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알린 영국 번역가 "노벨상, 공정한 시대로 나아간단 희망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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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주의자'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해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공동 수상한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미를 고찰한 기고문을 언론에 발표했습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후 스미스가 입장을 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스미스는 취재진에 보낸 기고문에서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은 문학계가 공정한 시대, 개인의 정체성이 공로를 가리지 않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적었습니다.

그는 "한강의 작품을 사랑하는 세계의 무수히 많은 독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한강의 뛰어난 작품이 인정받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기쁜 일"이라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벨문학상은 작가의 전체 작품에 수여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영어권 중심의 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커상과 큰 차이가 있다"고 이번 수상의 의미를 짚었습니다.

스미스는 "한강의 작품 활동을 오랫동안 지켜본 우리(독자)에게 노벨상 수상은 우리가 이미 알던 것을 확인시켜 주는 일"이라며 한강의 작품들에 대한 여러 전문가의 호평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2016년 '소년이 온다' 영어 번역본이 영국에 출판됐을 때 존경받는 한 시인은 제게 편지를 보내 '그것은 중요한 책이고, 기념비적이며, 정치적 폭력과 그 영향을 다룬 새로운 종류의 책'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한 비평가는 최근 '한강의 문학적 공헌은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울려 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면서 "많은 사람이 이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미스는 아울러 자신이 번역한 영어판은 수많은 번역본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는 자신의 공로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받는 것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그는 "영어는 세계의 중심이 아니다"라며 "한강의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미 스웨덴어, 프랑스어, 노르웨이어, 네덜란드어로 번역됐다. 이 점이 노벨문학상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현지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한국 문학에 관심을 뒀고, 2010년부터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했습니다.

이후 런던대 동양 아프리카대(SOAS)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밟은 그는 '채식주의자'에 매료돼 작품 번역은 물론 출판사 접촉과 홍보까지 도맡았습니다.

'채식주의자'에 이어 한강의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도 잇달아 영어로 번역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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