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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도 13kg 뺐다"던 위고비, 그 열풍에 가려진 것들 [스프]

[주간 조동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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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만으로 살을 뺄 수 있을까?

운동을 많이 하면 살이 빠진다는 말이 팩트인 적도 있다. 하지만 식사량 조절 없이 운동만으로는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게 여러 코호트 연구에서 입증됐다. 그 이유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운동을 할 때는 주로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사용하기 때문에 체지방은 줄지 않는다. 자칫 몸속 탄수화물이 과도하게 소모되면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 이때 당 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바꿔서 저장할 뿐만 아니라 체지방이 분해되는 것도 방해한다. 체지방이 분해되려면 인슐린의 농도가 12시간 이상 낮게 유지되어야 한다. 저탄고지, 간헐적 단식은 모두 인슐린의 농도를 낮게 유지해 체지방의 분해를 최대한을 끌어 올리려는 시도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혈당이 떨어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러면 식욕을 유발하는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포만감을 느끼는 시상하부는 마비된다. 어떤 다이어트 법이든 그것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순간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스트레스는 우울감과 과다 식욕을 유발해 살을 찌게 만들고 이게 또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는 이미 증명됐다.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을 스트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스트레스와 관련 없는 삶의 영역이 없듯이 비만은 전반적인 삶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최근 비만 유전자(MC4R gene variant)에 관한 연구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비만 유전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지만 심각한 어린이 비만 환자의 4~5%에서 발견된다. 그러네 이 유전자는 비만에만 관여하는 게 아니었다. 뇌전증 증세로 병원을 찾은 7살 어린이의 사례 보고서를 살펴보자. 이 어린이에게 의료진은 뇌전증 약을 처방했지만, 오히려 증세가 악화했다. 어린이는 심각한 수면 장애도 앓고 있었다. 연구팀은 어린이가 아기 때부터 비만이었던 것을 토대로 유전자 검사를 해봤더니 비만 유전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뇌전증 치료 약을 중단하고 수면 호르몬이라 불리는 멜라토닌을 처방했다. 멜라토닌이 비만 유전자 효과를 억제한다는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7개월 만에 뇌전증 증세가 호전됐고, 뇌파 검사에서도 비정상적인 파형이 사라졌다. 불면증과 비만도 나아졌다. 이 연구는 비만이 수면과 뇌파에도 관련된 단순히 칼로리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관점에서 위고비로 손쉽게 살을 뺄 수 있다는 말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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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열풍에 가려진 것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몸무게를 13kg 줄인 비법으로 소개한 다이어트 주사제가 최근 우리나라에도 출시됐다. 한 통에는 주당 1회씩 4회 분량, 즉 한 달 치 주사제가 들어 있는데, 한 통 시장 가격이 80만 원 안팎으로 알려졌는데, 병원과 약국마다 매물 확보 경쟁이 한창이다. 병원에서는 하루에 100통 넘는 문의 전화가 오지만 물량이 부족해 대부분 처방받지 못하고 있다.

'위고비'의 세계적인 열풍은 지금까지의 다이어트약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5월 네이처 메디슨에 게재된 논문을 보면 위고비를 매주 맞은 환자는 52주 이후부터 원래 체중의 10% 이상 몸무게가 줄고, 이 효과가 무려 208주, 4년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위고비가 비싸긴 해도 손쉽게 살을 빼고 요요 현상도 없다'는 보도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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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연구는 잘 봐야 할 구석이 있다. 처음 위고비를 맞은 환자는 8,800명이 넘었는데, 4년 후에는 921명뿐이었다는 것이다. 연구 참가자 중 8,000명 가까이 투약을 중단한 걸로 보이는데, 연구팀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의학계는 고비용과 부작용 때문으로 추정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강신애 교수는 위고비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매우 드물지만 급성 췌장염이 나타날 수 있는데 췌장에서 소화 효소가 새어 나오면 그것에 닿은 장기들은 녹아내리는 무서운 부작용입니다. 그래서 전문의약품이고, 전문가의 면밀한 관찰 하에 투약이 이뤄져야 합니다. 구토, 오심, 설사, 두통 등의 부작용은 흔하게 나타나는데, 가볍다고는 해도 4년 동안 지속한다면 환자의 생활은 어떻게 될까요?"

짚어야 할 점은 또 있는데, 2년 동안 맞은 환자 중에서 목표 체중을 유지하지 못한, 즉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환자의 비율이 47.6%였다는 것이다. 위고비 초기 임상에서 약에 반응하지 않는 비율 10.2~16.7%에 비하면 3배가 넘는 것이다. 이는 약에 내성이 생겨서 중단한 경우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때 투약을 중단하면 어떻게 될까? 영국 리버풀 대학은 68주 동안 매주 위고비를 맞고 평균 17% 몸무게를 뺀 환자들을 연구했다. 위고비를 중단한 환자들은 곧바로 살이 찌기 시작해 52주 후에는 결국 6% 빠지는 데 그쳤다. '손쉽게 살이 빠지고 이 효과가 4년 동안 유지된다'는 위고비 열풍에는 이렇게 가려진 것들이 있다. 위고비를 매주 4년 동안 맞은 환자는 매우 드물다는 것, 부작용과 내성이 있다는 것, 그리고 중단하면 요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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