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어 스타머 총리
영국의 키어 스타머 정부가 공공재정 압박에 따라 추진한 고령층 난방비 지원 대폭 삭감 방안이 논란 속에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10일(현지시간) 일부 저소득층을 제외한 국가연금 수급자의 동계 연료 지원금을 사실상 폐지하는 정부안이 찬성 348표, 반대 228표로 통과됐다고 BBC 방송 등이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소득과 관계없이 국가연금 수급자 누구나 200∼300파운드(35만∼53만 원)의 난방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나 바뀐 제도에 따라 900만 명 이상이 이를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정부가 예상하는 예산 절감액은 약 15억 파운드(약 2조 6천억 원)입니다.
정부가 이 정책을 발표한 이후 보수당은 물론이고 노동당 일각과 여러 노동조합에서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키어 스타머 총리,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을 비롯한 고위 각료는 전임 보수당 정부로부터 구멍 난 공공재정을 물려받은 탓에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당내 단결을 압박했습니다.
이날 표결 전 스타머 총리는 노동조합회의(TUC) 연례 대의원대회에서 연설에 나서 "노동자의 돈을 가지고 무모해지지는 않겠다"며 "우리는 쉬운 답이라는 가짜 약은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원 650석 중 404석을 차지한 노동당 의원 중 53명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 가운데 몇 명이 실제 당론에 반대해 불참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 정부안 찬성표 348표는 지난 7월 당내 분열이 있었던 두 자녀 세제혜택 상한과 관련한 정부안 지지표(363표) 보다 적은 것으로, 기권자 수가 늘었다고 BBC는 지적했습니다.
한편, 스타머 총리는 이날 TUC 대회에서 향후 공공부문 임금 협상, 파업과 관련해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을 시사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습니다.
총리가 TUC 연례 대의원대회에서 연설한 것은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입니다.
TUC는 550만 명 이상이 가입한 48개 노조 연맹으로 노동당 창당에 기여한 조직입니다.
스타머 총리는 임금과 관련해 공공재정을 지키는 데 필요한 '어려운 결정'이 내려질 것이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경제적 안정성을 위한 정부의 임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