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3천억' 삼성 반도체 핵심기술 중국 유출…전 임직원 구속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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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CHJS) R&D 시설

삼성전자가 수조 원을 투입해 독자 개발한 핵심 공정기술을 빼돌려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업체를 세운 전직 임원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삼성전자가 거액을 들여 공들여 개발한 반도체 핵심기술을 통째로 가져다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한 회사에서 1년여 만에 시범 제품 생산까지 성공한 겁니다.

경찰은 "경제안보의 근간을 뒤흔든 사안"이라며 추가적 기술 유출이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삼성전자 상무이사 출신인 66살 최 모 씨와 삼성전자 전직 D램 메모리 수석연구원 60살 오 모 씨를 어제 구속송치했다고 오늘(10일) 밝혔습니다.

최 씨와 오 씨는 현재 중국 청두가오전에서 각각 대표와 공정설계실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2020년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으로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오 씨 등 국내 반도체 전문인력을 대거 영입,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핵심기술을 유출·부정 사용한 혐의를 받습니다.

기술 유출·무단사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오 씨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최 씨 등이 빼돌린 기술은 삼성전자가 독자개발한 18나노급·20나노급 D램 반도체 제조 기술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들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각각 2조 3천억 원, 2조 원을 들였습니다.

20나노급 D램 개발에만 2천 명 이상 인력을 투입했습니다.

나노 숫자가 작아질수록 성능이 높아지는데 20나노급 D램의 경우 첨단 반도체 기술에 있어 일종의 분기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첨단 반도체의 교과서'로 불립니다.

삼성전자는 현재도 해당 제품으로 매년 2조 4천억 원 상당의 매출을 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 씨 등은 이들 기술 관련 반도체공정 종합절차서(PRS), 최종 목표규격(MTS) 등 반도체 생산을 위해 거치는 모든 단계의 공정을 아우르는 자료를 가져가 청도가오전 반도체 D램 연구 및 제조공장 준공 1년 3개월 만인 2022년 4월 '시범 웨이퍼' 생산에 성공했습니다.

시범 웨이퍼는 적용한 기술이 실제 반도체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기초 개발제품입니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제조회사가 D램 반도체 관련 시범 웨이퍼를 생산하는 데는 최소 4∼5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대폭 단축한 겁니다.

삼성전자 상무,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을 지내며 반도체 분야 전문가였던 최 씨는 2020년 9월 중국 지방정부로부터 자본금의 60%에 해당하는 4천600억 원을 받아 청두가오전을 설립했습니다.

최 씨는 청두가오전 설립 추진단계에서부터 오 씨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핵심인력과 접촉하며 기술인력 상당수를 지속적으로 영입해온 걸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청두가오전 측은 국내 기술인력에 이직 시 최소 2∼3배 연봉을 높여주고 현지 체재비, 자녀 교육비 등을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청두가오전으로 이직한 이들은 2∼3년 재직 후 장기휴직처리 등으로 사실상 해고 됐으며 이직 당시 약속받은 혜택 또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최 씨는 2018년에도 해외 반도체 업체의 투자를 받아 중국 시안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제한 공장을 설립하려다 실패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현재 수원지법에서 재판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2월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유출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1월 오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으나 보완 수사를 통해 이달 최 씨와 오 씨를 구속했습니다.

경찰은 삼성전자 등 국내업체에서 청두가오전으로 이직한 다른 임직원 30여 명도 입건해 추가적 기술 유출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경찰은 전문 수사요원을 투입해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범에 대한 첩보 수집과 단속 활동을 강도 높게 이어 나갈 계획입니다.

(사진=청두가오전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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