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프리미엄

중국인들은 왜 월병을 먹게 됐나…달 모양에 담긴 특별한 의미 [스프]

[윤덕노의 중식삼림(中食森林)] 생각보다 짧은 중추절 단합의 음식, 월병의 역사


오프라인 - SBS 뉴스

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월병은 알다시피 중국 중추절 명절 음식이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 왜 음력 8월 15일 보름달이 뜬 중추절에 월병을 먹을까?

우리 추석에 왜 송편을 먹냐는 질문만큼이나 어리석은 물음이면서 한편으로는 대답이 쉽지 않은데 일단 이유는 간단하다.

송편이 시루떡과 함께 한민족을 대표하는 가장 전통적인 떡인 것처럼 월병 역시 밀 문화, 즉 면식(麵食) 문화권인 중국 북방의 대표적인 떡(빵)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프라인 - SBS 뉴스

음식사적 이유는 그렇고 민속적, 문화사적 이유도 있다. 중국 중추절은 달 숭배 신앙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만큼 월병 역시 달에게 바치는 제물, 달 보고 소원을 빌며 먹는 음식이다. 그래서 이름도 달떡인 월병(月餠)이고 생김새도 반드시 둥근달 모양이어야 한다.

오프라인 - SBS 뉴스
둥근달 모양의 월병. 출처 : 바이두

명나라 말 문헌인 『제경경물락(帝京景物略)』에 음력 8월 15일 달에 제례를 올릴 때의 떡과 과일은 반드시 둥근 모양이어야 한다고 했는데 월병도 여기에 해당된다.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명나라 때 문헌 『서호유람기』에 중추절에 민간에서는 월병을 나누어 먹으며 가족 간의 화목을 도모한다고 했다. 중국식으로 말하면 둥근 월병은 단합과 화합을 상징하는 단원(團圓)의 의미로 가족이 둥근 탁자에 모여 앉아 월병과 월과를 먹으며 멀리 떠나 흩어졌던 가족이 다시 모여 단합을 다진다는 것이다. 참고로 여기서 월과(月果)는 달을 닮은 둥근 과일을 말한다.

오프라인 - SBS 뉴스
중추절 단원 문화. 출처 : 바이두

월병을 놓고 단합과 단결을 강조하다 보니 별별 전설 같은 이야기가 다 생겼다. 몽골 민족의 원나라 통치에 항거하여 주원장이 반란을 일으킬 때 월병을 이용했다고 한다. 훗날 명 태조가 된 주원장이 음력 8월 15일에 봉기하기로 하고 거사 날짜를 적은 종이를 월병 속에 넣어 돌렸다는 것이다. 명 건국 후에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중추절이면 월병을 제작해 신하들에게 하사한 것이 민간으로 전해져 중추절에 월병을 선물하고 먹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참고할 부분은 있다. 월병을 통해 몽골 민족이 다스렸던 원나라에 대한 한족의 민족 감정을 엿볼 수 있고 동시에 월병을 선물하는 풍습이 명나라 때 이래로 유행했음도 알 수 있다.

월병의 의미는 그렇고 그러면 월병은 언제부터 먹었을까? 모든 사물의 기원이 중국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싶어 하는 중국이니까 월병의 역사도 멀고 먼 옛날로 잡는다. 한나라 때 문헌 『회남자』에는 선녀 항아가 불사약을 먹고는 몸이 가벼워져 하늘로 올라가 달에 있는 광한궁에 머물게 됐다. 이후 백성들이 중추절이면 제물을 장만해 평안과 화합을 빌었는데 이것이 월병과 중추절의 유래라는 것이다. 전설 따라 삼천리보다도 더 믿기 힘든 이야기인데 그러면 실제 월병과 중추절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

오프라인 - SBS 뉴스
월병. 출처 : 바이두

문헌상의 기록으로 보면 중국에서 중추절이 명절로 굳어지고 중추절 명절 음식으로 월병을 먹기 시작한 시기는 생각보다 짧아서 12세기 송나라 무렵으로 추정한다.

중국 기록에 송나라 이전에는 중추절이라는 명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중국 명절 풍속을 기록한 6-7세기 때 『형초세시기』에도 중추절에 관한 내용은 실려 있지 않다. 당나라 때 기록으로 신라의 추석 풍속을 적은 일본 승려,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에도 음력 8월 15일의 행사는 "다른 나라에는 없고 신라에만 있다"고 했으니 당나라에 중추절의 풍속이 없었다는 뜻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오프라인 - SBS 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스브스프리미엄
기사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