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가변적 사회주의 신념 이유로는 병역 거부 안 돼"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사회주의 등 자신의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그 신념이 가변적일 경우 허용되지 않는다고 대법원이 판결했습니다.

오늘(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나 모(34) 씨가 병무청 대체역 심사위원회의 기각 결정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지난달 25일 확정했습니다.

나 씨는 2020년 10월 "사회주의자로서 자본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국가의 폭력기구인 군대라는 조직에 입영할 수 없다"며 대체역 편입 신청을 했습니다.

대체역이란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36개월간 법무부 교정시설에서 합숙 복무하면서 병간호, 환경미화, 시설보수 등 업무를 하는 것으로 2020년 10월 처음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병무청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나 씨의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나 씨가 모든 폭력과 전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체, 목적, 방법에 반대하기 때문에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였습니다.

나 씨가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1심과 2심 법원도 대체역 심사위의 결론이 타당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나 씨의 군 복무 거부가 사회주의 신념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만으로 대체역 편입신청이 이유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원고의 사회주의 신념은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인 것으로서 대체역 편입신청의 이유가 되는 양심에 이르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나 씨가 4·3 사건과 5·18 민주화운동 등 역사적 사건을 양심 형성 계기로 언급하며 군대 등 '국가 폭력기구'에 가담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설명하고 교정시설 대체 복무는 수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나 씨가 언급한 사건의 배경이 된 과거 군사 독재정권 등에서 무고한 국민을 교정시설에 감금하고 고문을 행하기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그의 설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습니다.

또 "폭력에 대한 원고의 입장이 일관되지 않아 보이고 군 복무 거부 결정이 사회주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인지, (선택적) 비폭력 신념·반전주의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 실체를 분명하게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오프라인 광고 영역

나 씨는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양심의 존재, 교정시설 복무 의사와 군 복무 거부 신념의 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기각했습니다.

병역 거부자들을 돕는 시민단체 '전쟁 없는 세상'은 이 판결에 "양심을 매우 협소하게 해석하고 기계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양심의 자유에 대한 인식과 논의를 매우 후퇴시켰다"며 "양심의 자유란 온갖 외압에도 끄떡없는 단단한 신념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권력에 의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개인의 양심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프라인 광고 영역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오프라인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