상태입니다.

이어 우사기가 오는 14일 루손섬 북동부 카가얀주에 상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필리핀 기상 당국이 예보했습니다.

이에 따라 카가얀주는 홍수 취약 지역에 사는 주민 최대 4만여 명을 필요 시 강제적으로 대피시킬 계획입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최근 잇따른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약 21만 명에 대해 향후 석 달 동안 결정적인 생명 구조·보호 활동 지원이 필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통상 연간 20개가량의 태풍이 지나가곤 하지만, 이번처럼 짧은 기간에 여러 차례의 태풍 피해를 입는 것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동남아가 세계에서 가장 기후 변화에 취약한 지역 중 하나로서 태풍·폭염 같은 극한 기후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지구 평균 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 시기인 1850∼1900년 평균을 섭씨 1.54도 웃돌아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분석됐습니다.

그 결과 올해 해수면 온도가 이례적으로 높게 치솟으면서 태풍이 더 많이 생겨나고 위력도 강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 로언대학 조교수 안드라 가너 박사는 "우리는 이 행성을 데우고 있으며, 해수면 온도 역시 높이고 있다"면서 "따뜻하게 데워진 바닷물은 허리케인의 핵심 에너지 공급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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