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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0여 쪽에 담긴 '대학살'…일기에 쓴 '가해자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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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01년 전 1923년 9월 1일 일본에서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직후에 수천 명의 조선인이 학살됐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기록한 일본군 병사의 일기를 TBC 박가영 기자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기자>

'다이소 12년 일기' 이 낡은 책자는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 나라시노 기병연대 소속의 이등병, 구보노 스게지가 쓴 일기입니다.

1923년 7월부터 12월까지 100여 쪽의 기록은 무자비한 조선인 학살 현장을 생생히 담았습니다.

[김문길/한일문화연구소 소장 : 병사가 직접 (작성한) 일기는 이게 처음입니다. 자경대에서 조선인들은 이렇게 죽였다 입으로 말하는 내용을 일기로서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 건.]

관동대지진 다음날인 9월 2일, 일본 정부의 계엄령 선포 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살포했다는 유언비어가 퍼졌다는 사실부터, 신요시하라 공원 500명을 비롯해 도쿄 일대에서 3천500명, 후나바시에서 조선인 1천200명이 희생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학살 당시 현역 일본 군인이던 가해자 이름까지 쓰여있단 겁니다.

기록에 따르면 9월 20일, 고마츠천에서 일본군이 조선인 여성 200여 명을 잔인하게 살해했는데, 스게지는 가해자를 이와 나미 소위와 모치츠키 상병이라고 특정했습니다.

[김문길/부산외대 명예교수 : 조선인들, 중국인들 죽인 이야기를 절대로 하지 마라. 그래요. 절대로 하지 마라. 하니까 지금까지 어디에 몇 명이 죽고 어디에 묻혀 있는가를 알 수가 없는 거지요.]

스게지의 일기는 그동안 후손이 보관해 오다 관동대지진 기록을 추적하던 김문길 소장이 현지에서 입수해 TBC에 사본 전문을 처음 공개한 겁니다.

일기에 언급된 조선인 희생자만 5천여 명, 국내외 학계에서 추정하는 희생자는 6천여 명에 달합니다.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지 올해로 101년, 진상 규명은 아직 멀기만 하고 억울하게 숨진 수천 명 조선인의 원혼은 여전히 이역만리를 떠돌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고대승 TBC, 디자인 : 최성언 TBC)

TBC 박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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