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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노출자 2천 500명, 검진에서 빠졌다, 이유는? [스프]

[지구력] '노출자 건강 모니터링'에 연 53억 원 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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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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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3주년이 되는 날이었지만,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 문제는 여전히 꽉 막힌 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답답함을 풀어주기엔 역부족이지만 그래도 2024년 들어 일부 진전이 있긴 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모두 법원 재판정에서 날아온 것들입니다. 지난 1월 SK와 애경의 가습기살균제 과실치사 항소심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난 게 첫 번째입니다. 1심 때 무죄가 뒤집힌 겁니다. 두 번째는 국가의 배상 책임이 처음으로 인정됐다는 겁니다. 가습기살균제 세퓨 피해자가 낸 소송에서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이 나왔죠. 이 역시 1심 판결을 뒤집은 결과였습니다.

피해자들로부터 가장 큰 원성의 대상이었던 피해 인정 질환 확대와 관련해서도 더디지만 긍정적인 소식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가 폐암 피해에 대한 심사를 개시했다는 사실이죠. 그동안은 동물 실험 등을 통한 인과관계 입증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해 신청만 받아놓았을 뿐 개별 사례 심사는 보류해 왔습니다.

그러다 지난 2023년 초까지 발표된 주요 동물실험 결과 2건을 바탕으로 환경부가 살균제와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됐고 심사 원칙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가습기살균제와 관련된 여러 질환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폐암 인정 문제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다른 어떤 질환보다도 심리적 경제적 고통이 크기 때문이죠.

폐암 심사 개시 1년... 심사 결과 봤더니

폐암 심사 개시로부터 딱 1년이 흘렀는데요. 지난 1년간 폐암 피해 신청자들에 대한 심사 결과는 어땠을지 민주당 김주영 의원실의 도움으로 추적해 봤습니다.

먼저 그동안 폐암 피해를 인정해 달라며 접수된 건수는 200건이었습니다. 200건 가운데 심사가 마무리된 건 모두 43건이었고 이 중 가습기살균제와의 개별적 인과관계가 확인돼 피해로 공식 인정된 사례는 모두 26건이었고, 나머지 17건은 불인정됐습니다. 인정률을 뽑자면 60% 정도 되는 겁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현재 심사 속도로 보면 나머지 150여 건에 대해 결론을 내려면 앞으로도 3년 넘게 기다려야 할 상황입니다.

지난 1년간의 심사 결과에서는 또 다른 특이점도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흡연력이 있는 피해자들은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폐질환을 인정받지 못할까 봐 걱정해 왔는데, 적어도 폐암의 경우는 조금 달랐습니다. 폐암 피해를 인정받은 환자 26명 가운데 흡연력이 있는 환자가 12명이 있었다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또 불인정자 17명 가운데에도 비흡연자가 8명이나 되는 걸로 나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년간 폐암 피해 신청 접수는 8건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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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폐암 신청자 200명 가운데 지난 1년간 새롭게 접수된 신청자 수가 8건에 그쳤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잠재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걸로 보이는데 폐암 심사 개시 사실이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할 겁니다.

가습기살균제와 폐암 발병 인과관계 문제는 향후 가습기살균제 노출자의 건강과 관련해 중대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노출 이후 발병까지의 잠복기가 긴 만큼 아직 암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향후 가습기살균제 노출자에 대한 건강 모니터링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에 따라 노출자 및 피해자에 대한 건강 모니터링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파악한 가습기살균제 노출자 가운데 생존자 숫자가 5,200명 규모인데요. 이들에 대해서 전국 11개 가습기살균제 보건센터에서 연 1회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배정된 연간 예산 규모가 53억 정도입니다.

살균제 노출자 2,500명은 검진 안 받아... 구멍 뚫린 건강 모니터링

하지만 지난 2023년의 경우 전체 노출 확인자 5,202명 가운데 건강 모니터링에 응한 경우는 2,700명으로 응진률은 54%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노출 확인자 가운데 본인이 스스로를 가습기살균제 노출자로 드러내길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합니다.

어떤 이유든 노출자의 절반 가까이가 모니터링 관찰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은 큰 문제입니다. 대기오염 물질이나 미세먼지도 발암 물질이지만 가습기살균제의 경우 노출 양상이 훨씬 심각한 게 대부분입니다. 대기오염 물질의 경우 외부로 나갔을 때 일시적인 노출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습기의 경우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취침 시간 등을 통해 근거리에서 장기간 노출된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습기살균제 노출자의 경우 상당수는 폐암 발병의 고위험군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모니터링 시스템 안에서의 관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모니터링 검사 항목도 부실한 거 아니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최초 검사에서 폐 CT를 1회 촬영한 뒤 다음 해부터는 엑스레이 촬영과 혈액 검사 등에 그치는 데다 폐질환과 관련된 별도 항목은 이렇다 할 게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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