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 '나스랄라 사망' 환호 시위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가 이스라엘 공습에 폭사한 데 대해 중동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 국가 사이에 엇갈린 반응이 나오는 건 나스랄라 죽음을 둘러싼 이슬람 양대 종파의 입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나스랄라는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에서 헤즈볼라를 이끌어온 '맏형' 격으로, 지난 27일 이스라엘의 융단 폭격으로 사망하면서 시아파 국가는 일제히 이스라엘을 상대로 응징을 예고하며 분노를 터트리고 있습니다.
반면 수니파 국가들은 대체로 이스라엘과 수교했거나, 친이란 세력과 갈등 관계라는 점에서 나스랄라 사망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나스랄라 사망 발표 다음날 성명을 내고 레바논 후속 상황을 "깊은 우려"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밝힌 것이 전부입니다.
UAE와 바레인은 2020년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데다, 특히 바레인은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당시 수니파인 집권층이 시아파의 반정부 민주화 봉기를 폭력 진압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바레인의 친이란 매체에서는 나스랄라 추모 시위를 보도하면서 바레인 정권이 이들 시위대를 탄압하고 체포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인구 160만여 명의 작은 섬나라 바레인은 친미 왕정이 2020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재한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수교했으나 국민 다수가 시아파여서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이후 반이스라엘 여론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집트 또한 엘시시 대통령이 미카티 레바논 총리와 통화하면서 레바논 영토 침범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유하기는 했지만, 나스랄라 죽음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집트는 그간 이란과 갈등 관계이면서도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외교 당국 간 회담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레바논 옆 나라인 시리아도 복잡한 상황입니다.
시리아는 수니파 국가로 분류되긴 하지만 정부군과 반군 간 오랜 내전에 시달리면서 이번 나스랄라 사망을 둘러싸고도 민심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나스랄라는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의 핵심 동맹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그간 그가 시리아 정부의 폭정을 앞장서 도왔다는 원성이 높아져 왔습니다.
이에 따라 시리아 반군이 점령한 북서부 도시 이들리브의 거리에서는 28일 나스랄라 죽음에 환호하는 주민이 쏟아져 나온 반면, 아사드 정권이 점령하고 있는 도시 홈스에서는 나스랄라 지지자들이 애도 행진을 벌이는 상반된 풍경이 연출됐습니다.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 국가에서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나스랄라의 죽음을 분노의 불씨로 삼고 있습니다.
이란 수도 테헤란 도심에서 시위대가 나스랄라의 초상화와 헤즈볼라 깃발을 들고 행진하며 '이스라엘 응징', '미국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이란 내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저항의 축' 일원인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예멘 수도 사나에서는 수만 명이 모여 '이스라엘 응징'을 외쳤습니다.
(사진=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