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에 흉기 들이대서" 동료 살인미수 외국인…법원은 '무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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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만취해 말다툼 중 목에 칼을 들이댄 동료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30대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남성의 행위에 살인의 고의는 인정되지만 자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방위행위 범위 안에 있는 면책성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법원은 출입국관리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형을 내렸습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1부(재판장 이민형 지원장)는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베트남 국적의 근로자 A(32)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 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30분 정선군의 한 인력사무소 외국인 숙소에서 같은 방을 쓰는 동료 B(24) 씨와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말다툼하다 흉기로 B 씨의 배를 1회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사건 직후 인력사무소 운영자에게 구조를 요청한 피해자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 없이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A 씨는 재판에서 "B 씨가 목에 칼을 들이대고 위협해 생명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B 씨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에서 벌인 일"이라며 "살인의 고의가 없고 형법상 처벌할 수 없는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된 사정으로 볼 때 '살인의 고의는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위험한 흉기로 범행했는데도 방에 들어가 가만히 있었을 뿐 B 씨를 위한 별다른 구호 조처를 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A 씨가 미필적으로나마 B 씨의 사망 가능성을 인식한 만큼 '고의가 없었다'는 A 씨와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한 것입니다.

다만 공소사실에 따르면 B 씨가 흉기 2자루를 꺼내 1자루를 가만히 있는 A 씨에게 건네며 '하나씩 들고 싸우자. 찔러 봐. 왜 못 찌르냐'고 욕설하며 목에 칼을 들이댔습니다.

그러자 화가 난 A 씨가 팔을 휘둘러 칼을 쳐냈는데도 다시 주워 찌르려고 방 안에서 쫓아다닌 B 씨를 상대로 한 범행은 사회 통념상 방위행위 범위 안에 있는 면책성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A와B 씨 모두 술에 취해 기억이 없었지만, '방에서 쫓기던 A 씨가 침실에 들어가 B 씨가 사용하던 베게 아래에 있던 흉기로 범행을 했다'는 또 다른 동료 여성 외국인 근로자의 유일한 목격 진술을 재판부는 가장 사실에 부합한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위협한 행위는 생명·신체에 대한 부당한 침해행위"라며 "비록 방위행위의 정도를 초과한 것으로 보이나 적극적인 공격행위로 나간 것이 아닌 만큼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지극히 짧은 시간에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당황한 상태에서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막고자 이 같은 행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A 씨의 방위행위가 사회적 통념상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일로 수사를 받게 된 A 씨는 2018년 8월 중순 대한민국에 입국한 이후 5년 9개월간 불법 체류한 사실이 들통나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도 재판받았습니다.

재판부는 국내에서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이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살인미수 혐의 무죄에 불복해 검찰만 항소한 이 사건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서 2심이 진행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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