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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포트] "AI가 슈퍼컴을 이긴 비결은?"…구글 기상 AI 개발자에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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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허리케인이 미국 남부 지역을 덮치면서 38명이 숨졌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슈퍼컴퓨터는 허리케인이 멕시코에 상륙할 걸로 예측했지만, 이런 예보와 달리 허리케인은 방향을 북쪽으로 틀었습니다.

이 진로를 정확히 맞힌 건 구글에서 개발한 AI 기상 예측 모델 그래프캐스트였습니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슈퍼컴퓨터보다 AI 기상 예측 모델이 어떻게 더 정확할 수 있었을까.

SBS는 구글의 AI 개발 조직 딥마인드에서 2021년부터 AI 기상 예측 모델을 개발한 연구 과학자 레미 램을 화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레미 램/구글 딥마인드 연구과학자 : 날씨 예측 연구는 수십 년 동안 이루어져 왔지만, 이 분야에서 더 큰 발전을 이루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지구 온난화가 심화하는 현실에서 정확한 날씨 예측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희는 날씨 예측 분야의 획기적인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2021년 구글 딥마인드에서 전 세계 중기 예보를 위한 날씨 예측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그래프캐스트입니다.]

레미 램은 전통적인 기상 예측 방식과 그래프캐스트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전통적인 일기 예보는 복잡한 물리 방정식을 풀어서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물리 방정식은 훌륭하지만 세상 모든 변수를 완벽

하게 반영할 수는 없으니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완벽하게 풀 수 있다 하더라도, 방정식이 너무 복잡해서 슈퍼컴퓨터로도 근사치만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계산) 오차가 누적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 그래프캐스트를 비롯한 AI 기반 예측 시스템은 물리 방정식 대신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서 날씨를 예측합니다.

과거 날씨 데이터뿐만 아니라 실제 기상 관측 데이터까지 학습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정확도가 더 높아지고 기존 방식보다 예측 성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프캐스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기상 데이터를 보유한 유럽 중기예보센터의 40년 치 기상 데이터를 학습해 온도, 습도, 풍속, 풍향, 예상 강우량 등의 예측 결과를 3차원 그래픽 데이터로 내놓습니다.

레미 램이 꼽은 AI 기상 예측 모델의 장점은 3가지입니다.

[(ai 모델의 장점으로) 사람들이 가장 아는 건 아마도 엄청나게 빠른 예측 속도일 것입니다. 모델을 학습 후에는 손바닥만 한 컴퓨터 칩으로 1분 안에 10일 치 날씨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죠. 기존 방식으로 버스만 한 슈퍼컴퓨터로 한 시간 걸리던 작업이 이제는 몇 초 만에 끝납니다. 슈퍼컴퓨터 대신 클라우드에 있는 칩을 사용해 덕분에 날씨 예측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그리하여 첫 번째 장점은 '정말 빠른 속도'입니다. 두 번째 장점은 '예측 정확도'가 향상되었다는 점입니다. 훌륭한 데이터 세트를 통해 직접 학습함으로써 더욱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졌습니다. 따라서 더 빠를 뿐만 아니라 더욱 뛰어난 성능을 보여줍니다.]

또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이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에 온라인으로 접속해 이뤄지기 때문에 데이터 공유와 연구 접근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계도 명확합니다.

그래프캐스트는 12시간 이후부터 열흘 뒤의 날씨 같은 단기 기상 예측은 잘하지만 몇 개월 뒤인 장기 예측은 전통 예측 방식보다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완전히 명확하지는 않지만, 제 생각에는 단기 예측에서는 AI 모델이 오류 데이터를 축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 한 시간 뒤 날씨를 예측할 때, 사소한 오류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몇 년 뒤의 기후를 예측할 때는 작은 오류들이 누적되어 예측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예측 모델의 경우, 이는 '방정식의 아름다움'으로도 말할 수 있는데요, 방정식들은 우리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는 날씨 예보의 특정 속성들을 포착해내고 있습니다. 너지 보존 법칙이나 질량 보존 법칙과 같은 물리적 법칙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러한 법칙들은 장기 예측의 안정성과 정확성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현재 AI 모델이 우선은 단기 예측에 더 집중하는 겁니다.]

레미 렘은 장기적으론 물리 법칙을 완벽히 이해하는 AI 모델 개발이 목표라며, 개발 초기엔 구글의 AI 반도체 TPU V4 32개를 3주간 학습시켜야 했다면 이제는 일주일 만에 완료하고 추론 단계인 기상 예측은 단 한 개의 TPU 칩만으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슈퍼컴퓨터의 기상 예측 결과를 인간 예보관이 종합해 해석하는 기존 방식을 AI가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제 생각에는 항상 인간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비상 상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기상 예보관들은 전통적인 기상 모델이라는 훌륭한 도구를 활용해왔지만 최종 결정은 항상 그들의 몫이었습니다. AI 기상 모델의 등장으로 이제 예보관들은 의사 결정에 참고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이 새로운 도구를 통해 더욱 정확한 예측을 위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예보관들은 이 새로운 도구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며, 앞으로도 인간의 역할은 계속될 것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날씨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레미 렘은 아직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기상 데이터가 무수히 많다며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날씨 예측 자체의 불확실성까지 예측하는 것이 다음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희는 지금 이 기술의 실용성을 입증하는 단계에 있으며 곧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비록 당장 저희 연구팀의 주요 초점은 아니지만 수많은 활용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저희가 '핵심 근본 문제'라고 부르는 것으로 해결된다면 다양한 응용 분야를 열어 전 세계 모두에게 큰 가치를 제공할 것입니다.]

(취재: 홍영재, 영상취재 : 황인석, 영상편집 : 오영택,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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