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멸구 공습에 추석이 악몽으로 변한 농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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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멸구 공습에 추석이 악몽으로 변한 농민들

"추석 연휴고 뭐고 벼멸구 방제하느라 명절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네요."

"2주 전만 해도 벼멸구가 없었는데, 하룻밤 사이 논 군데군데 벼가 누렇게 말라 있더라고요. 연휴 내내 방제했는데, 이렇게 계속 더우면 아무 소용이 없어 이미 포기한 농가도 많아요."

연일 35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진 추석 명절 연휴가 끝난 19일(어제), 농민들은 수확을 코앞에 두고 퇴비처럼 진갈색으로 주저앉아버린 들판을 바라보며 한숨짓고 있습니다.

이례적인 가을 폭염으로 수확기 접어든 나락에 벼멸구가 급증하면서 농민들의 가슴은 무더위보다 더한 벼멸구 공습에 한없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전남 해남군 송지면 김 모(60)씨는 "이런 벼멸구는 살다가 처음 본다"며 "논이 폭탄 맞은 것처럼 군데군데 곳곳이 내려앉았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해남군에서 벼멸구 피해가 큰 곳은 송지·현산·화산·황산·문내면 등 바닷가 쪽 벼 논입니다.

특히 간척지는 수확이 어려울 정도로 피해가 큽니다.

문내면 궁항마을 진 모(56) 이장은 "벼멸구 확산으로 수확을 포기한 논이 속출하고 있다"며 "수확을 해 봤자 기계 임대료도 지불하기 힘든 실정이다"고 피해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 마을 임 모(66)씨도 "2주 전 방제할 때만 해도 보이지 않던 벼멸구가 손 쓸 틈도 없이 번졌다"면서 "계속 날씨가 더우면 방제한다 한들 벼멸구를 잡기도 어렵고 방제 자체도 어려워서 거의 포기 상태"라고 심각성을 호소했습니다.

산이면 간척지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벼 논 가운데 30% 정도가 수확이 어려울 정도로 벼멸구가 휩쓸고 있다고 농민들은 주장했습니다.

한 톨도 건지지 못할 처지에 놓인 농가도 있다고 농민들은 전했습니다.

간척지에서 40년 이상 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 모(64)씨는 "멸구 피해가 나타나 사흘 간격으로 방제에 나섰지만 잡히지 않고 하루가 다르게 더 늘어나 쓰러진 벼를 논 밖으로 뺄 수도 없고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벼멸구는 줄기와 이삭의 즙을 빨아먹어 벼가 고사되면서 수확량이 감소하고 품질이 저하됩니다.

6∼7월 중국에서 날아든 벼멸구는 9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데, 올여름 지속된 고온으로 세대 주기가 4일 정도 단축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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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멸구 방제 약제 공급

예년에 비해 빠르게 세대가 교체되면서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해남군에서도 관내 벼 재배면적 1만 9천727㏊ 중 5%가량인 985㏊에서 벼멸구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벼멸구 방제는 일반 항공방제로는 어렵습니다.

일반 방제로는 벼 밑동에 서식하는 벼멸구를 박멸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약액이 밑 대까지 흐를 수 있도록 고성능 살포기 등을 활용해 충분히 살포되도록 해야 합니다.

살포기를 들고 논에 들어가야 하므로 추석에 고향을 찾은 자녀들까지 총동원해 방제에 나서면서 들녘마다 때아닌 일손돕기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해남군은 벼멸구 방제 약제를 조기에 확보해 이날 벼멸구 방제 약제 2만 2천 병을 14개 읍면에 배부 완료했습니다.

(사진=농민·해남군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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