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기자의 씨네멘터리

[TV 씨네멘터리] 베니스 황금사자상 '룸 넥스트 도어', 그리고 '베놈'

룸 넥스트 도어, 베놈:라스트 댄스, 결혼,하겠나?, 최소한의 선의, 고래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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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첫째 주 금요일, 박스오피스 순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1위부터 5위까지 보시겠습니다.

지난 수요일 개봉한《아마존 활명수》와 지난 주 개봉한《베놈:라스트 댄스》가 거의 차이가 없는 매출점유율을 기록하면서 각각 1위와 2위에 올라있습니다. 50만을 넘긴《보통의 가족》이 3위, 개봉 한달을 맞은《대도시의 사랑법》이 80만 관객을 바라보며 4위입니다. 한국 영화 100만 관객이 이렇게 힘들군요. 

6위부터 10위 보여주시죠. 

호러 영화인《롱 레그스》가 6위, 한국인 하와이 이민사를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하와이 연가》가 7위입니다. 오늘의 박스오피스는 여기까지입니다.

Q. 오늘 첫 번째로 소개해주실 영화는 뭡니까?

지난 8월 열렸던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룸 넥스트 도어”라는 영화입니다. 스페인의 세계적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예술 영화인데, 배급을 할리우드 메이저 직배사인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하고 메가박스 단독 개봉이라는 흥미로운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개봉관도 적고 예상대로 흥행 성적도 신통치 않지만 제가 오늘 첫 번째 영화로 소개해드리는 것은 그만큼 볼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Q. ‘룸 넥스트 도어’. 제목이 딱 예술 영화같기는 한데 무슨 의미입니까.

그룹 스모키의 유명한 히트곡인 ‘Living Neext Door To Alice’란 노래아시죠? 24년 동안 앨리스 ‘옆집’에 살면서 그녀를 짝사랑한 남자의 이야기인데요. 이 영화 제목인 “룸 넥스트 도어”는 글자 그대로 ‘옆방’이라는 뜻입니다. 왜 제목이 옆방인지 줄거리 간단하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룸 넥스트 도어》의 주인공인 마사는 뉴욕타임즈의 베테랑 종군 기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궁경부암 3기로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실험적 치료를 받아봤지만, 암이 간과 뼈까지 전이돼서 앞으로 몇개월, 길어봤자 1년 정도 밖에 살지 못합니다. 의사는 마사의 심장이 튼튼하다며 치료를 더 해보자고 하지만 마사는 고통스러운 치료 대신 존엄있는 죽음을 원합니다.

마사는 다크 웹에서 안락사 약을 구한 다음 오래 전 동료였던 작가 잉그리드에게 자신이 죽을 때 ‘룸 넥스트 도어’ 즉 옆방에 있어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마사는 교외의 한적하고 근사한 주택을 한 달 간 빌렸고, 두 사람은 함께 그곳으로 떠납니다. 마사가 정확히 언제 안락사를 결행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마사는 자신이 방문을 열어 놓고 자는데, 아침에 방문이 닫혀 있다면 그날이 자신이 세상과 하직한 날이라고 잉그리드에게 말합니다. 잉그리드는 매일 새벽마다 가슴을 졸이며 마사의 방으로 다가갑니다. 

Q. 존엄사 또는 안락사를 소재로 한 영화로군요. 이 영화의 감독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도 거장이지만, 주인공이 대단한 배우들이죠?

그렇습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첫 번째 영어 영화인《룸 넥스트 도어》에는 영미권 최고의 배우인 줄리안 무어와 틸다 스윈튼이 각각 잉그리드와 마사 역을 맡아 열연했습니다. 줄리안 무어가 전세계 배우들 중 유일하게 갖고 있는 타이틀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소위 3대 국제영화제라고 일컬어지는 칸과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는 물론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모두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라는 겁니다. 틸다 스윈튼도 일찌감치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칸 영화제 심사위원과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장을 하는 등 국제 영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명배우입니다. 봉준호 감독 영화 두 편에도 출연한 봉감독 지지자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대화가 대화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딱히 이렇다할 사건이나 액션은 없기 때문에 관객에 따라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는데요, 이 두 명배우의 얼굴을 곧 스크린으로 생각하고 거기에 무엇이 그려지는지를 보는 게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Q. 이 영화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만한 대목이 있다구요?

