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5만 가구 규모 택지를 공급하겠다고 했던 정부 발표 이후 해당 지역에 투기 바람이 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가보니 기대감 속에서도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정책의 성패는 보상 협의에 달렸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현장을 노동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2년 만의 서울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 가운데 가장 선호도가 높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입니다.
땅 관련 문의가 크게 늘었는데, 실제 거래는 아직 잠잠합니다.
[이육상/서울 신원동 공인중개사 : 전화는 많이 옵니다. 두세 배 될 줄 알고 착각하고 전화하는 거죠.]
수년 째 개발 대상지로 거론되며 이미 땅값이 공시지가 3배 수준인 평당 450만 원까지 오른 데다, 해제 발표와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영향이 컸습니다.
[이육상/서울 신원동 공인중개사 : 산들 뭘 할 거냐고. 사 봤자 수용당하는 금액이 정해져 있잖아요. 매수자 입장에선 남는 게 하나도 없겠죠. 그러니까 거래가 안 될 수밖에 없죠.]
이 지역엔 남의 땅에 꽃과 채소 등을 기르며 비닐하우스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딴딴해. 좀 만져보시오.]
[김인자/서울 신원동 : 내 땅 가진 사람 없어. 다 남의 땅이야, 이거. 신났겠지, 땅 가진 사람들은 좋죠, 그렇죠?]
생업이 수용당한다면 보상없이 비워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한명숙/서울 신원동 : 발표 나서부터 나 맥 빠져서 지금 우울증 오게 생겼어요. 심란하지, 갈 데가 없으니까. 집 짓고 살고 있으니까 집에 대한 보상이 나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못 나가죠.]
고양 등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인데, 보상 협의는 대체로 진통이 예상됩니다.
[경기 고양시 대장동 주민 : (서울에 계신다고.) 땅 주인이 뭘 할 줄 알아요? 뭐 와서 보고만 앉아 있다가 좀 구경하다가 가는 거지.]
하남 교산 등 지난 2018년 지정된 3기 신도시의 경우, 일부 그린벨트 농민들의 수용반대 시위에, 토지 소유주와의 보상 갈등으로 곳곳이 아직 첫 삽도 못 뜬 상태입니다.
[조정흔 감정평가사/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 (토지주)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지 않으면 협의하기가 어려워지는 거예요. 패널로 집을 짓고 사시는 분들 같은 경우에는 입증이 안 돼서 보상 못 받는 경우도 많고. 항공사진에도 안 나오고 그러다 보니까.]
또 최근 5년간 서초 서리풀지구 그린벨트 거래의 절반 가까이가 이른바 '지분 쪼개기' 매매로 나타나는 등, 개발 이익을 노린 이들은 이미 수년 전 땅을 사들인 상황.
'2031년 입주 목표'라며 정부는 신속 공급에 방점을 찍었는데, 투기 세력을 걸러내며 이주·수용 대상이 될 이들과 보상 협의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 영상편집 : 박춘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