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타인 성적 지향 강제로 드러내고 비방하면 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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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성적 지향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드러내고 비방하면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오늘(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서 모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8일 확정했습니다.

교회 목사인 서 씨는 2018년 1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A 씨의 얼굴과 실명이 나온 기사를 인용하면서 A 씨가 폴리아모리(다자간 연애)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비방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서 씨는 A 씨를 향해 "사회와 학교를 향한 원망만을 늘어놓고 있다"며 "세상에는 보편적 도덕 가치가 있다. 소수의 행동이라고 다 보호받는 것이 아니다. 보고 듣고 찾아보기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람의 소문이 퍼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썼습니다.

서 씨가 인용한 기사는 대학생인 A 씨가 학교와 빚은 분쟁과 관련해 언론사와 인터뷰한 내용으로 성적 지향과는 무관했습니다.

검찰은 이 글로 인해 A 씨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판단해 서 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서 씨의 글은) 피해자의 성적 지향성이 옳지 않음을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며 "피해자를 비방하는 것을 주요한 동기나 목적으로 해 이 사건 게시글을 게시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서 씨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법원은 "널리 알려진 공적 인물로 볼 수 없는 피해자의 내밀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실을 피해자의 실명, 얼굴 사진과 함께 정보통신망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공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피해자의 성적 지향을 드러냄으로써 자신과 특정 사회집단이 추구하는 가치와 다른 견해를 가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고 비방할 목적으로 이 사건 글을 작성·게시했다"며 유죄가 맞는다고 판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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