네 바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인장이라고 할 수 있는 원색의 활용과 배치입니다. 지금 나가고 있는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빨강,녹색,파랑,보라 등 다양한 원색의 컬러 팔레트를 사용해서 화면을 아름답게 채색하고 또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까지 표현하는 솜씨가 감탄을 자아냅니다.

Q. 다음 영화로 가시죠.  아까 박스오피스 소개해줄 때 보니까《베놈:라스트 댄스》가 최근 개봉작 중에는 가장 흥행 성적이 좋네요. 관객 100만이 넘었어요.

네, 우리나라에서는 개봉 아흐레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글로벌 박스 오피스에서는《인사이드 아웃2》와《데드풀과 울버린》의 뒤를 이어 3위의 오프닝 성적을 올렸는데요, 그렇다고해도 이 성적은 전편인《베놈》1,2편에 비하면 6,70% 수준이긴 해서 합니다. 전반적인 세계 영화시장의 축소라고 봐야할지, 이 영화의 한계인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참고로 한국에서《베놈》1편은 388만, 《베놈》2는 212만 명이 관람했습니다. 

Q. ‘베놈’역시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죠?

그렇습니다. 1984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처음 등장한 슈퍼 빌런이자 안티히어로입니다. 그런데 이 ‘베놈’의 실사 영화들은 마블의 모회사인 디즈니의  영화가 아니라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영화입니다. 2018년에 처음 개봉했고 지금 상영 중인 영화는 제3편, 트릴로지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영화입니다.

베놈은 "동물에게 물리거나 찔림으로써 중독되는 독"이나 독액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베놈은 심비오트라는 외계 종족으로, 인간을 숙주로 삼아 침투해서 신체적인 능력을 극대화하거나 호전적이고 폭력적으로 만드는가 하면 종국에는 인간을 먹어치우는 무시무시한 빌런입니다. 처음에는 스파이더맨에 붙어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톰 하디가 연기한 에디 브록이라는 남자과 공생합니다.

Q. 3편은 어떤 내용인가요?

“죽음이 갈라 놓을 때까지”가《베놈:라스트 댄스》의 헤드 카피입니다. 공생하는 에디와 베놈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걸 알 수 있죠.

‘내 안의 또 다른 나’ 환상의 콤비인 에디 브록과 베놈은 자신들을 노리는 슈퍼 빌런인 널이 보낸 제노페이지라는 괴물에 쫓깁니다. 에디와 베놈은 티격태격하면서도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며 제노페이지에 맞서는데, 엄청난 능력치를 가진 괴물 앞에 거의 죽기 일보 직전에 베놈이 둘 중에 한 쪽만 살아남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데…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줄거리가 대단히 중요하다기보다는 액션 연출과 캐릭터 간 합이 중요한 영화입니다.

Q. 주말에 극장가서 볼만 할까요?

제가 보기엔 편 앵커가 주말에 머리를 비우고 쉬고 싶다, 그러면 재미있게 볼 거 같아요. VFX가 발달하면서 이제는 못 만들어내는 장면이 없잖아요. 에디와 베놈이 한몸이 되어 여러 크리처로 변하는 시각적 재미가 쏠쏠하고, 이 둘의 케미스트리가 볼만 합니다. 

다만 이 시리즈는 애초 1편부터 줄거리의 개연성이 빈약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마블 원작팬들이 특히 이런 점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해왔는데, 3편에서도 이런 약점은 그대로 이어졌다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다만 저처럼 마블 캐릭터나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 높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2시간 정도 즐기다 나오기에는 괜찮은 팝콘 영화라고 봅니다. 

