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뜨거웠던 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겨울을 알리는 입동이 어느새 오늘입니다. 어제부터 날씨가 불쑥 추워지더니 오늘은 정말로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합니다. 하루 사이에 기온이 10도 가까이 떨어진 만큼 독자 여러분 몸조리 잘하길 바랄게요. 환절기가 되면 때마다 유행하는 감기 걸리지 않게 따뜻한 물도 많이 마시고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겨울이 조금은 춥길 바라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찾아오는 눈꽃축제, 얼음축제를 하는 지자체 관계자들 말이죠. 그분들 입장에서는 따뜻한 겨울보다는 추운 겨울이 축제를 운영하기 편할 테니까요.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최근 핫했던 지역 축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김천의 김밥축제, 구미의 라면축제 등... 지자체들이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는데요, 왜 지자체들은 이렇게 행사를 유지하고 개최하고 있는지, 마부뉴스가 데이터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하루에만 10만 명 몰린 대박 지역 축제우선 핫했던 김천시의 김밥축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독자 여러분도 익히 알고 있듯 경상북도 김천(김밥천국 아님)시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김밥축제를 개최했어요. 사실 김천시와 김밥은 관계성이 하나도 없습니다. 김천시의 특산품은 과일, 그중에서도 새콤달콤한 자두거든요. 국내 자두 생산량의 약 20%를 책임질 정도입니다. 2022년에 김천시에서 열린 자두축제에 3일간 3만 5,000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지역 특산물을 살린 축제가 잘 자리 잡고 있었어요.
김천시에선 새로운 축제인 김밥축제를 준비하면서, 자두축제 수준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궤도에 오른 자두축제에 3만 명 정도의 관람객이 참여했으니, 김밥축제는 한 1만 명에서 2만 명 정도 오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김밥 1만 줄을 준비하면서도 이거 너무 많이 만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현실은? 행사 첫날에만 10만 명이 몰리는 대박이 나버렸죠. 김천시 인구가 2024년 10월 기준으로 13만 5,685명인데, 말 그대로 시 인구 수준의 관람객이 축제에 운집해 버린 겁니다.
경상북도의 또 다른 지역축제 맛집인 구미시 얘기도 빼놓을 수 없죠. 구미시에서는 2022년부터 라면축제를 열고 있어요. 김천시와는 달리 구미시는 라면과 연관성이 깊습니다. 구미시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농심 라면 공장이 위치해 있거든요. 신라면의 국내 생산량 중 75%가 구미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죠. 구미시는 시의 라면 인프라를 활용해 '갓 튀긴 라면'을 축제에서 맛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 결과는 역시나 대박이었죠. 2022년 첫 행사에서 이틀 동안 1만 5,000여 명이 참여해 성황리에 종료됐고, 입소문을 탄 이듬해 축제에선 축제 기간 동안 10만 명이 운집했어요. 올해엔 그보다 더 늘어난 12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구미 라면축제를 찾았습니다.
두 축제뿐 아니라 전국 곳곳엔 다양한 지역 축제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봄이면 벚꽃 맞이 대표 축제인 진해 군항제가 있고, 겨울엔 대관령 눈꽃축제, 화천 산천어축제도 있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매년 전국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를 관리하고 있는데, 올해는 전국 각지에서 총 1,170개의 지역 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더라고요. 경기도에서 열리는 축제가 144개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경상남도가 135개, 전라남도가 121개로 뒤를 이었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지역 축제 건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7년에 전국에서 개최된 지역 축제는 모두 733개. 하지만 어느새 1,000개가 넘는 축제가 전국에서 열리고 있어요.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 2022년에 감소한 것 말고는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이 보이죠. 그렇다면 왜 지자체들은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지역 축제를 더 많이 열고 있는 걸까요?
Mission : 지역의 생활인구를 늘려라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5,183만 6,239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어든 것도 문제이지만,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것 역시 큰 문제죠. 인구의 감소와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아요. 오히려 수도권 집중은 더 강해지면서 지방은 소멸 위기에 처해있죠.
인구가 쪼그라드는 지역 입장에서는 사실 매우 난감합니다. 일자리를 만들어서 지역의 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도 쉽지 않지만, 설령 정책이 성공해서 인구를 늘리게 된다고 할지라도, 그 영향을 받는 다른 지역의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니까요. 각 지자체별로 자신들의 인구를 양적으로 늘리는 데에만 집중하면 일종의 제로섬 게임인 인구 문제에서 지역 간의 불필요한 갈등과 경쟁만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생활인구'입니다. 생활인구에는 실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상주인구만 포함되지 않아요. 학교나 직장 때문에 오가는 사람들, 관광으로 방문하는 사람들 등... 체류하는 사람들과 외국인까지 포함해서, 실제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실질적인 활력을 높이는 사람들까지 인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통계청과 행정안전부에서는 2023년부터 생활인구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구감소지역법’을 통해 법적으로 생활인구의 개념과 기준을 딱 정의해 두고, 인구 감소 지역을 대상으로 월별 생활인구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계산해서 분기마다 공표하고 있죠.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 지역은 모두 89곳. 2023년엔 시범 사업으로 89곳 중에 7곳만 선정해 진행을 했고, 올해부터는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어요. 마부뉴스가 공개된 자료 중 가장 최근 자료인 2024년 6월 데이터를 가지고 시각화를 해봤습니다.
인구 감소 지역 89곳의 생활인구 규모는 모두 2,847만 6,770명입니다. 그중 외국인을 포함한 등록인구는 490만 2,150명이고요, 근무하고 관광하면서 체류하는 인구는 2,357만 4,620명이죠. 체류인구가 등록인구의 약 4.81배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시군구 단위로 그려진 지도를 보면, 강원도 부근의 인구 감소 지역이 특히 체류인구(주황색)의 비율이 크다는 게 보일 겁니다. 단순히 체류인구 숫자만 비교하면 부산 서구, 동구, 영도구 같은 광역시 내의 인구 감소 지역이 가장 많아요. 하지만 체류인구와 등록인구를 비교해서 비율을 따져보면 강원도가 가장 높게 분석됩니다. 강원도의 체류인구 배수는 무려 7.9배로 다른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높죠. 광역시를 포함한 광역권이 5.5배로 2위를 차지했고, 충청남도가 5.0배, 충청북도가 4.9배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양양군이 등록인구 대비 17.4배의 체류인구를 기록하면서 배수가 가장 높게 분석됐어요.
물론 어떤 지역은 일자리 통근을 하는 사람이 많고, 또 학교 통학을 위해 체류하는 사람도 많을 수 있어요. 하지만 서핑 성지 양양의 수치에서 알 수 있듯 체류인구의 절대다수는 관광객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에서 줄어든 인구 1명의 소비를 상쇄하려면 연간 숙박 여행객 18명과 당일 여행객 55명의 소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왔는데요. 여기에 딱 맞는 게 바로 앞서 살펴본 지역 축제인 거죠. 지역축제는 지역 홍보뿐 아니라 외부 관람객을 정기적으로 유치하면서 체류인구를 늘려 소비를 키울 수 있습니다. 지역 축제 하나 잘 키우면 열 공장 안 부러울 수 있다는 거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