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만에 귀향…옛 광주형무소서 4·3 행불자 신원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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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옛 광주형무소 터에서 4·3 행방불명 희생자의 신원이 75년 만에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제주 4·3 당시 억울하게 수감되고 희생된 제주도민들의 역사적 진실이 조금 더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안수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19년 광주형무소 옛터에서 무연분묘 개장 작업 중 유해 260여 구가 발견됐습니다.

여기서 4·3 행방불명 희생자의 신원이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바로 지난 1949년 7월 체포돼 광주형무소에 수감된 고 양천종 씨입니다.

양 씨가 '형무소에서 잘 지낸다'는 안부 편지를 보낸 뒤 한 달도 안 돼 가족들에게 사망 통보가 전달됐지만, 시신은 끝내 수습되지 못했습니다.

4·3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한꺼번에 잃은 손자는 일흔을 훌쩍 넘겨서야 할아버지 유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양성홍/故 양천종씨 손자 : 시신을 찾지 못해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까지 상당히 한스러운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고요. (지금까지) 영혼이 떠돌던 것이 이제는 손자의 품으로 돌아왔으니까 편안히 잠드시길 기원하는 거죠.]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4·3 행방불명 희생자 신원이 확인된 건, 지난해 대전 골령골 이후 두 번째입니다.

제주자치도는 대전 골령골과 경산 코발트 광산 등 도외 지역 발굴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방불명된 4·3 희생자 중 신원 확인을 위한 유가족의 유전자 정보가 절반밖에 확보되지 않아 추가 채혈 참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조상범/제주자치도 특별자치행정국장 : 유가족 친지 할 것 없이 사촌, 팔촌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에 채혈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시면 유전자 감식하는데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기 때문에 협조를 부탁합니다.]

고 양천종 씨의 유해는 다음 달 고향 제주로 봉환될 예정입니다.

현재까지 제주 4·3으로 행방불명된 희생자는 4천여 명으로 추정되고, 이 중 145명만이 신원이 확인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영상취재 : 고승한 JIBS)

JIBS 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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