Q. 다음은 한국 영화 두 편 소개해주신다고요. 독립 영화죠? 그런데 대중 영화로도 잘 알려진 배우들을 출연하는 독립 영화라고요.

네. 먼저《극한직업》의 형사,《범죄도시4》의 빌런 등으로 잘 알려진 이동휘 배우 주연의 《결혼,하겠나?》라는 영화입니다.

제가 표준어 발음으로 읽었지만, 이 제목은 실은 경상도 사투리의 뉘앙스를 담고 있기 때문에 ‘결혼,하겠나?’로 읽어야 마땅합니다. ‘너 이래 가지고 결혼할 수 있겠니?’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대학 시간강사인 선우는 애인 우정과 결혼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집을 구하고 예식 비용을 대고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하는 어려운 형편입니다. 이 와중에 양가 상견례날 아버지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집니다. 

병원비가 어마어마하게 나오는데, 어머니와 이혼하고 할머니 집에서 살던 아버지는 건강보험도 없고 신용불량자입니다. 선우는 아버지를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데, 아버지가 그동안 등록된 실거주지조차 없이 살아오면서 문제가 꼬일대로 꼬입니다.

선우가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해결하러 좌절감 속에 동분서주하는 동안, 연인 우정은 결혼을 앞두고 연락도 없이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선우가 야속하고, 이 틈에 자신이 일하는 카페 주인이 접근해오자 살짝 마음이 흔들립니다.

원래 이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 공개될 때 제목이 모라동이었는데요, 부산 모라동이 배경인 영화입니다. 이동휘 배우의 예의 약간 멍해보이는 표정으로 시작하는 생활 연기와 코믹 연기가 돋보이고, 우정 역을 맡은 한지은 배우와 합도 좋습니다. 

‘짠내풀풀 생계형 코미디’라는 카피를 달고 있는데, 정말 현실에서 맞부딛힐만한 서민, 청년들의 인생 고민을 잔잔한 코미디 속에 녹여낸 영화입니다.

Q. 다음 독립 영화는《최소한의 성의》라는 영화인데, 이 영화에는 장윤주 배우가 나오는군요. 최근에《베테랑2》에 나왔었죠?

그렇습니다. ‘베테랑’ 시리즈에서 홍일점 형사인 봉형사로 눈길을 끌었죠. 모델 출신인데 연기를 잘한다는 걸 이번 영화를 보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영화《최소한의 성의》에서 장윤주 배우는 고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로 나옵니다. 본인은 난임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데, 자신의 반 학생 한 명이 임신을 하면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갈등의 발단은 이 학생이 낙태도 자퇴도 하지 않고 배가 불러오는 채로 학교 생활을 계속 하겠다고 하는 건데요, 이성적이고 건조한 성격의 교사가 이 사태를 겪으면서 어떻게 달라져가는지, 이 학생에게 학교는, 학부모는, 또 우리 사회는 도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옳은 건지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Q. 마지막으로 자연 다큐멘터리 한 편 소개해주신다고요?

네, 지난해 SBS스페셜 4부작으로 방송됐던《고래와 나》가 약 1시간 반짜리 극장판 영화로 재편집돼서 개봉했습니다. 

혹등고래와 소설『모비딕』의 주인공인 향고래, 벨루가, 보리고래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거대한 생명체들의 신비스런 모습이 스크린에 펼쳐지는데 특히 새끼 고래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과 고래들끼리 또는 인간과 소통하는 보기 힘든 광경들이 새롭습니다.

제작진은 7년 동안 남극과 북극을 포함한 전 세계 20개국, 30개 지역에서 300테라바이트 분량으로 찍은 촬영본을 압축했습니다. 산소통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스쿠버 장비 없이 수중 8K 카메라를 들고 바다에 뛰어든 촬영팀은 바다가 쓰레기 더미로 둘러쌓인  모습과 고래의 비정상적인 죽음 등 인간의 환경 파괴가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전합니다.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 기사 내용은 라이브 방송과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SBS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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