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내 마중 가던 길이었는데…80대 노인 급류에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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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A(89) 씨를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는 119구조대원과 경찰

"연세에 비해 건강하셨는데, 그렇게 가시다니 허탈할 뿐입니다."

전남 장흥군 장흥읍의 평화마을이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습니다.

어제(21일) 저녁 치매를 앓던 아내를 마중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A(89)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평화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A 씨는 5년 전부터 이 마을로 귀향해 아내와 단둘이 살았습니다.

A 씨는 아내가 치매를 앓게 되자 요양병원으로 보내지 않고 직접 돌봤습니다.

매일 재활 치료를 위해 주간보호센터를 갔다 오는 아내를 마중하는 등 마을에서도 '잉꼬부부'로 소문이 났습니다.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어제(21일)도 A 씨는 어김없이 집에서 나와 아내를 마중하러 나갔습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굵은 빗속에서 A 씨는 대문 앞 도랑에 발을 헛디뎠고, 순식간에 급류에 휩쓸렸습니다.

A 씨의 아내를 태운 주간보호센터 버스는 제시간에 집 앞에 도착했지만, A 씨가 보이지도 않고 연락이 안 되자 버스 기사가 119에 신고했습니다.

신고받은 119 구조대와 마을 주민들이 어둠 속에서 A 씨를 애타게 찾았지만, 하루 만에 인근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마을 이장 고상희(77) 씨는 "A 씨는 미국에서 살다 귀향하셨는데 점잖고 학식도 풍부해 늘 중요한 일을 상의해 왔다"며 "연세에 비해 건강하시고 직접 운전할 정도로 인지력도 좋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전남소방본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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