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밤낮 가리지 않고 폭탄…무사히 돌아와 다행,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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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공항 도착한 레바논 교민들

"레바논에는 지금 밤낮을 가리지 않고 폭탄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무사히 올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레바논에 체류하던 국민 96명과 레바논인 가족 1명은 오늘(5일) 정부가 투입한 군 수송기를 타고 한국 땅을 밟으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이들을 태운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오늘 낮 12시 50분쯤, 성남 서울공항에 착륙하자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과 친지, 지인들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했습니다.

1시 5분쯤 시그너스의 문이 열렸고 분홍색 책가방을 나란히 멘 4세, 6세 딸의 손을 꼭 잡은 김서경 씨를 필두로 하나둘씩 안도의 미소를 띠며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김 씨는 "밤마다 폭탄이 떨어지는 레바논에서 한국으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 "포격으로 집이 흔들리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였다"고 현지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수송기를 보내준 것에 너무 감사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옆에 있던 김씨의 딸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군인님들 감사합니다"라고 쓴 편지를 흔들어 보여줬습니다.

4년 넘게 레바논에서 살아온 이국희 씨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집 근처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족과 함께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시리아 난민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는 이 씨는 "사실 레바논은 늘 위험한 곳이다 보니 무슨 일이 생겨도 자연스럽게 대처하는데, 지금 상황은 다르다"며 "주변에서 오히려 저보고 빨리 나가라고 걱정해주고 그랬다"고 전했습니다.

정양희 씨는 "밤마다 폭탄이 떨어지는 곳에서 이렇게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무사히 올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며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자랑스러워"라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교민들은 다행히 대피하면서 위험했던 순간은 없었다고 했지만, 외교부 신속대응팀 단장을 맡은 이재용 심의관은 베이루트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상황의 심각성을 실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장은 이번에 레바논에서 철수한 교민 중 30% 이상이 미성년자였다면서 "우리가 지원했던 사람 중에 굉장히 어린, 젊은 국민들이 많이 있어서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레바논 교민 대피에 투입된 시그너스는 지난 3일 김해공항을 출발해 현지시간 4일 오전 베이루트에 도착한 뒤 교민들을 태우고 당일 오후 귀환길에 올랐고, 서울공항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38시간이 걸렸습니다.

시그너스 조종대를 잡은 박성태 소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제 평화 유지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라면 그 어떤 순간에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태세와 능력을 유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공항에는 김선호 국방부 차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등이 나왔고, 공군 장교들은 '우리 국민들의 안전 귀국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교민들을 환영했습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줘 고맙다"며 "그동안의 노력과 열정에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고 임무를 수행한 공군 장병들을 격려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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