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도로는 도로 아니다?…사고 나도 벌점은 못 주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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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정문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미술관 앞 편도 1차선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사고는 뒤따라오던 차량 운전자가 앞에서 주차하기 위해 후진하던 차량을 보지 못하고 들이받으면서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들이받힌 차량 운전자 박 모(40)씨와 함께 차에 탔던 생후 20개월 아들이 골반과 목 등에 경상을 입었습니다.

박 씨는 가해자가 '다른 차를 앞지르려면 앞차 좌측으로 통행해야 한다'는 도로교통법 제21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가해자를 입건하지 않았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인지 확실하고, 음주운전과 중앙선 침범 등 주요한 도로교통법 위반이 없고, 보험처리가 가능한 경우 입건하기 전에 사건을 종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이 불입건 결정을 한 것은 캠퍼스 내 도로를 통상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는 '도로 외 구역'으로 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현행법은 형태성·공개성·이용성·교통단속권을 갖춘 곳을 도로로 봅니다.

법원도 사건마다 네 가지 요건을 따져 도로로 볼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경찰은 요금소와 차단기 너머에 있는 서울대 순환도로를 일괄적으로 '도로 외 구역'으로 판단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요금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공공성이 떨어지는 공간이라고 보고 있다"며 "대학이란 공간의 특수성을 감안해 아직 교통단속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도로 외 구역이라고 해서 경찰이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느 교통사고와 마찬가지로 경위와 원인 등을 조사하는데 교통단속권이 미치지 않는 만큼 범칙금이나 벌점을 부과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일부 캠퍼스 내 도로를 도로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도 있어 캠퍼스 내 도로를 일괄적으로 도로 외 구역으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됩니다.

대법원은 1997년 아주대학교 장례식장 앞 도로와 관련된 사건에서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공개된 장소"라며 도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006년에는 서울정수기능대학 내 도로에 대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로서 일반교통에 사용되는 곳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캠퍼스 내 도로라고 해서 관리를 가볍게 할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찰이 법을 임의로 해석할 수는 없다"며 "캠퍼스 내 도로 문제가 공론화되고 안전성이 부각되면 도로로 볼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대학 캠퍼스 교통사고 위험 요인 분석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2021∼2023년) 동안 국내 주요 대학 17곳에서는 교통사고가 359건 발생했습니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92건에서 2022년 120건, 작년 147건으로 증가세입니다.

(사진=서울대학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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