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2.7조 자사주 매수에 '자기자본' 1.5조 우선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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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약 2조 7천억 원 규모의 자기 주식(자사주) 공개 매수에 나선 가운데 우선 1조 5천억 원의 회사 내부 현금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과의 지분 확보전이 한층 가열될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권 대출 한도와 사모사채(회사채) 발행까지 최소 1조 5천억 원 규모의 추가 대응 여력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고려아연이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공개매수 설명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조 6천635억 원의 자사주 매집을 위해 1조 5천억 원의 자기 자금을, 1조 1천635억 원의 차입금을 투입합니다.

자사주 매수 발표에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2일 1조 원 규모 회사채 발행, 1조 7천 원 한도 금융기관 차입 등 총 2조 7천억 원 규모의 단기 차입 확대 계획을 공시한 바 있습니다.

이 금액이 직후 밝힌 자사주 취득 규모와 공교롭게 일치하면서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전량 차입금을 활용해 자사주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실제로는 단기 차입 증가분의 일부만 투입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 매수에 투입하는 차입금은 은행권에서 긴급히 설정한 1조 7천억 원 한도 대출 중 일부입니다.

고려아연은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에서 한도 안에서 최장 인출일로부터 1년까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대출을 받았습니다.

조건은 각각 최소 고정금리 5.5%, 최초 변동금리 4.67%입니다.

매입 대상 주식 대상 1순위 질권이 설정됩니다.

따라서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매입 이후에도 추가로 이들 은행에서 5천여 억 원의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또 회사채 1조 원을 발행해 긴급 조달할 계획을 공식화한 한 상태입니다.

대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메리츠금융지주가 7%대 금리 조건으로 인수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밖에도 고려아연은 최근 '운영 자금 마련'을 명분으로 총 4천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조달한 바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 자금 역시 영풍·MBK의 공세에 맞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보면 CP 조달 자금을 제외해도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최근 늘린 단기 차입금 중에서도 최소 약 1조 5천억 원을 향후 경영권 방어에 추가로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미 확정된 약 2조 7천억 원의 자사주 매입을 포함해 모두 합해 약 4조 2천억 원의 투입 채비를 마쳐 놓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백기사'로 나서 고려아연 지분 약 2.5%를 공개 매수하려는 베인캐피털의 투자 금액 4천300억 원까지 합치면 4조 6천억 원대에 달합니다.

시장에서는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의 반격성 자사주 공개 매수에 맞서 자기 측이 진행 중인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 가격을 기존의 75만 원에서 추가로 인상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 고려아연은 맞대응해 83만 원으로 제시된 공개 매수 가격을 또 올리는 것으로 맞대응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1조 5천억 원 이상의 '현금 실탄'을 동원할 수 있는 채비를 갖춰 놓은 상황으로 평가됩니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공개 매수에 단기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을 대부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이달 말 이후에는 추가로 약 1조 원의 추가 회사 현금도 마련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고려아연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기 자본은 9조 7천590억 원입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MBK 연합이 처음 공세에 나섰을 때는 우리 측 대응 기간을 짧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상황이 장기화할수록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나는 등 고려아연에 국면이 유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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