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쏟아지자 코코아에 곰팡이병…초콜릿 업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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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상 기후가 우리 밥상까지 위협하는 문제 짚어보는 순서입니다. 지구 기온이 1도 오르면 세계 총생산이 12퍼센트 떨어진다, 줄어든 먹거리 생산량이, 소득과 성장률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인데요. 특히나 이런 피해는 저위도 즉, 적도에 가깝고 소득이 낮은 국가들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오늘(12일)은 그 가운데서도, 코코아와 커피 재배지가 몰려있는 가나와 베트남 현지에 가서, 그 심각성을 살펴봤습니다.

김형래, 김수영 기자가 차례로 전하겠습니다.

<기자>

아프리카 대륙 서부에 위치한 가나 공화국, 수도 아크라에서 100km 떨어진 최대 규모의 코코아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코코아 열매, 본격적인 수확을 앞둔 시기인데 열매 곳곳에서 시커먼 반점이 보입니다.

열매에 치명적인 곰팡이가 피는 '검은 꼬투리병'입니다.

현재 치료법이 없어 나무째 베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병이 급격하게 번진 건 열매가 성숙하는 올해 초 고온에다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압둘 마지드/코코아 농장 관리자 : 폭우가 쏟아지면 코코아 농장에 습하고 축축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여기서 곰팡이가 번식해 (코코아 열매의) 숨구멍을 감염시킵니다.]

이상기온으로 인한 폭우에 전염병까지 겹치면서 이 농장의 코코아 생산량은 45%나 줄어들었습니다.

수확한 코코아 열매를 받아 수출 전까지 보관하는 창고는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가나는 바로 옆 코트디부아르와 함께 전 세계 코코아 열매의 60% 이상을 생산합니다.

두 국가에서 연간 코코아 생산량이 급감하자, 공급 충격은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지난해 1월 톤당 2천600달러 수준이던 코코아 가격은 올해 4월엔 1만 1천 달러를 돌파했고, 현재도 고공행진 중입니다.

가나 수출의 12%를 차지하는 코코아 수출액이 1년 사이 3억 달러 넘게 급감하자 재정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조셉 아이두/가나 코코아위원회 위원장 : 우리는 코코아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연간 약 5억 달러를 빌리고 있습니다. (코코아를 다시 심는 데) 3년이 걸리고, 완전히 성숙하려면 7년이 더 걸립니다.]

최빈국인 서아프리카 지역의 낙후된 농업도 수급 안정을 더디게 하는 요인입니다.

[조셉 아이두/가나 코코아위원회 위원장 : 많은 농부들이 문맹입니다. 그들에게 적절한 생활 소득을 보장하지 못하다 보니 대부분의 농부들이 코코아 농장을 버리고 떠납니다.]

전 세계 초콜릿 업체들은 코코아 확보에 비상인 상황, 우리나라 업체도 코코아 씨앗을 수입해 공장에서 볶은 뒤 높은 압력으로 갈아내고, 설탕과 우유 등을 섞어 제품을 만드는데, 결국 올해 가격을 줄줄이 올렸고 초콜릿 과자와 케이크 가격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기후 흉작이 이어진다면 기호식품이 사치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과장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장예은·박천웅)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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