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들였는데 덮이고 막히고…도로 '오염물' 하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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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장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아서 주변 하천을 뿌옇게 만들고 있다는 소식, 얼마 전 전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공장뿐 아니라 국도나 고속도로에서 나온 더러운 물도 잘 걸러지지 않은 채 하천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현장을 김민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남 거창의 국도에 설치된 오염저감시설입니다.

지금처럼 비가 올 때면 도로 위에 있던 타이어 찌꺼기나 배기가스가 빗물에 쓸려서 내려오는데, 바로 옆에 있는 하천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중간에서 한 번 걸러주는 역할을 합니다.

시설 안팎을 살펴보니, 물엔 썩은 나뭇잎이나 페트병 같은 쓰레기가 많고, 도로 분진 등이 섞이면서 물 색깔도 시커멓습니다.

저감시설을 거치지만, 정화는 거의 안 되는 듯한데, 이런 물이 바로 옆 하천으로 그대로 흘러들어 갑니다.

[저감시설 설치 업체 관계자 : 정수기를 생각하시면 이제 안에 필터를 통해서 한 번 걸러진 물이 나와서 이제 깨끗한 물을 저희가 먹지 않습니까? 만약에 청소를 하지 않으면 이제 안에서 물이 썩어가겠죠.]

거창의 다른 도로.

저감시설 바로 위에 산책로를 만들어놨습니다.

청소 같은 주기적 관리가 어려워 보입니다.

또 다른 도로의 저감시설은 점검과 청소가 오래전 얘기인 듯, 유입구가 꽉 막혀 있습니다.

원래라면 전용차가 와서 안에 있는 물을 싹 빼내고 저기 보이는 노란 사다리를 밟고 내려가서 흙을 치워 냈어야 하는데, 지금 그러지 않아서 거의 절반 가까이 흙과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 상태입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5년간 245억 원을 투입해 국도나 고속도로 5천여 곳에 오염저감시설을 설치했습니다.

담당자 1명이 관리하는 시설이 평균 20개나 되다 보니 관리 부실 시설이 적잖은 겁니다.

[엄태영 의원/국회 국토교통위 : 현장에만 다 맡겨두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안 한다면 국민 혈세 낭비가 아닐 수 없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 체계를 (재정비해야 합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시설 전수 조사나 인력 보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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